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길 위에서/ 곽재구 그길 위에서/ 곽재구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지 꽃이 많이 핀 아침을 만나면 꽃향기 속에서 너 에게 편지를쓰지 언덕 위에선 노란 씀바귀꽃 하모니카 불고 실 눈썹을 한 낮달 하나 강물 속 오래된 길을 걷지 별을 만나면 별을 깊게 사랑하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깊게 사.. 좋은시 2010.09.15
가을 전어 / 정일근 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지금 바다는 떼 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 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좋은시 2010.09.07
가을의 의미 / 이채 가을의 의미 이채 피었다 지는 것이 꽃만이 아니고 늘 푸를 수 없는 것이 잎만이 아니더라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당신과 나의 인생이 그러하고 꽃은 져도 열매를 맺고 잎은 늙어도 거름이 되나니 어찌 허무하다고만 하리오 태양이 가장 고울 때는 노을이고 잎이 가장 붉은 때는 가을이니 어찌 .. 좋은시 2010.09.01
이육사-청포도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 좋은시 2010.08.26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바라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 좋은시 2010.08.25
산길 밖에서 산길 밖에서 - 안복식 누군가 낸 산길을 따라 산에 오르다 보면 산은 깊어질수록 고요하고 오를수록 가벼워지는 투명한 마음들과 만나게 됩니다 키작은 억새 바람에 몸을 눕히고 늙은 소나무 허리 굽혀 지키는 곳 그곳은 바람도 숨죽여 오르는 산길입니다 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길은 간간이 정상을.. 좋은시 2010.08.23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 이혜정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가슴으로 부르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아직 그립다고 한마디 말도 못해봤지만 설레는 가슴이 유치할 정도로 그리워 보고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한번쯤 만날 수 있을까 한번쯤 내 가슴에 예쁘게 그려둔 그림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울컥 그리워 보고싶은 사람이 있.. 좋은시 2010.08.20
김남조 ▷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에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좋은시 2010.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