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하는 여자 바느질 하는 여자 최윤경 행동이나 말이 조심스럽다 퀼트를 하는 그녀는 그렇게 바느질 하듯 말을 잇고 있다 귀하게 아껴 둔 말 스티치로 이어져 조각보가 되었고 조각마다 드러난 마음이 단단하여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녀 삶의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결코 지치지 않는다 색실.. 좋은시 2014.05.16
[나를 흔든 시 한 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만해 한용운(1879~1944) ‘님의 침묵’ 중에서 만해 스님은 선사(禪師)이자 시인.. 좋은시 2014.05.02
대책없는 봄날/임영조 대책없는 봄날/임영조 얼마 전, 섬진강에서 가장 이쁜 매화년을 몰래 꼬드겨서 둘이 야반도주를 하였는데요. 그 소문이 매화골 일대에 쫘악 퍼졌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도심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아 거기에 있던 꽃들이 나를 보더니만 와르르- 웃어젖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좋은시 2014.03.25
향낭 향낭 -김강호(1960~ ) 차오른 맑은 향기 쉴 새 없이 퍼내어서 빈자의 주린 가슴 넘치도록 채워 주고 먼 길을 떠나는 성자 온몸이 향낭이었다 지천명 들어서도 콩알만 한 향낭이 없어 한 줌 향기조차 남에게 주지 못한 나는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잡초도 못 되었거니 비울 것 다 비워서 더 비.. 좋은시 2014.01.07
가을 일기/ 이 해 인 가을 일기/ 이 해 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물든 내마음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 인것을 가을 보내며 비로서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위에 썻던 고운 .. 좋은시 2013.10.09
정지용의 시 - 향수(鄕愁) 향수(鄕愁)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 좋은시 2013.10.04
가을볕/ 박 노 해 가을볕/ 박 노 해 가을볕이 너무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을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 좋은시 2013.09.23
달팽이의 사랑 달팽이의 사랑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 좋은시 201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