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쇠오리·말똥가리·흰둥새 등 100여 종 넘어
선유도공원·밤섬 등서 조류관찰 프로그램 제공
고덕수변 생태복원지의 ‘철새 탐조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조류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작은 사진 위는 비오리, 아래는 가마우지. [서울시 제공] | |
18일 오후 서울시 강동구 고덕수변생태복원지. 고덕천 하류와 한강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니 억새·찔레나무·조팝나무·버드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찔레나무와 조팝나무의 열매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의 훌륭한 먹이다. 조류해설사 김선민(28·여)씨는 “철새의 배설물에 섞인 각종 나무의 씨앗은 사람이 뿌린 것보다 잘 자라 생태계 복원에도 좋다”고 말했다.
강기슭에는 물새들의 쉼터가 되는 모래톱에 갈대가 우거져 있다. 유유히 지나가는 큰고니(백조) 3마리는 몸집이 커서 쌍안경을 끼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다. 옆으로는 비오리 한 마리가 방금 물고기를 낚아챈 듯 물 위로 솟았다. 김씨가 “물새들은 물고기를 낚시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부리가 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갈대와 억새가 우거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여기저기서 물까치·콩새 등이 날아 오른다. 김씨는 “텃새인 까치가 텃세를 부리는 것”이라며 “겨울이면 찾아오는 개똥지빠귀들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자 싸움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이정향(48·여)씨는 “유명한 철새 도래지는 멀리 있어 찾아가기 번거로운데, 집 가까이에서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시베리아의 혹한을 견디기 위해 한강으로 내려오는 겨울 철새들은 보통 11월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큰고니·쇠오리·흰뺨검둥오리 등 물새류부터 노랑지빠귀·개똥지빠귀·말똥가리·흰둥새 등 산새류까지 100여 종이 망라돼 있다. 김씨는 “지난해 한강에서 겨울을 난 철새는 3만여 마리로 추정됐다”며 “한강 생태 환경이 좋아지며 매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똥지빠귀의 경우 매해 두 배씩 개체 수가 늘어나 고덕에서만 2006년 100여 마리, 2007년 200여 마리, 지난해에는 400여 마리가 확인됐다.
큰고니·쇠오리·개똥지빠귀 등이 단골손님이라면 천연기념물인 새매와 칡부엉이·황조롱이 등은 귀한 손님이다. 2007년 처음 찾아왔던 칡부엉이는 지난해 자취를 감췄다가 얼마 전 한 마리가 다시 모습을 보였다.
한강에서 겨울 철새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때는 1월이다. 2월 중순부터는 번식을 위해 하나둘씩 시베리아로 떠난다. 고덕수변생태복원지,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선유도공원, 밤섬 등에서는 12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조류 관찰 프로그램을 운영해 누구나 철새들을 쉽게 이해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4년 처음 시작된 ‘한강 조류 관찰 프로그램’은 강서와 고덕·선유도 등 3곳에서만 진행하다가 시민들의 반응이 좋자 점차 늘려 현재 6곳에서 진행 중이다.
한강은 서울 시민들에게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탐사 코스 옆에 공원이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철새 관찰 프로그램뿐 아니라 ‘나무의 월동’ ‘수생식물 탐방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한강의 매력이다.
고덕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무료로 열리는 ‘한강 겨울 철새 탐조’ 프로그램이 인기다. 쌍안경과 망원경을 지급하며 조류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준다.
밤섬 일대를 수상택시로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7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운영한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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