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tyle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의 감성 밥상 2
꽃 좋은 시절입니다. 마당이며 들녘에 순서대로 피고 지는 꽃들이 있어 꽃시장에 가지 않고도 꽃 속에 파묻힐 수 있어요. 야생형 꽃놀이가 시작된 것이죠. 특히나 손님이 갑자기 방문하게 되었을 때 신발을 꿰어 신고 뛰쳐나가기만 하면 해결이 되니 이렇게 오달질 수가 없어요. 이달에는 저 몰래 서로들 약속이라도 한 듯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부쩍 많네요.
꽃꽂이를 배운 적이 없어 규칙이나 공식은 당연히 몰라요. 그러니 ‘나 잘해요’ 하고 뽐낼 수도 없으니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즐기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흥이 납니다. 꽃을 만지고 놀 때면 꺼져가는 기운도 살아나요. 마술 같아요. 조팝꽃이 방글방글 피었네요. 가지가 유연한 편이어서 꽃병에 툭 던지듯 꽂아도 멋이 나고 둥글게 말아 모양을 잡기도 수월해요. 테이블 가운데에 센터피스로 놓아도 예쁘고, 디저트를 담아 낼 때 곁들이면 후식을 더 돋보이게 해준답니다.
자줏빛 살얼음, 오디빙수
오디는 아직 초록빛 애송이여서 작년에 갈무리해둔 것을 갈아 얼렸답니다. 바야흐로 빙수의 시대니까요. 이왕이면 맨 얼음보단 열매를 섞어 얼린 빙수가 건강함이 가미되어 입도 마음도 흡족해지지 않겠어요.? 빛깔 좀 보세요. 건강! 건강! 하지 않은가요. 넉넉하게 훑어둔 뽕잎으론 차를 덖어볼 참입니다. 몇 해 전에 덖어본 뽕잎차의 깊은 맛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보려고요. 그러고 보면 뽕나무 한 그루가 내어주는 즐거움과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기본 재료 오디 150g, 물 4컵, 조린 팥 4큰술, 우유 3큰술, 연유·과일·견과류 약간씩
만드는 법
1 믹서에 오디와 물을 넣어 간 다음 얼음틀에 부어 얼린다.
2 ⓛ이 얼면 곱게 갈아 빙수 그릇에 담고 우유를 뿌린 다음 조린 팥을 올린다.
3 기호에 따라 연유나 과일, 견과류 등을 올려 먹는다.
들꽃 부케와 리스
나도 꽃이다! 하고 소리 없이 외치는 돌단풍 꽃은 수수해서 아름답습니다. 그 바로 곁에 무성하게 자라는 비비추 잎과도 썩 잘 어울려요. 잎과 꽃을 돌아가며 섞어 묶으니 부케가 됩니다. 돌아가는 손님의 두 손에 쥐여드리면 그 어떤 답례에 지지 않는 고운 선물로 변신하게 되지요.
아, 제가 누군가의 집에 방문할 때에도 이 방법은 자주 사용하곤 해요. 이다음에 딸아이의 결혼에도 만들어주고 싶은 소박하고 순수한 부케예요.
봄도 끝자락이 되니 죽단화가 곧 떠날 태세여서 리스를 엮어보았어요. 황매화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꽃이에요. 마침 신혼의 부부가 놀러 온다기에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환영할 겸 해서죠. 초록과 노랑의 대비가 선명해서 기분마저 상큼해집니다. 목단의 빛깔과 향기는 아찔할 정도로 유혹적이군요.
목단은 꽃의 얼굴이나 향기가 워낙 독보적이어서 두어 가지 꺾어 들고만 있어도 절로 꽃다발이 되어요. 좋아요! 오늘의 목단 부케는 제게 주는 꽃입니다. 이렇게 모아 쥐자니 부산한 몸과 마음이 절로 다소곳해지고 수줍은 새 각시가 된 기분마저 드네요. 소소하지만 특별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수수한 식재료가 주는 특별한 맛
돼지감자, 하수오, 동충하초 등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살펴보면 시골의 들에서도 건강을 대변할 재료는 무궁무진해요. 값비싼 약재를 챙겨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거칠거칠하게 들 기운을 담뿍 받고 자란 제철의 재료들을 맛있게 먹는 것 또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겠지요.
돼지파는 마늘밭 옆에 한 고랑 심은 것인데, 쪽파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다가 수확을 했을 때 자주 양파 같은 빛깔에 알맹이는 마늘만한 신기하고 독특한 재료예요. 지단을 도톰하게 부쳐 버섯과 함께 두른 돼지파 강회는 눈이 먼저 즐거워집니다. 데친 돼지파를 찬물에 헹구며 한입 넣어보니 무슨 설탕을 발라놓은 것 같아요.
매운 추위를 강단 있게 버틴 오롯한 결과임을 알게 되었어요. 삶은 소고기 편육이나 해물을 데쳐 감아주면 더 야무진 맛이 날 터이지만 화장기 없는 담담한 맛도 좋습니다. 논둑에 낮게 돋아난 돌미나리가 마침 눈에 띄어 물김치를 담가보았습니다. 물미나리와 달리 향이 그만이에요. 뒤란의 골담초 꽃 몇 송이를 섞었더니 그 맛이 더 각별해지는군요.
돌미나리를 따 집에 돌아오다 보니 지난겨울 폭설로 쓰러진 집 입구의 뽕나무가 몸을 반쯤 뉜 채로 연한 잎을 틔워 있는 게 눈에 띕니다. 한 움큼 훑어 들기름으로 다글다글 볶은 다음 솥에 안쳐 뽕잎밥을 지었지요. 머릿속까지 감도는 구수함이 상상 그 이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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