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 좋은시 2011.10.04
따스한 저녁/오영록 따스한 저녁 오영록 빈집 같은 집에 적막을 흔드는 움직임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것인지 매달려 가는 것인지 부러진 바퀴는 끈이 칭칭 동여져 있다 줄줄 밀고 다니는 것이 아닌 허리를 길게 늘여 한 발짝 앞으로 보내놓고 매달리듯 움츠렸다가 유모차로 몸을 옮기는 할머니 마치 한 마리 자.. 좋은시 2011.10.04
섬진강 1 < 김용택 > 섬진강 1 < 김용택 >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 좋은시 2011.10.02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 좋은시 2011.09.17
간이역 이젠 지워야겠네 한때 가슴에 담겼다가 돌아간 많은 이름과 그 이름의 등뒤로 보이는 마른 풍경들... 시간은 점점 낮게 고이고 내 몸안의 어둠은 하루 종일 아픈데 수련처럼 밀려온 이름 한 잎 다시 삶을 돌아보라 한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나이를 사진에 담고 그 나이만큼의 사랑을 하고 그 사랑만큼.. 좋은시 2011.09.12
가을의 기도 /이해인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 좋은시 2011.09.12
낙엽/이해인 낙엽/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 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즈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의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날이 언제인가 헤아려본다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좋은시 2011.09.07
고향길 - 신경림 고향길 / 신경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 좋은시 2011.09.02
엄마 엄마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글...정채봉 좋은시 201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