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물소리 23화 일본군은 팔천여 명이 조선에 들어왔다는데 평양에서 청군과 싸워 이긴 뒤에 경복궁에 들어가 왕을 강박하여 저희 마음대로 새로운 대신들로 친일 내각을 세운 뒤에, 조선 관군과 지방 영병들을 동원하여 민란의 잔병 토벌에 나섰다는 소문이 온 장터에 자자했다. 아마 전국에서 우리가 ..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22화 갑자기 작대기로 마루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앞서 나간 사람들이 쓰러지는 게 보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것이 기관포라는데 우리도 남도의 어느 군영에서 빼앗아 가진 적이 있다더군요. 손잡이를 돌리면 여러 개의 총구가 빙빙 돌면서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져 나온다니 ..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21화 강경서 우리가 하루 늦게 떠났는데 논산에서부터 공주로 가는 길에는 농민군이 하얗게 깔렸더라고요. 오가는 말을 들으니 저어 경기도 어름에서부터 본진의 한양 입성을 위하여 요소마다 천지도의 농민군이 일어났는데 삼남의 군세까지 합치면 이십 여만이 넘는다구 합디다. 충청도에..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20화 아니, 다행이라면서 사내가 울기는 새벽부터……. 엄마가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안 서방의 평소 사람됨을 아는지라 그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오죽하면 그러시겠수. 이제 집에 왔으니 염려 놓으세요. 장쇠를 깨워 의원을 불러오게 하고는, 신통의 상처 부위를 더운 물로 씻어주고 새 무..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19화 엄마가 소반에 차린 간략한 술상을 들고 와서 내게 내밀었다. 식전주나 올려라. 밥상은 내가 들여갈 테니. 나도 이제는 자못 침착해져서 술상을 들고 방에 들어가 앉았다. 말없이 술을 따라 주었고 그는 마셨다. 삼례로 시집을 갔다더니…… 거울이 깨졌답니다.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던지..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18화 박돌이 이신통에 대한 불길한 소식을 남기고 떠난 뒤에 나는 뜸을 들였다가 어느 날 영업이 끝나고 엄마와 나란히 누워서 잠을 청하던 때에 슬며시 묻게 되었다. 엄마, 천지도가 뭔지 알우? 자다가 봉창 두들긴다더니, 뜬금없이 천지도는 왜…… 한번 믿어볼라구? 관에서 금한다며? 양반 ..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17화 그러고는 뒤채로 향하는데 연희패들이 악기며 보따리 등속을 지고 몰려들어왔다. 광대 연희패는 대처의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등의 사대 명절 놀이와 바닷가의 파시, 내륙 교통 요지의 향시, 각 감영의 대목장 등을 돌아다녔는데, 각 지역에 터를 잡고 상인들의 지원을 받아 공연하는 ..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16화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게 묻지도 않고 당신 마음대로 대답하곤 하였다. 우리 딸이 소박맞은 것이 아니라, 정 끊는 칼이 없어 먼저 마음 준 사내를 못 잊는 것이라오. 은근히 넘보려던 사내들은 그런 못된 놈이 어디 사는 누구냐고 차마 묻지는 못했지만, 고슴도치 건드린 범처럼 일시에 사..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10.05
여울물소리 15화 엄마는 역시 옥황상제의 따님인지 앉아서 남의 속내를 다 아는 모양이었다. 십일 월 초순의 어느 날, 방울이 쩔렁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세마를 탄 오 동지가 문 앞에서 내려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나는 찬방에서 내다보고는 얼른 부엌을 지나 뒤채로 건너가, 툇마루에서 호박..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08.22
여울물소리 14화 이제 더 이상 이 집에서 못 살겠소. 이런 꼴을 당하고 가장에게 괄시를 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지요. 아들도 낳지 못하였으니 스스로 소박을 맞겠어요. 하고는 도적이 문서와 치부책을 가져가며 이르던 말을 찬찬히 전해주고, 뒤란 장독대에 귀중품을 숨겨놓았다는 말을 하자마자, 못난 것.. 연재소설·[황석영 연재소설] 201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