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능선 억새 은빛 물결 일렁… 청라 은행마을 3,000여그루 장관
오천항 간자미무침 담백한 맛 일품… 무창포항 대하, 대천항 꽃게도 별미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충남 보령의 '삼색 삼미'가 전국의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보령의 세가지 색과 맛은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오서산의 은빛 억새. 국내 최대 토종 은행나무 군락지 청라은행마을의 3,000 그루가 펼치는 황금물결, 신선들이 살았다는 성주산의 빨간 립스틱보다 더 화려한 단풍을 말한다.
보령지역의 단풍 시기는 지난해보다 4∼5일 늦어 이번 주말부터 내달 초까지 최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 성주산 자연휴양림 단풍길.
↑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꼽히는 청라 은행마을.
↑ 오서산 능선이 10월초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억새로 뒤덮여 은빛물결을 연출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오서산 억새는 10월 초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요즘 절정을 이뤄 능선마다 은빛 물결의 수채화를 펼치고 있다. 산자락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을 맞으며 능선을 걷다 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물고기비늘 같은 억새의 일렁임에 취해버린다. 바람소리에 춤을 추며 내는 '으악새 소리'는 귓전을 간지럼 태우며 동화 속 환상을 연출하고 있다.
토종 은행나무 3,000여 그루가 황금빛깔로 물들인 청라 은행마을은 초입부터 컴퓨터 그래픽 같은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마을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마을 안 신경섭 가옥 앞에 있는 수령 500년의 수 은행나무는 3,000여 그루 암 은행나무의 '남편'노릇을 하는 유일한 수 나무이다. 삼천궁녀를 거느렸다는 백제의 의자왕이 비견돼 '은행나무 의자왕'으로도 불린다. 나이가 500살을 넘었지만 아직도 청춘이다. 200∼300년 어린 주변의 암 은행나무보다 튼튼한 수세를 자랑하고, 주변 나무 모두 노란빛이지만 아직도 푸른 은행잎을 지니고 있다
매년 단풍축제가 열리는 성주산에는 지난주 말부터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해 이번 주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성주산 자연휴양림에서는 단풍과 함께 피톤치드를 다량 발산하는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화장한 듯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화장골'이라 불리 우는 심원동 계곡 일대는 단풍길 드라이브에 안성맞춤이다.
세 곳을 둘러본 뒤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면 가을바다의 세가지 진미를 즐길 수 있다.
보령의 '삼미'는 무창포항의 대하와 대천항의 꽃게, 오천항의 간자미.
매년 대하축제가 열리는 무창포항은 대하잡이가 끝날 시기인데도 대하 어획량이 예년보다 7배 가량 늘어나는 등 아직도 대하잡이가 이루어지고 있다. 11월 중순까지 자연산 대하를 맛볼 수 있다.
풍어를 이룬 대천항의 꽃게도 식도락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고 있다. 보령 꽃게는 영양분이 풍부한 천수만 일대에서 잡히기 때문에 게살이 통통하며 껍질이 단단하고 청록색의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충청수영성이 있는 오천항에서는 간자미를 맛볼 수 있다.
간자미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고르게 서식하지만 보령과 태안 등 천수만 일대에서 많이 나는 심해성 어종이다. 2월 말부터 잡히기 시작해 3∼5월이 제철이지만 추위가 시작되는 늦가을부터 겨울에 뼈가 가장 연하고 육질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보령시 관계자는 "요즘 보령을 찾아오면 전국 어디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고 눈과 귀, 입이 모두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그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산① 기억과 창조의 두 날개로 날아오르다 (0) | 2013.11.19 |
---|---|
개성 넘치는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간이역 (0) | 2013.11.11 |
고즈넉한 정취가 담긴 산나물밥상, 돌담사이로 (0) | 2013.10.27 |
몰랐던 명소·특산물 30選… 1등 新安 '해풍건정' (0) | 2013.10.24 |
향긋한 꽃차와 도자기가 어우러진 곳 (0) | 2013.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