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싱그럽고 풋풋한 우관 스님의 여름 밥상

아기 달맞이 2013. 8. 24. 06:28

우관 스님의 여름 참맛

우관 스님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이천의 감은사를 찾았다. 절 주변에는 튼실한 열매와 푸성귀가 가득했다. 그것들을 한 움큼 따 볶고 덖고 찌고무쳐낸 우관 스님의 여름 밥상은 싱그럽고 풋풋한 자연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풋풋한 자연으로 만든 여름 밥상

여름 향기가 짙어지는 이맘때 감은사에는 땅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자란 열매와 푸성귀가 풍성하다. 절 앞 텃밭에는 넓은 머위 잎이 바람에 넘실대고, 작고 하얀 열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갖가지 상추와 쑥갓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멋과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감은사를 찾은 에디터 일행은 텃밭에서 우관 스님을 만났다. "스님, 뭐하세요?"라고 물으니, 스님은 머윗대들깨탕에 넣을 머윗대를 잘라내는 중이라고 했다.

머위 잎, 상추 등 아직 흙 내음이 가시지 않은 식재료를 소쿠리에 가득 담아 오는 스님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보물을 캔 부자의 마음인 것도 같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줄 생각에 신이 난 엄마의 마음인 것도 같았다.

스님은 여름엔 동트는 새벽 일찍이 텃밭에 나가 탐스럽게 익은 열매를 따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푸성귀를 거둔다고 한다. 그리고 방금 거둬 온 가지, 열무, 호박, 토마토, 풋콩으로 만든 소소한 반찬들로 점심상을 낸다. 깻잎, 방아 잎 등의 잎채소는 수확해 말리거나 장아찌를 담그고 오미자, 매실 등으로 효소를 만들어 두고두고 먹는다.

뿌리가 영글기 전에 올라오는 부드러운 열무와 이파리가 성글게 붙어 있는 얼갈이배추로 시원하게 김치를 담가 여름내 먹으면 그 아삭함이 찌는 듯한 무더위도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든다.

특히 여름 밥상을 차릴 때, 여름 식재료는 연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은은함과 향긋함을 지키기 위해 오래 찌거나 조리하지 않는다. 날것의 기운이 가실 정도로만 요리해서 제맛을 즐긴다. 그것이야말로 여름 자연의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1 두부방아잎장떡

재료

방아 잎 30g, 두부 1/2모, 밀가루 5큰술, 고추장 2큰술, 된장 1큰술, 물 약간, 들기름·콩기름 1큰술씩, 천일염 약간

만들기

1

방아 잎은 1cm 길이로 잘게 썬다.

2

두부는 끓는 물에 천일염을 넣고 데쳐서 찬물에 헹군 다음 칼등으로 으깬다.

3

밀가루에 물을 조금만 부어 되직하게 반죽한 뒤 고추장과 된장을 넣고 잘 섞는다.

4

방아 잎과 으깬 두부를 3에 넣고 잘 섞어 반죽한다.

5

달군 팬에 콩기름을 두른 후 들기름을 넣고 4를 한 숟가락씩 떠 넣어 약한 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부쳐 낸다.

2 열무곤약된장무침

재료

열무 300g, 곤약 100g, 홍고추 1개, 천일염 1큰술, 양념장(된장 2큰술, 매실액·참깨 가루· 참기름 1큰술씩,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만들기

1

열무는 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줄기의 흙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는다.

2

끓는 물에 천일염을 넣고 열무를 데쳐서 찬물에 헹군 다음 4cm 길이로 썰어 물기를 꼭 짠다.

3

곤약은 2의 끓는 물에 데쳐서 찬물에 헹구고 곱게 채 썬다.

4

홍고추는 꼭지를 제거하고 잘게 썬다.

5

분량의 재료를 섞어서 만든 양념장에 곤약과 열무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홍고추를 섞어 담아 낸다.

가지방울토마토조림

재료

방울토마토 10개, 가지 2개, 청양고추 1개, 간장 2큰술, 들기름?조청 1큰술씩

만들기

1

가지는 꼭지를 자르고 5~6cm 길이로 썰어 십자 칼집을 낸다.

2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따고, 청양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해 잘게 다진다.

3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가지를 충분히 볶는다.

4

3에 간장과 조청을 넣어 뒤적인 뒤 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서 2~3분 더 익힌다.

5

가지가 숨이 죽으면 토마토를 넣고 고루 섞어 푹 익힌 뒤 다진 고추를 뿌린다.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어떻게 하면 맛있는 가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만든 음식이에요. 부드러운 가지와 입안에서 톡 터지는 방울토마토의 상큼함이 잘 어울리는 요리죠. 이게 바로 여름의 진짜 맛이 아닌가 싶어요."
"음식은 대부분 채소물을 사용해 맛을 내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음식은 찌개, 탕 등 국물이 있는 요리죠. 표고버섯, 다시마, 무 같은 채소로 국물 맛의 균형을 잡고 감칠맛을 더해요. 굳이 따로 마련하지 않고 조리하다 남은 채소를 활용해도 좋아요."


깻잎애호박찜

재료

깻잎 12장, 애호박 1개, 빨강 파프리카 1/4개,양념장(오미자 효소 2큰술, 간장·매실 효소 1큰술씩, 물 약간)

1

애호박은 2등분하고 비늘 모양이 되도록 껍질 쪽에 2cm 간격을 주면서 사선으로 칼집을 낸다.

2

깻잎은 줄기를 떼고 돌돌 말아서 곱게 채 썰고, 파프리카는 사각형으로 잘게 썬다.

3

칼집 낸 애호박을 김 오른 찜통에 넣고 7분간 찐다.

4

분량의 재료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5

3을 그릇에 담아 4를 두른 후 깻잎을 소복하게 얹고, 그 위에 파프리카를 올려 낸다.

1 치자풋콩밥

재료

치자 열매 3개, 현미 1컵, 풋콩 1/2컵

만들기

1

현미는 깨끗이 씻어서 4시간 이상 물에 불린다.

2

치자 열매는 깨끗이 씻어서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둔다.

3

풋콩은 껍질을 까서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밥솥에 1과 2를 넣어 밥을 짓는다.

5

밥이 다 되면 3을 넣어 섞어준다.

2 머윗대들깨탕

재료

생머윗대 300g, 느타리버섯 100g, 미나리 50g, 들깨 가루 10큰술, 간장 2큰술, 찹쌀가루·들기름 1큰술씩, 천일염·고운 소금 약간씩,채소물(물 5컵, 마른 표고버섯 3개, 다시마(10x10cm) 2장, 무 1/4개) 2컵

만들기

1

머윗대는 질긴 섬유질을 벗겨낸 뒤 끓는 물에 천일염을 넣고 삶아서 찬물에 헹군 다음 4cm 길이로 썬다.

2

느타리버섯은 손으로 찢고 미나리는 머위와 같은 길이로 썰어둔다.

3

분량의 채소물은 재료를 냄비에 넣고 센 불에서 팔팔 끓이다 중간 불로 낮추고 30분간 푹 끓인다.

4

찹쌀가루를 채소물 2큰술에 되직하게 푼다.

5

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삶은 머위와 느타리버섯을 약한 불에서 충분히 볶는다.

6

남은 채소물에 간장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7

풀어둔 찹쌀가루를 6에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들깨 가루와 미나리를 넣고 고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무심하게 버무려 시원하게 먹는 여름 김치

여름 김치는 홍고추를 갈아서 담그면 훨씬 시원하고, 찹쌀 풀 대신 감자나 보리를 삶아 갈아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양념은 부족한 듯 버무리고, 다소 슴슴하게 간한다. 특히 열무는 절이고 양념을 묻히는 내내 살살 다뤄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사찰에서 담그는 김치는 오신채에 속하는 실파, 김장파, 마늘, 부추, 달래 대신 소금, 고춧가루, 생강으로 양념한다. 젓갈 대신 간장과 된장을 사용하고, 표고버섯과 다시마 삶은 물에 사과즙으로 맛을 낸다.

특히 제피 열매 껍질을 빻은 제피 가루를 넣으면 특유의 개운하고 매운맛을 내기에 좋다. 그렇게 버무린 여름 김치는 처음엔 달큼하고, 아삭아삭 몇 번 씹고 나면 열무 향이 은은하게 퍼져온다. 그리고 마지막엔 제피 가루 특유의 톡 쏘는 알싸하고 매운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얼갈이열무제피김치

재료

얼갈이배추?열무 1/2단씩, 천일염?물 2컵씩, 제피 가루 1작은술,양념(간장 3큰술, 매실액 2큰술, 배 1/2개, 생강 20g, 고춧가루 1컵)

만들기

1

얼갈이배추는 겉잎을 떼고 깨끗이 씻은 뒤 동량의 물에 천일염을 풀고 1시간 정도 절여 헹군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배와 생강은 껍질을 벗겨서 믹서로 곱게 간다.

3

2와 간장, 매실액, 고춧가루를 골고루 섞어 양념을 만든다.

4

얼갈이배추에 양념을 넣어 잘 버무린 다음 제피 가루를 넣고 다시 살살 버무려 낸다.

음식 맛을 살리는 천연 양념

작은 재료 하나도 기운과 효소, 영양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도록 조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른 양념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만 잘 활용하면 자연이 준 맛을 온전히 음식에 담아낼 수 있다.

1 날콩가루

흰콩을 씻어서 잘 말렸다가 믹서에 갈면 날콩가루, 콩을 볶아서 갈면 볶은 콩가루가 된다. 날콩가루로 쑥을 무친 뒤 된장찌개에 넣어 끓이면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2 표고 가루

생표고버섯보다는 향이 더욱 풍부한 말린 표고버섯으로 만든다. 햇빛에 바싹 마른 버섯을 작게 잘라 믹서에 곱게 갈아 사용한다. 국, 찌개, 탕 등의 국물 맛을 낼 때는 말린 것을 그대로 갈고, 조림이나 양념으로 사용할 때는 말린 버섯을 팬에 넣고 약한 불에서 살짝 덖어내면 좋다.

3 다시마 가루

다시마를 젖은 헝겊으로 닦고 그늘에서 바싹 말린 다음 쑹덩쑹덩 잘라 믹서에 갈아 밥을 지을 때나 국물 요리를 할 때 조림이나 전 등에 조금씩 넣으면 구수함과 감칠맛이 살아난다.

4 생강가루

생강을 편으로 썰어 찜통에 찐 다음 완전히 말려서 믹서에 갈아 나물 무침이나 볶음, 된장찌개 양념으로 사용한다. 식재료의 잡내를 없애 깔끔한 맛을 낸다.

5 제피 가루

제피 잎과 열매의 껍질을 잘 말린 뒤 덖어 믹서에 간다. 제피는 알싸한 맛과 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주로 국물 요리나 김치, 생절이에 넣는다. 톡 쏘는 매운맛과 함께 채소의 풋내나 버섯의 비릿한 맛을 잡아준다.

향기로운 여름 장아찌

장아찌는 김치와 함께 사찰에서 항상 두고 먹는 저장 음식이다. 장아찌는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을 사용해 담근다. 간장뿐 아니라 소금, 된장, 고추장, 식초, 유기농 설탕, 꿀, 조청 등으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면 각각의 양념과 재료가 조화를 이뤄 가지각색의 맛과 빛깔을 만들어낸다. 장아찌를 만들 때 갓 결실을 맺어 아직 익지 않은 열매, 어수룩하게 나온 첫 순 등으로 담그면 풋풋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오래된 장아찌에서도 풋풋한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다.

매실장아찌

재료

청매실 1kg, 유기농 설탕 800g, 고운 소금 50g

만들기

1

단단하고 실한 청매실을 준비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매실 꼭지를 떼어내고 세워 십자 모양으로 금을 낸 뒤 나무망치 등으로 내려치거나 칼로 4~6등분하여 씨를 뺀다.

3

씨를 뺀 매실에 설탕 600g과 소금을 넣고 버무려 하루 동안 둔다.

4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3을 넣고 매실이 잠길 만큼 즙을 부은 다음 남은 설탕을 덮어 보관한다.

케일장아찌, 함초장아찌, 풋토마토장아찌, 산초열매장아찌

재료

케일?함초?풋토마토?산초 열매 1kg씩, 간장·매실액·조청·물 1컵씩, 유기농 설탕 1/2컵

만들기

1 케일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2 함초는

초록색이 진하고 굵은 것으로 골라 깨끗하게 씻어서 먹기 좋게 자르고 물기를 뺀다.

3 풋토마토는

꼭지를 떼어 4등분해 두꺼운 반달 모양으로 썬다.

4 산초 열매는

딱딱한 줄기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뺀다.

5

냄비에 간장, 조청, 물을 넣고 팔팔 끓이다 매실액을 붓고 불을 끈 뒤 한 김 식힌다.

6

각각의 용기에 주재료들을 차곡차곡 담고 5을 부어서 누름돌로 누른 뒤 실온에 둔다.

7

3~4일 후 간장물만 다시 한 번 끓여서 식힌 것을 6에 붓고 상온 보관한다.

8

7의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 냉장 보관한다.

기획_조한별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여성중앙 2013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