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싫컷 별을 안고 부엉이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좋은시 2009.08.21
♡열두달의 친구♡/-이해인 ♡열두달의 친구♡ -이해인- 1월에는 가장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서로를 감싸 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조금씩 성숙해지는 우정을 맛 볼 수 있는 성숙한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평화스런 하늘 빛과 같은 거짓없는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흔.. 좋은시 2009.08.21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종환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종환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 개 햇살을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 좋은시 2009.08.2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 좋은시 2009.08.21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정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 좋은시 2009.08.21
시골 큰집 (신경림) 시골 큰집 (신경림)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장에 간 큰아버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감도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어둡도록 가마귀가 날아와 운다. 대학을 나온 사촌형은 이 세상이 모두 싫어졌다 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편지를 뒤적이다 훌쩍 뛰쳐 나가면 나는 안다 형은 또 마작으로 밤을 .. 좋은시 2009.08.21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 좋은시 2009.08.21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서 - 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 좋은시 2009.08.21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네 고백의 화살에 심장부를 맞아 생의 속옷을 입었으므로 나의 피는 1년에 3천만 번 꽃을 피워 동맥의 길을 따라 8만 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는 너에게 간다 너의 눈동자는 무수히 많은 별 하얗게 꽃씨를 뿌리며 조하의 노을 속 걸어서 내게 온다 너의 두 개의 속귀 세 개의 .. 좋은시 200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