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큰집 (신경림) 시골 큰집 (신경림)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장에 간 큰아버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감도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어둡도록 가마귀가 날아와 운다. 대학을 나온 사촌형은 이 세상이 모두 싫어졌다 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편지를 뒤적이다 훌쩍 뛰쳐 나가면 나는 안다 형은 또 마작으로 밤을 .. 좋은시 2010.12.12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나희덕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 좋은시 2010.12.04
바람이 오면/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에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바람이 오면/도종환 좋은시 2010.12.03
가을 하늘은 어찌 저리도 곱답니까//유승희 가을 하늘은 어찌 저리도 곱답니까//유승희 당신 지나치는 들길 길섶, 산모롱이에도, 살랑바람에 사르르 떨며 연보라 쑥부쟁이는 피었던가요? 온 천지가 화조풍월로 흥청흥청 물마루 치며 와락 덤벼드는 황홀한 가을에 옹글진 이 가슴 타울타울 타 들어가건만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은 짐짓 모른 .. 좋은시 2010.12.02
묘지 / 노천명 묘지 노천명 이른 아침 황국(黃菊)을 안고 산소를 찾은 것은 가랑잎이 빨-가니 단풍드는 때였다. 이 길을 간 채 그만 돌아오지 않는 너 슬프다기보다는 아픈 가슴이여 흰 패목들이 서러운 악보처럼 널려 있고 이따금 빈 우차(牛車)가 덜덜대며 지나는 호젓한 곳 황혼이 무서운 어두움을 뿌리면 내 안에 .. 좋은시 2010.12.01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詩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 좋은시 2010.11.29
* 김용택 / 짧은 해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갈대가 하얗게 피고 바람 부는 강변에 서면 해는 짧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 김용택 / 짧은 해 좋은시 2010.11.13
박경리, <바느질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 시간 특히 잠 안오는 밤이면 돋보기 쓰고 바느질을 했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듯 한땀 한땀 기워 나간.. 좋은시 201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