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 천 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좋은시 2011.07.22
나의 9월은 /서정윤 나의 9월은 서정윤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젊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직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람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 좋은시 2011.07.21
가 을 밤 /김 용 택 ♣ 가 을 밤 김 용 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 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 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 좋은시 2011.07.20
시인 신경림/ 궁극의 꿈, 새로운 시 (펌) 시보다 시인이 더 그리웠다. 그들의 눈동자는 한결같이 맑다. 그들의 언어는 언제나 절제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가슴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들어오는 생각을 막지 않으며 떠나는 생각을 굳이 잡으려 하지 않는다. ‘틀림’의 ‘이유’를 헤아리고 ‘다른 생각’들을 ‘인정’한다. 이 겨울, 신.. 좋은시 2011.07.20
모퉁이 /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 테고 하굣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 좋은시 2011.07.15
가을을 파는 꽃집 가을을 파는 꽃집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무가지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좋은시 2011.07.15
네가 있어 참 좋다 네가 있어 참 좋다 입술을 열고 너를 부르면 연둣빛 풋풋함이 나를 부르고 코끝에 매달린 향기로 너를 찾으면 바람이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가 된다. 창가에 비추는 햇살로 너의 얼굴을 그려 보면 발그레 미소지며 따듯한 하루에 감사하게 되고 파란 하늘로 전하는 하얀 편지에 사랑을 고백하는 행복한.. 좋은시 2011.07.14
엄마 글...정채봉 엄마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좋은시 2011.07.14
설거지를 하면서 / 정건우 아내가 잠든 사이 설거지를 해본다 덩그런 개수대 한중간에 양푼냄비 바닥부터 층층이 쌓인 식기들 간장종지는 밥그릇 안으로 파고들고 밥그릇은 국그릇 위에 얹혀지며 젓가락은 쭈뼛하게 돛대로 꽂힌 채 난파선처럼 기울어 있는 우리 생활의 밑천들 큰 것은 작은 것을 보듬어 안고 켜켜이 속을 채운.. 좋은시 201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