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는 할멈 김옥란씨가 텃밭에서 직접 가꾼 호박잎으로 만든 호박잎된장국
↑ 꿈꾸는 할멈 김옥란씨가 숙박속껍데기로 만든 깍두기
↑ 김옥란씨의 '꿈꾸는 할멈' 책 표지
'꿈꾸는 할멈'이라니! 책 제목부터 잘못됐다. 이 시대의 멘토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말하지 않았나. "꿈을 꾸는 한 청춘"이라고. 숫자에 불과할 뿐인 나이로 김옥란(62), 그녀를 할멈으로 칭하는 것은 불경이다. 하지만 책 제목을 붙인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김씨의 블로그 문패가 '꿈꾸는 할멈'이니. 김씨는 1일 "손녀가 있으니 당연히 할멈"이라며 호호 웃었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글들이 감칠맛 나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출판사 글꾼들의 솜씨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블로그(blog.naver.com/yoriteacher)를 들어가 보니 책은 그녀의 글을 그대로 옮겨 놓았을 뿐이었다. '60에 블로그를 시작한다'는 소개 글이 있는 그녀의 블로그는 군침 돌게 하는 요리와 소소하지만 빛나는 그녀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아범의 건강식'과 '달콤한 간식'을 소개하는 요리코너, 새댁을 위한 '요리의 기초' 코너는 요리에 관심 없는 이들도 그녀의 글 솜씨 덕에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왕초보 농군인 그녀의 텃밭농사 일기를 담은 '사는 이야기'는 일상이 팍팍할 때 들춰보길 권한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를 테니까. 여행지의 맛집과 길에서 만난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로 담아낸 '여행' 코너는 사는 것이 심심해질 때 조미료로 활용할 만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바느질과 뜨개질'을 보여 주는 코너는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60대 소녀를 만나는 경이로움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어떤 할머니의 부엌살림 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책이 나온 뒤 새로 생긴 '꿈꾸는 할멈의 처음 책 이야기 코너'에는 출판사 '에프북' 식구들과의 교감이 담겨 있다.
스스로 '살림 중독'이라고 할 만큼 부엌을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할멈은 사실 여느 할머니는 아니다. 가정요리 선생님을 30년이나 한 전문가다. 스마일쿡 요리 연구소 대표로 EBS 최고의 요리비결,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MBC 감성매거진 등에 출연한 요리 전문가다. '후다닥 건강밥상' '냄비로 만드는 웰빙요리' '천하무적 퀸' 등 요리책도 3권이나 냈다.
그런 그가 몇 해 전 아파트 30년 살림 홀딱 짊어지고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는 "살아보니 시골은 마음을 단련하는 훈련소 같다"고 말한다.
"꿈에 그리던 시골집으로 와 보니 텃밭과 꽃밭은 온통 일거리이고, 열린 담장으로 콩팥콩팥 드나드는 이웃은 반갑지만 낯설었으며, 당장 필요한 것이 있어도 십리 밖으로 달려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기본이었습니다."
마당 있는 집 타령 함부로 하지 말라고, 일개미처럼 바락바락 기어 다녀야 한다면서도 그녀의 블로그에는 깨소금 냄새가 진동을 한다. 10년 묵은 귀한 된장을 품은 채 노숙하던 장독들에게도 집을 마련해주고, 돌멩이 천지인 텃밭을 맨손으로 일궈 깻잎 방울토마토 등등 수확도 하고. 텃밭에서 거둬들인 것들로 할멈의 영원한 짝꿍 할아범을 위한 건강식을 만들어낸다.
할아범의 건강식 코너를 따로 만들 정도이니 할멈과 할아멈의 정은 엄청 도타우리라. 할멈은 "물론 그렇다"면서도 싸움의 추억을 들려준다. 할아범의 버럭 하는 성미 때문에 할멈은 10여년 전 보따리를 쌌던 적이 있었단다. '서랍을 정리하고 잡동사니는 다 버리고 이빨을 뽀드득 갈면서 냉정하게 정리'하던 할멈 눈에 오래 전 할아범이 준 생일 카드가 띄었더란다.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하구려. 내년에는 꼭 좋은 선물해주겠소."
그 카드 한 장에 할멈의 마음은 눈 녹듯 누그러지더란다. 보따리는 '당근' 풀었고 대청소 한번 잘한 날로 치고 말았단다. 하하… 그 뒤로 또 싸우셨을까? 아마도 서너 번은 싸우셨겠지만 칼로 물을 베면 자국이 남을 리 없다.
고운 정 미운 정 쌓인 할아범에게 할멈이 해주는 건강식을 한번 배워보자. 할멈은 요즘 딱 좋은 메뉴로 수박깍두기와 호박잎된장국을 추천했다. 수박깍두기는 사다먹은 수박의 속껍데기로 만든 것이지만, 호박잎된장국은 바로 할멈의 텃밭에서 수확한 것으로 만든 것이란다. 돈 1만원 들고 나가면 살 것이 없다고 하지만 호박잎은 요즘 정말 싸다. 그러니 주말 식탁에 구수한 호박잎된장국 한번 올려 보자. 수박깍두기는 수박 먹는 날 담고.
할멈은 수박껍데기 숭덩 숭덩 잘라서 고등어조림에도 넣고, 냉국은 물론 무침도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음식쓰레기도 줄일 겸 할멈 믿고 수박껍질깍두기를 한번 만들어 볼라우! 눈이 휘둥그레질걸! 호호" 유쾌상쾌한 꿈꾸는 할멈에게 맛깔스런 여름 요리 두 가지 배워보자.
◇수박깍두기
<재료> 손질한 수박껍질 500g, 천일염 1큰술, 양파 ½개, 고춧가루·다진마늘 2큰술씩, 멸치액젓 1큰0술, 새우젓 ½큰술, 설탕 ⅔작은술, 생강즙 1작은술, 부추 20g, 쪽파 5대
<만들기> ①수박은 남아 있는 빨간 속은 도려내고 껍질도 벗겨내 깍두기를 만들 듯 자그마한 사각형으로 썬다. ②양파도 수박껍데기와 비슷한 크기로, 부추와 쪽파는 짤막하게 썬다. ③①에 소금을 훌훌 섞어서 30분간 절인다. ④절군 수박껍질에 양파를 넣고 몇 번 까불어 준 다음 바로 소쿠리에 쏟아서 물로 헹군 다음 물을 뺀다. ⑤물기가 완전히 빠지면 볼에 담고 고춧가루를 넣고 버물버물 무친 다음 다진 마늘과 생강즙, 새우젓, 멸치액젓, 설탕을 넣고 버무린다. ⑥쪽파와 부추도 넣고 살큼 버무려 김치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호박잎된장국
<재료>애호박 작은 것 1개, 호박잎 10장, 황태 작은 것 1마리, 쌀뜨물 7컵, 된장 3큰술, 무 나박썰어서 1컵, 다진마늘 1큰술, 대파 ½대, 국간장 적당량
<만들기> ①애호박은 홍두깨로 통통통 두드려 적당한 크기로 부순다. 칼로 잘라도 된다. ②황태는 손으로 북북 찢어 물에 담가 불린다. ③호박잎은 여러 번 씻는다. 큰 잎은 겉의 까실거리는 얇은 막을 벗겨낸다. ④쌀뜨물에 황태와 무를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쌀뜨물은 쌀 씻을 때 두 번째 물부터 받아두면 된다. ⑤④에 된장을 넣고 보글보글 끓을 때 호박잎을 넣고 다시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40분쯤 곤다. ⑦호박잎의 초록색이 사라지고 시래기색이 되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불에서 내린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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