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에 마음을 뺏겼다면 이번엔 싱그러운 매실에 반할 차례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운 매화나무는 6월 실한 열매를 안긴다.
매화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연유로 한반도에 옮겨온 건지 전해지는 이야기는 없다. 대규모로 매화나무를 가꾸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일이다. 당시 정부는 농촌 곳곳에 과실나무를 심는 사업을 벌였다. 어여쁜 꽃에 마음이 동해서가 아니라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였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은 연중 강수량이 많고 겨울이 따뜻해 매화 재배지로 적합했다. 지금까지도 이 두 지역은 양질의 매실 생산지로 유명하다..
몸에 좋은 식재료로 알려진 매실은 옛날에는 약으로 더 많이 쓰였다. 허준(1539~1615)이 집필한 『동의보감』에 보면 '매실은 기를 내리고 열과 가슴앓이를 없애준다'고 나와 있다. 매실에는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하다. 유기산의 한 종류인 시트르산은 위장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예전 시골에서 갑자기 체했을 때 소화제 대신 시큼한 매실청을 물에 타 마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해독작용도 뛰어나다. 해서 간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배탈이나 식중독을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매실 대중화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2000년에 방영된 드라마 ‘허준’이다. 당시 최고 시청률이 63.5%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극중에서 허준이 역병을 앓고 있는 백성에게 매실을 먹여 치료한 장면이 나왔는데 이 장면을 본 수많은 사람이 매실을 찾기 시작했다.
집에 매실청을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물에 타 주스로 마셔도 되고 간 맞출 때 설탕 대신 넣어도 좋다. 표면에 상처가 없고 향이 진한 매실을 고른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설탕을 넣고 석달 동안 발효시킨다. 매실과 설탕의 양은 1대1 정도로 맞춘다. 무게 기준이다.
글=홍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