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오인태시인]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 < 42 > 성게미역국과 전어구이, '섬진강에서']
나이 먹어갈수록 무슨 일이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사실, 단정이란 어떤 대상과 상황에 대한 규정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신념화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돌아보면 대수롭잖은 일에 목숨 건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죽어도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 "죽어도 용서하지 않겠다."에서부터 심지어 "죽어도 사랑하지 않겠다."까지......, 그리고 얼마나 단정적이었던가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절대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던 때가 있었고, 죽어도 용서 않겠다는 사람을 슬그머니 용서한 일도 있었고, 누구든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지만 한 번도 죽지 않았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일쑤였고 두고 보지 않은 일보다도 두고 본 일이 더 많았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해서 낭패를 당한 경우도 있었으니......,
스스로 세운 자기신념을 스스로 지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찾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되는 건데요. 그리하여 이 가을에도 새로운 사랑이 손을 내민다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에다 미조 해녀들이 직접 따 올린 성게 알을 듬뿍 넣어 미역국을 끓였으니까요, 오는 사랑 막지도 말고 가는 사랑 잡지도 마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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