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가 을 밤 /김 용 택

아기 달맞이 2011. 7. 20. 19:29




♣ 가 을 밤
        
                 김 용 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 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 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하나 둘 꺼져가면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들판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 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0) 2011.07.22
나의 9월은 /서정윤   (0) 2011.07.21
시인 신경림/ 궁극의 꿈, 새로운 시 (펌)  (0) 2011.07.20
모퉁이/안도현 (낭송 : 국현진)  (0) 2011.07.15
모퉁이 / 안도현  (0) 201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