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밥 반찬 무?연근?우엉 ... 말려서 볶으면 색다른 차 되지요

아기 달맞이 2013. 2. 1. 07:39

 

아름지기 '끽다락(喫茶樂)' 기획전에서 만난 일상 속의 차

 

녹차·홍차만 차(茶)란 법은 없다.

반드시 ‘도’나 ‘예’를 따져가며 의식처럼 차를 마셔야 한다는 법도 없다.

무와 연근·우엉 등 생활 속 재료를 활용해 쉽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많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지난 11일부터 서울 안국동 아름지기 한옥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 ‘끽다락(喫茶樂): 차와 하나 되는 즐거움’에선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마시는 차’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끽다락’ 전시회의 자문과 시연을 담당한 전통음식 연구가 조희숙(54)씨를 만나

‘생활차’ 이야기를 들었다.

 

말린 연근을 볶고 있는 전통음식 연구가 조희숙씨

차 재료 말리기 제일 좋은 때

 

“이런 날씨에는 채소를 잘라 2~3일만 햇볕을 쪼이면 바짝 말라요.

지금부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전까지가 채소 말리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

조희숙씨는 청명한 가을 날씨에서 채소차를 끌어냈다.

연근과 무 같은 뿌리채소가 차 재료가 됐다.

 

연근은 두께 3㎜ 정도로 얇게 잘라 찬물에 한 번 헹군 뒤 채반에 널어 말린다.

헹구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약간씩 넣으면 변색을 막을 수 있고, 차로 우렸을 때 간이

더해져 차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소금간은 약간 싱거운 국물 정도로 맞추면 된다.

말리는 장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라야 한다.

아파트 등에서 바람을 찾기 어렵다면 선풍기를 활용한다.

전기 건조기 등을 이용해도 된다.

연근이 바싹 말랐으면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넣고 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볶을 때 너무 세게 뒤적거리면 부서지기 쉬우니 주의한다.

볶은 연근을 채반에 담아 식힌 뒤 밀폐용기에 보관했다 차로 우려내 마시면 된다.

연근차를 컵에서 우려낼 때는 뜨거운 물에 볶은 연근을 3~4조각 넣고 3분 정도 기다린다.

두세 번 우려 마셔도 괜찮다.

연근 중 하얀 연꽃을 피우는 백연근이 일반 연근보다 가늘고 독성이 없으며 맛과 향이

좋아 차로 마시기 적당하다.

차를 우려내고 남은 연근 조각은 버리지 말고 밥을 할 때 얹어 활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연근의 향이 밥에 배어 영양밥 효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연근의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무차도 연근차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무는 겉껍질을 얇게 벗긴 뒤 사방 2㎝로 나박썰기를 한다.

썰어놓은 무를 채반에 널어 말린 다음 깊이 있는 팬에서 갈색이 날 때까지 볶으면 된다.

볶는 과정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난다.

무는 향이 강해 차 한 잔 우릴 때 2조각 정도만 넣으면 된다.

국화차, 메밀차 등과 함께 우려내도 잘 어울린 맛이 난다.

무에는 소화효소가 들어있어 배에 가스가 잘 차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차다.

 

도라지 뿌리나 우엉으로도 차를 만들 수 있다.

얇게 썰어 말린 뒤 볶거나 구워 만들면 된다.

백연근차. 메밀차. 무차. 이들 차는 하나씩 마셔도 좋지만 두세 가지를 '블렌딩'해도 맛과 향이 잘 어울린다.

흔한 재료, 쉬운 레시피 무궁무진

과일과 곡물도 차 재료가 된다.

조희숙씨는 “대부분의 식재료가 차 재료가 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며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많다”고 말했다.

곡물차는 아침 빈속에 마시기 특히 좋다.

아침 식사를 걸렀을 때 곡물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메밀차는 시판하는 차도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알이 자잘한 수입 메밀로 만든 것이다.

집에서 만들 때는 국산 통메밀을 사용하면 더 진하고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메밀차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메밀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깊숙한 팬에 넣고 약한 불에서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오래 볶으면 된다.

볶은 메밀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고 습기 없는 서늘한 곳에 두고 사용한다.

복숭아·매실·오디 등 과일은 설탕에 재워 발효시킨 뒤 효소차로 즐기는 게 좋다.

설탕과 과일을 1대1로 섞어 실온에 두면 되는데, 기포가 오를 정도로 발효가 되면 내용물은

건져내고 효소액만 따라 냉장고에서 저온 숙성시킨다.

대략 매실은 석 달, 복숭아·오디·복분자 등은 한 달 뒤에 내용물을 건져내면 된다.

효소차는 효소가 열에 파괴되지 않도록 차갑게 마시는 게 좋다.

요리연구가 조희숙씨의 ‘차와 어울리는 다과’

말린 과일 버무리

계절 과일을 다양하게 말려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이다.

말린 과일과 쌀가루의 양은 1대1로 맞춘다.

요리 전 말린 과일은 소금간을 약간 한 생수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린 뒤 사용한다.

불린 과일을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뺀 뒤 쌀가루와 버무려 찜통에서 15분 정도 찌면 된다.

꺼내기 전 찜통에서 5분 정도 뜸을 들이고, 젖은 면 보자기를 덮어 식힌 뒤 한 입 크기로

떼어 그릇에 담아낸다.

이때 말린 과일 대신 비빔밥 재료를 넣어 버무리를 만들어도 차와 잘 어울린다.

당근·호박·쇠고기·버섯 등을 비빔밥 할 때처럼 볶아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채소 버무리'는 식사대용으로 먹기 좋다.

달고나 대추

국자에 설탕을 녹인 뒤 소다를 넣어 부풀려 먹던 '달고나'를 응용한 다과다.

스테인리스 냄비나 국자를 불에 달군 뒤 설탕 반 컵을 넣고 낮은 불에서 나무젓가락으로

서서히 저어가며 녹인다.

설탕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았으면 젓가락 끝에 식용 소다를 살짝 묻혀 녹인

설탕물에 넣고 재빠르게 휘저어 섞으면서 불을 끈다.

녹인 설탕물이 부풀어오르면 스테인리스 양푼에 탁 치면서 쏟아부은 뒤 5㎝ 정도 길이의

꼬치에 꽂아둔 생대추를 돌려가며 '달고나'액을 덮어씌운다.

설탕 반 컵 분량이면 대략 대추 다섯 알 정도를 '코팅'할 수 있다.

긴 매작과

전통음식 매작과를 테이크아웃 메뉴처럼 만들어봤다.

긴 매작과에 탄산수를 섞은 오미자차를 곁들여 '팝콘+콜라'를 대체할 극장 간식으로

제안한 것이다.

매작과를 만드는 법은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밀가루(2컵)에 소금(8분의1 작은술), 생강즙(3큰술)을 넣고 반죽한 뒤 얇게 밀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노릇하게 튀기면 된다.

반죽이 얇을수록 바삭하고 고소하게 만들어지므로 최대한 얇게 민다.

'긴 매작과'는 밀가루 반죽을 폭 1.2㎝, 길이 17~18㎝ 정도로 잘라 튀겼다.

튀김온도는 섭씨 160~170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