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향긋한 꽃차와 도자기가 어우러진 곳

아기 달맞이 2013. 10. 14. 10:10

꽃들이 모여 사는 마을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면 멀리 두고 온 고향집처럼 그리워지는 풍경이 있다. 오래 전 강원도 여행을 하던 중에 북한강 물길 따라 우연히 들렀던 동구래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마을이라고 하면 본래 사람이 사는 동네인데 이곳은 신기하게도 꽃들이 주인인 들꽃 마을이다.

사람 사는 집은 촌장 댁 한 곳뿐이며 산국화 할머니라고 불리는 어머니와 단 두 분이 산다. 산악 구조원이었던 촌장님이 산을 다니며 바위 틈에 자라는 야생화에 빠지면서부터 마을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래 늪지대였던 북한강 끝자락 하남면 원천리를 혼자 힘으로 정성 들여 밤낮으로 가꾼 끝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들꽃 마을로 만들었다.

처음 동구래마을에 갔을 때 함께했던 일행들과 가을 꽃 속에 묻혀 이야기를 나누는데 촌장님은 살며시 국화차를 건네 주시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어디서 왔는지 흰 토끼 한 마리가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이곳에서 꽃차를 마셔 본 이후로 이제는 기회만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꽃차를 마시게 되었다. 차에서 꽃 향기가 느껴질 때마다 신기하게도 동구래마을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함께 온 아이들은 도자기 공방에서 도예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흙과 함께 놀았고 나중에 집으로 배달된 구워진 도자기는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손이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왜 마을 이름이 동구래일까?'궁금해서 촌장님께 여쭤 보고 싶었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스스로 해답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마을에 앉아 올려다 본 하늘은 모양이 동그랬다. '아하~ 이거였구나.' 혼자 생각하고 좋아라 했었는데 몇 년 후 다시 찾아와 마을 입구 안내판에 적힌 글을 보니 오래 전 스스로 내린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동구래'란 '동그란'의 어원에서 유래되었으며 모든 사물의 시작인 씨앗과 꽃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마을 한가운데서 하늘을 보면 신기하게도 정말 하늘이 동그랗다. 촌장님은 동구래마을 인근에 사는 사람들과의 모임도 호박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여럿이 함께 모여 다투지 말고 둥글둥글 잘살아 보자는 뜻이라고 한다. 마침 이 마을 지명도 원천리이고 보면 촌장님과 동구래마을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인연이었던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금 캐러 가는 물 위 야생화 길

화천에서는 23신선과 함께하는 동려이십삼선로가 있는데 그중에서 제 4선로가 '금 캐러 가는 물 위 야생화 길'이다.

동구래마을부터 금광 굴까지 북한강을 따라 걷는 산책로로 길이는 1.8Km이다. 금광굴을 만나면 그쯤에서 동구래마을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연꽃과 함께하는 수변 복원 길을 따라 계속 1.2Km를 더 걸어가면 연꽃마을이 나온다. 두 길을 합쳐 '동구래마을부터 연꽃마을에 이르는 탐방로'라고도 부르는데 자연스러운 흙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느낌이 좋다.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금광굴은 과거 동구래마을 일대가 금을 캐던 지역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일제 강점기 때 금을 채굴하던 굴은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대부분 물속에 잠기고, 이곳이 유일하게 남은 이 지역 금광의 흔적이다. 금광 굴의 길이는 70m로 굴속에는 아직까지 금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금을 캐서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마음으로 걷는 길이 아니다 보니 금광 굴은 그저 뜻밖의 구경거리일 뿐이고 이 길을 걷다 보면 발소리가 재미있다. 꽃과 함께 걷는 봄 길, 적당히 물기 머금은 비 내린 여름 길, 발밑에 마른 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가을 길, 뽀드득뽀드득 쌓인 눈을 밟는 겨울 길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길이 너무나도 고요해서 걸어가다 보면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릴 정도이다. 그때 북한강을 건너온 바람이 툭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며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다른 사람이 만든 생각에 맞춘 삶을 살지 말고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한 시간 남짓 북한강 물길을 따라 걸으며 나의 미래는 나의 것이기에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해 본다. 금 캐러 가는 물 위 야생화 길은 나를 들여다보며 내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값진 금을 캐기에 좋은 산책길이다.

이곳만은 둘러보자!

볼거리

도자기 공방

예약제로 운영되는 도자기 공방 체험과 야외 콘서트가 가능한 공연장이 있다. 또한 동구래마을 창작 스튜디오는 총 5개 동에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의 꽃을 피울 예정이다. 동구래마을에 봄이 오면 색의 잔치인 '봄꽃 축제'가 열리고, 여름이면 '연꽃 축제', 가을에는 '들꽃 마당전'이 열린다. 겨울은 많은 꽃들이 휴식을 하는 시간이지만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꽃 풍경도 정취가 그윽하고 차분해서 좋다. 동구래마을은 화려한 꽃들 사이로 미소를 짓게 하는 도자기들과 도자기에 적힌 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예가가 만든 독특한 화분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꽃만큼 인기가 있다. 꽃이 가득한 뜰 한쪽에 장식인양 높이 세워 있는 항아리들은 촌장님이 흥겨울 때만 DJ가 되어 들려 주는 항아리 음향 스피커이다.

주소: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동구래마을 010-9244-0868

맛 따라 여행 따라

맛집&숙박

-맛집

들꽃마당 카페

백 가지 야생화를 직접 따서 말린 백화차를 비롯해 발효 꽃차 등 갖가지 야생화 꽃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계절 상품으로 꽃빙수도 선보일 예정이다. 촌장님 혼자 들꽃을 가꾸며 차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차를 마시러 가려면 방문 전에 미리 전화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특별식으로는 싱그러운 꽃 비빔밥이 있는데 4인 이상 주문해야 하며 최소한 3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주소: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동구래마을

문의: 010-9244-0868

-숙박

아쿠아틱리조트

화천군이 직접 운영하는 유럽식 펜션으로, 5개의 독채동과 단체 펜션 3개동이 있다. 북한강이 바라보이고, 강에 면한 곳은 넓은 운동장과 수영장과 회의실이 있고, 강가에서 편안한 휴식을 하기에 좋다. 야외 테이블과 바비큐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주소: 강원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578

문의: 033-441-3880 http://www.aquaticresort.com


출처 : 화천에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