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소문난 집에서 배우는 서울식 만두

아기 달맞이 2013. 2. 8. 07:05

 

온 가족이 만들어 봐요, 오복 꼭꼭 담은 오색만두

찐 만두. ‘양조간강+물+식초+설탕’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만두는 떡국과 더불어 대표적인 설 명절음식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쉬 엄두가 나진 않지만, 한번 만들어 두면 평상시 간식거리나 전골 재료 등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또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함께 만두를 빚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명절 분위기 살리는 데도 그만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소문난 만두 맛집 서울 부암동 ‘자하 손만두’의 박혜경(59) 대표에게 만두 맛있게 만드는 법을 물었다. ‘자하 손만두’의 만두는 담백하고 정갈한 서울식이다. 개성·평양 등 이북 지역 만두에 비해 크기가 작고, 간은 다소 심심하다. 박 대표는 “우리 집 음식엔 기밀이 없다”며 만두 빚는 과정을 흔쾌히 공개했다. “비법도 없는데…”라며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따라해볼 만한 그만의 노하우가 줄줄이 이어졌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자하 손만두’ 박혜경 대표가 만두를 빚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만두 잘 빚는다고 어머니께 칭찬 많이 받았다”는 솜씨다.
유일한 조미료는 조선간장

‘자하 손만두’의 기본 만두소 재료는 고기·두부·숙주다. 김치는 기본 재료에서 빠졌다. 박혜경 대표는 “만두 속엔 뭘 넣어도 된다”면서 “예전엔 겨울에 채소가 귀하고 김치가 흔해 만두소로 김치를 활용했지만, 지금처럼 김치를 돈 주고 사먹는 시대에 굳이 김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에 김치를 넣는다면 먼저 김치 양념을 털어내고 곱게 다진 뒤 참기름을 약간 넣어 조물조물 무쳐 사용한다. 김치 양념을 턴다고 물로 씻는 것은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박 대표는 각 재료를 따로 양념한 다음 한꺼번에 섞어 소를 만든다. “하나씩 먹었을 때도 맛있게”가 그의 양념 원칙이다.

 고기는 갈아놓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대 1 비율로 섞어 쓴다. 고기 부위는 기름기가 적은 쪽으로 고른다. 쇠고기의 경우 우둔살을 주로 사용한다. 양념은 고기 600g 기준에 ‘조선간장’ 2큰술(양조간장을 사용할 경우엔 3큰술을 넣어야 한다), 정종 2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파 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후추 약간을 섞어 만든다.

 박 대표는 “우리 집의 유일한 조미료는 ‘조선간장’이라 부르는 전통간장”이라고 말했다. “깊은 맛이 좋아 갈비 양념도 조선간장으로 한다”는 것이다. 매년 강원도 정선에서 콩 10가마(800㎏)를 사 충남 보령에 사는 후배에게 보내면, 그 후배가 메주를 띄워 봄에 보내준다고 했다. 그 메주로 박 대표는 음력 1월 마지막 말날 장을 담근다. 올해는 3월 5일 담글 계획이란다.

 숙주는 잘 삶는 게 중요하다. 너무 삶으면 실처럼 돼버리고,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 맹물을 끓이다가 숙주를 집어넣은 뒤 색깔이 투명해질 때 재빨리 건져내야 한다. 삶은 숙주를 찬물에 헹궈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빼야 하는데, 이때도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한다. 너무 짜면 질겨지고, 덜 짜면 만두 빚기가 어려워진다. 박 대표는 “‘꽉’ 짜지 말고 ‘꼭’ 짜라”고 조언했다. 숙주 양념은 소금·파·마늘·참기름으로 “나물로 먹어서 맛있을 만큼” 양념을 한다. 이때 후춧가루는 넣지 않는다 .

 두부는 베보자기나 면보자기에 싼 뒤 ‘꽉’ 짜서 물기를 최대한 빼고 사용한다. 처음부터 수분이 적은 부침용 두부를 사용하는 게 좋다. 두부 양념도 숙주와 비슷하게 하면 된다.

 소 재료가 모두 준비됐으면 이를 한꺼번에 섞으면 되는데, 배합 비율은 1대 1대 1로 맞추는 게 좋다. 무게 기준이 아니라 부피 기준이다. 양념한 고기와 양념한 숙주, 양념한 두부가 모두 비슷한 양이 되려면, 처음 재료 준비를 할 때는 숙주의 양이 가장 많아야 한다. 삶아 물기를 뺀 뒤의 부피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기 600g이면 숙주는 1.5㎏, 두부는 2모 정도 준비하는 게 알맞다. 이 정도 양이면 지름 10㎝ 정도 크기의 만두피로 빚는 만두를 100개 정도 만들 수 있다. 혹 김치를 사용한다면 숙주 양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또 김치의 간이 강하므로 다른 재료 양념을 최대한 덜 짜게 맞춘다.

사람의 에너지가 맛 더해줘

집에서 만두를 빚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만두피용 밀가루 반죽이다. 반죽이 숙성되려면 최소 1시간은 필요하므로, 일단 반죽을 완성해두고 소를 준비하면 된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는 소금을 넣어야 한다. 소금이 글루텐 형성을 도와줘 반죽을 차지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고기 600g 기준, 밀가루는 1.5㎏ 정도 준비하면 되는데 이때 소금 양은 2작은술 정도가 적당하다.

 

떡만둣국. 한꺼번에 많이 끓일 때는 만두만 따로 삶거나 찐 뒤 떡국에 집어넣는 게 좋다.
 밀가루 반죽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정은 물 조절이다. “밀가루에 따라 수분함량이 달라 ‘밀가루 얼마에 물 얼마’식의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밀가루 붓고 물 붓고 쥐어봐서 약간 된 듯하게 반죽하다가 물이 부족하면 조금만 더하고…”란 두루뭉술한 설명이 이어졌다.

 반죽이 다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한번 늘려보면 된다. 풍선껌처럼 찍 늘어나면 성공이다. 뚝뚝 끊어지면 더 치대서 반죽의 점성을 늘려야 한다. 다 숙성된 반죽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고, 이를 5㎜ 두께로 썰어 밀대로 얇게 밀면 만두피는 완성된다.

 박 대표는 밀가루 반죽 과정에서 물 대신 채소즙을 사용해 만두피에 색을 내기도 한다. 당근즙은 노란색, 시금치즙은 연두색, 비트즙은 분홍색을 낼 때 쓴다. 박 대표는 “음식 색깔이 너무 진하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면서 “색이 진하다 싶으면 채소즙에 물을 약간 섞어 쓰라”고 권했다.

 

만두의 기본 재료들. 간 고기와 숙주, 두부다.
 준비된 피에 소를 넣고 만두를 빚는 방법은 다양하다. 피에 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을 만든 뒤 피의 양쪽 끝을 모아 붙이는 방법도 있고, 박 대표가 어머니에게 배웠다는 “그냥 한번 쥐었다 놓으면 되는” 방법도 있다. 박 대표는 “앙징맞게도 빚어보고 주름도 잡아보고 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라”면서 “정성껏 빚는 만두는 어떤 모양이든 사람의 에너지가 들어가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완성된 만두를 먹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쪄서 먹어도 좋고, 만둣국이나 떡만둣국에 넣어 먹어도 좋다. 찐 만두를 찍어먹는 간장은 양조간장에 물과 식초·설탕을 넣어 만든다. 이때 물의 양은 간장의 3분의 1 정도로, 꽤 많이 들어간다 싶게 넣어야 만두를 찍어먹기 적당하다. 만둣국·떡만둣국 국물은 쇠고기 양지머리나 사골·꼬리 등을 고아 만들면 되는데, 박 대표는 양지머리를 사용한다. 네다섯 시간 푹 고은 뒤 고기는 건져내 고명으로 사용한다. 곱게 찢어 조선간장·참기름·파·마늘·후춧가루로 양념해 만둣국에 얹으면 된다. 박 대표는 손쉽게 국물 내는 비법 하나도 알려줬다.

 
 “간 쇠고기에 양념을 한 다음 맹물이 팔팔 끓을 때 동전 크기로 뚝뚝 떠 넣으세요. 수제비 만들 때처럼요. 어느 정도 끓인 뒤 조선간장으로 국물 간을 맞춰 만둣국 만들 때 쓰면 되죠. 고기는 건져 으깨서 고명으로 얹고요. 집에선 이렇게 끓여먹어요. 할머니한테 배운 방법이지요. 한번 해보세요. 진짜 간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