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301

숲 에 관한 기억 / 나희덕

숲 에 관한 기억 / 나희덕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의 지분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정말 그 숲이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좋은시 201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