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만두. ‘양조간강+물+식초+설탕’ 소스에 찍어 먹는다.
글=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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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손만두’ 박혜경 대표가 만두를 빚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만두 잘 빚는다고 어머니께 칭찬 많이 받았다”는 솜씨다.
‘자하 손만두’의 기본 만두소 재료는 고기·두부·숙주다. 김치는 기본 재료에서 빠졌다. 박혜경 대표는 “만두 속엔 뭘 넣어도 된다”면서 “예전엔 겨울에 채소가 귀하고 김치가 흔해 만두소로 김치를 활용했지만, 지금처럼 김치를 돈 주고 사먹는 시대에 굳이 김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에 김치를 넣는다면 먼저 김치 양념을 털어내고 곱게 다진 뒤 참기름을 약간 넣어 조물조물 무쳐 사용한다. 김치 양념을 턴다고 물로 씻는 것은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박 대표는 각 재료를 따로 양념한 다음 한꺼번에 섞어 소를 만든다. “하나씩 먹었을 때도 맛있게”가 그의 양념 원칙이다.
고기는 갈아놓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대 1 비율로 섞어 쓴다. 고기 부위는 기름기가 적은 쪽으로 고른다. 쇠고기의 경우 우둔살을 주로 사용한다. 양념은 고기 600g 기준에 ‘조선간장’ 2큰술(양조간장을 사용할 경우엔 3큰술을 넣어야 한다), 정종 2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파 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후추 약간을 섞어 만든다.
박 대표는 “우리 집의 유일한 조미료는 ‘조선간장’이라 부르는 전통간장”이라고 말했다. “깊은 맛이 좋아 갈비 양념도 조선간장으로 한다”는 것이다. 매년 강원도 정선에서 콩 10가마(800㎏)를 사 충남 보령에 사는 후배에게 보내면, 그 후배가 메주를 띄워 봄에 보내준다고 했다. 그 메주로 박 대표는 음력 1월 마지막 말날 장을 담근다. 올해는 3월 5일 담글 계획이란다.
숙주는 잘 삶는 게 중요하다. 너무 삶으면 실처럼 돼버리고,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 맹물을 끓이다가 숙주를 집어넣은 뒤 색깔이 투명해질 때 재빨리 건져내야 한다. 삶은 숙주를 찬물에 헹궈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빼야 하는데, 이때도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한다. 너무 짜면 질겨지고, 덜 짜면 만두 빚기가 어려워진다. 박 대표는 “‘꽉’ 짜지 말고 ‘꼭’ 짜라”고 조언했다. 숙주 양념은 소금·파·마늘·참기름으로 “나물로 먹어서 맛있을 만큼” 양념을 한다. 이때 후춧가루는 넣지 않는다 .
두부는 베보자기나 면보자기에 싼 뒤 ‘꽉’ 짜서 물기를 최대한 빼고 사용한다. 처음부터 수분이 적은 부침용 두부를 사용하는 게 좋다. 두부 양념도 숙주와 비슷하게 하면 된다.
소 재료가 모두 준비됐으면 이를 한꺼번에 섞으면 되는데, 배합 비율은 1대 1대 1로 맞추는 게 좋다. 무게 기준이 아니라 부피 기준이다. 양념한 고기와 양념한 숙주, 양념한 두부가 모두 비슷한 양이 되려면, 처음 재료 준비를 할 때는 숙주의 양이 가장 많아야 한다. 삶아 물기를 뺀 뒤의 부피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기 600g이면 숙주는 1.5㎏, 두부는 2모 정도 준비하는 게 알맞다. 이 정도 양이면 지름 10㎝ 정도 크기의 만두피로 빚는 만두를 100개 정도 만들 수 있다. 혹 김치를 사용한다면 숙주 양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또 김치의 간이 강하므로 다른 재료 양념을 최대한 덜 짜게 맞춘다.
사람의 에너지가 맛 더해줘
집에서 만두를 빚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만두피용 밀가루 반죽이다. 반죽이 숙성되려면 최소 1시간은 필요하므로, 일단 반죽을 완성해두고 소를 준비하면 된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는 소금을 넣어야 한다. 소금이 글루텐 형성을 도와줘 반죽을 차지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고기 600g 기준, 밀가루는 1.5㎏ 정도 준비하면 되는데 이때 소금 양은 2작은술 정도가 적당하다.
떡만둣국. 한꺼번에 많이 끓일 때는 만두만 따로 삶거나 찐 뒤 떡국에 집어넣는 게 좋다.
반죽이 다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한번 늘려보면 된다. 풍선껌처럼 찍 늘어나면 성공이다. 뚝뚝 끊어지면 더 치대서 반죽의 점성을 늘려야 한다. 다 숙성된 반죽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고, 이를 5㎜ 두께로 썰어 밀대로 얇게 밀면 만두피는 완성된다.
박 대표는 밀가루 반죽 과정에서 물 대신 채소즙을 사용해 만두피에 색을 내기도 한다. 당근즙은 노란색, 시금치즙은 연두색, 비트즙은 분홍색을 낼 때 쓴다. 박 대표는 “음식 색깔이 너무 진하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면서 “색이 진하다 싶으면 채소즙에 물을 약간 섞어 쓰라”고 권했다.
만두의 기본 재료들. 간 고기와 숙주, 두부다.
완성된 만두를 먹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쪄서 먹어도 좋고, 만둣국이나 떡만둣국에 넣어 먹어도 좋다. 찐 만두를 찍어먹는 간장은 양조간장에 물과 식초·설탕을 넣어 만든다. 이때 물의 양은 간장의 3분의 1 정도로, 꽤 많이 들어간다 싶게 넣어야 만두를 찍어먹기 적당하다. 만둣국·떡만둣국 국물은 쇠고기 양지머리나 사골·꼬리 등을 고아 만들면 되는데, 박 대표는 양지머리를 사용한다. 네다섯 시간 푹 고은 뒤 고기는 건져내 고명으로 사용한다. 곱게 찢어 조선간장·참기름·파·마늘·후춧가루로 양념해 만둣국에 얹으면 된다. 박 대표는 손쉽게 국물 내는 비법 하나도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