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완서 작가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는 좋은 길동무였다. 1994년 동료 문인들과 함께 중국 여행에 나선 두 사람이 구이린(桂林) 시내의 동굴에서 함께한 모습. [사진 문학동네]
고인은 생전 김 교수를 고산자(古山子) 김정호(?~1866)에 견주며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동시대 우리 문학의 지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책은 그런 김씨가 그린 박완서 문학의 지도다. 또한 한국 문학의 큰 작가인 고인과 그에 버금갈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나누는 대화록이다.
두 사람은 인간적인 약점이나 고뇌, 사람 사는 속내를 서로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각자의 작품과 글을 꼼꼼히 챙겨봤던 그들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정확하게 읽어낸 ‘지음(知音)’이었다.
김 교수는 가정주부로 뒤늦게 등단해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거머쥔 고인의 행보가 자못 불편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작가다워야 하고 대중성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고인의 역랑은 이런 편견을 이내 깨버린다. 김 교수는 “자줏빛 한복을 입은 기품 있는 중년의 가정주부로 기억됐던 그 여인이 소설계 최고 경지에 올라 공작새처럼 화려한 춤을 추는 걸 보는 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고 토로한다.
책의 뒷자락에 자리한 고인의 사진은 김씨가 남긴 박완서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초점도 맞지 않는 ‘똑딱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지만, 사진 속 고인은 그리운 모습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