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따뜻한 제철차 폐기운 북돋아
포도차 마시면 혈액순환 효과
가을엔 차가 보약이다. 예부터 한방에서는 가을을 ‘천지의 기운이 가라앉는’ 숙강(肅降)의 계절이라 하여 음위보(飮爲補)를 권했다. ‘음위보’란 “마시는 것으로 몸을 보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차=보약’이라는 것이다. 차가 약만큼의 효능을 발휘하지 못할지라도 “가을 차를 마시면 육체적·정서적으로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현지 려한의원 원장은 “환절기 때에는 폐 기운이 내려가 기관지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며 “따뜻한 차가 몸을 보호하고 감기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따끈한 차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숨을 가다듬으며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덧 마음도 안정되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올 가을, 커피와 탄산음료 대신 손수 만든 ‘나만의 웰빙 차’로 건강을 마셔보면 어떨까. 내가 만든 차를 유리병에 정성스럽게 담으면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 구절초차·쑥부쟁이차
‘가을의 차’ 하면 단연 국화가 으뜸이다. 한방에서 말하는 약재용 국화는 감국을 말하는데, <본초강목>에서는 국화가 간장을 보호하고 두통을 치유하며, 귀를 맑게 하는 것은 물론 피로 회복과 식욕 증진 등 모든 병세에 이롭다고 적고 있다. 반면 야국(들국화)인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민간요법으로 널리 쓰였다.
구절초는 음력 9월9일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민간에서는 선모초(仙母草)라고 불릴 정도로 생리통, 불임, 무월경 등 여성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쑥부쟁이는 기침, 가래, 천식, 기관지, 편도선 등 호흡기 질환 예방에 효험이 있다. 티테라피한의원 이상재 원장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청열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나 목이 따끔거릴 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만드는 법
① 꽃을 딴다. 기왕이면 오전이 좋고, 꽃의 가운데인 노란 부분이 싱싱하고 봉긋이 올라온 것을 택한다. 꽃이 핀 지 오래되어 꽃술이 피어 있거나 꽃 가운데에 검은 구멍이 있는 것은 피한다.
② 깨끗하게 씻은 뒤 끓는 물에 넣어 살짝 데친다. 이때 소금을 약간 넣어준다.
③ 그늘에 1주일 정도 말린다. 이때 꽃이 서로 붙지 않도록 주의한다.
④ 밀폐된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마시는 법: 취향에 따라 찻잔에 꽃을 1~3송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마음을 안정시킬 요량이면 오후에 마시는 게 좋다.
포도차 만드는 법 |
■ 포도차
가을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포도는 주로 주스, 잼 등으로 활용된다. 포도차는 왠지 낯설다. 하지만 옛 문헌을 보면 포도차가 우리 선조들의 차 목록에 들어 있다. <자연을 마시는 우리차>의 저자인 이연자 한배달우리차문화원장은 “조선시대 때 가정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 다섯 가지 차품(茶品)을 기록했는데, 포도차가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포도당과 과당이 주성분인 포도는 몸을 보호해주는 작용이 뛰어나 피로 회복과 부종, 혈액순환에 효과적이다. 비타민 C와 D도 풍부해 피부 미용은 물론, 골다공증 등을 걱정하는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 단, 다이어트를 할 요량이면 과하게 먹지 말아야 한다. 포도송이에서 떨어져 찌그러졌거나 오래 보관해 시들어 처치 곤란이었던 알갱이를 차를 만들 때 활용해보자.
만드는 법
① 포도를 알알이 뜯은 다음 깨끗이 씻는다.
② 포도를 냄비에 담아 포도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끓인다.
③ 껍질과 씨를 체에 걸러 버린다.
④ 거른 포도즙에 설탕을 넣어 다시 한 번 끓인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되도록 설탕을 빼자.
⑤ 식힌 다음 밀폐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마시는 법: 포도즙 자체를 그대로 먹거나, 취향에 따라 물을 섞어 마신다.
■ 대추차
붉게 익은 대추는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열매다. 대추의 단맛은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밥맛을 좋게 한다. 불면증이나 신경쇠약을 겪는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 갱년기 여성이나 수험생에게 효과적이다. 박달나무한의원 부산 해운대점 하성미 원장은 “잠자리에 들기 전 대추차를 마시면 몸이 이완되고 편안해진다”며 “다만, 통통하고 열이 많은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만드는 법
① 벌레 먹지 않고 잘 익은 대추를 고른다.
② 물에 잘 씻어 햇볕에 말린다.
③ 말린 대추에서 씨를 뺀다.
④ 물에 넣고 1시간 이상 대추의 단맛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한다. 물의 양은 대추 100g에 물 1ℓ가 적당하다.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졸이되, 대추즙이 너무 걸쭉해지면 물을 조금씩 더 넣어도 된다. 이때 생강, 계피, 감초, 인삼 등을 넣어도 좋다. 대추 자체의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설탕을 넣을 필요는 없다. 좋은 대추는 끓일 때 흰 가루가 나온다.
⑤ 잘 달여진 대추를 걸러낸 뒤 밀폐된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마시는 법: 즙 자체를 마시기도 하지만 대체로 물에 타 마신다. 취향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넣는다. 잣과 잘게 채 썬 대추를 띄우면 보는 맛도 더해진다. 아침저녁으로 1잔씩 마시면 기분 전환에 좋다.
■ 모과차
모과의 향기는 뛰어나지만 떫고 신 맛이 나 날로 먹기는 힘들다. 주로 차를 만들거나 술을 담근다. 비타민C가 풍부한 모과는 소화기능 개선과 감기, 인후통의 증상에 효과적이다. <본초강목>에는 모과가 가래를 제거하고, 속을 편안하게 하며, 설사병에 잘 듣는다고 적고 있다. 한방에서는 근육통과 관절염, 요통 치료에 쓰인다. 모과 껍질은 버리지 않고 목욕재로 사용해도 된다. 정현지 원장은 “모과는 다리 부종과 무릎 통증에 쓰인다”며 “변비가 있거나 신장·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만드는 법
① 흠집 없이 매끈하며, 노랗게 잘 익은 모과를 골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는다.
② 4등분(또는 8등분)해 속을 꺼내고 얇게 썬 다음 설탕이나 꿀에 재워 모과청을 만든다. 모과와 설탕의 비율은 5 대 5 정도가 되어야 쉽게 상하지 않는다. (얇게 썬 모과를 실에 꿰어 말린 뒤 물에 우려내어 마셔도 모과 특유의 새콤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이 경우 모과 10g에 물 300㏄가 적당하다.)
③ 밀폐된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마시는 법: 한 달 정도 지난 모과청에 끓는 물을 부어 마신다.
도움말: 정현지 려한의원 원장, 이상재 티테라피한의원 원장, 하성미 박달나무한의원 부산해운대점 원장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사진작가 김치윤 제공
약이야? 음료야? 내 몸에 맞춘 건강차
가을이면 우리 몸에 달갑지 않은 불청객들이 찾아오곤 한다. 비염이나 피부 가려움증처럼 환절기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심할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차를 잘 골라 마시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비염 가을철 불청객의 대표 선수다. 코가 막히고 재채기가 나오며 콧물이 줄줄 흐른다. 심하면 눈이 충혈되고 누워 있으면 콧물이 목으로 계속 넘어간다. 더구나 올가을에는 재채기를 자주 할 경우 신종 플루에 걸리지 않았는지 의심의 눈길도 받아야 한다. 이럴 때는 칡차나 박하차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박하는 우리 몸의 열을 줄여주고 칡은 염증을 해소한다. 생강차, 대추차, 계피차, 소엽차, 오미자차 등도 좋다. 생강과 대추를 섞거나 생강과 계피를 섞어 먹으면 더욱 좋다. 비장이 약해 비염에 자주 걸리는 이들은 소엽차가 좋고, 몸에 한기가 많은 이들은 계피가 아주 좋다.
피부건조증 가을 날씨는 맑고 청량하다. 나들이에는 더없이 좋지만 대기 중의 수분이 줄어들면서 피부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주위를 보면 평소와 달리 피부를 긁는 사람이 늘었을 것이다. 이는 기온이 떨어져 땀샘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아토피나 건선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가렵고 각질이 생기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몸 안의 음기가 많이 빠져나가서 생기는 증세다. 수분은 음기다. 사람의 몸도 나무와 비슷해 가을이면 습기가 빠져나가고 남은 것은 몸 안에 저장된다. 이럴 때는 보음(찬 기운을 따뜻하게 함) 구실을 하는 차가 좋다. 당귀차, 구기자차, 오미자차 등이 대표적인 보음차다. 끓여 놓고 물처럼 수시로 마시면 된다.
계절성 우울증 가을이면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다. 평소 활달하던 사람도 왠지 센티멘털해지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또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 또는 배우자와 사별한 이들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마음에 찬바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햇볕을 통해 생성되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세로토닌이 줄어든 때문이다. 일단 햇볕을 자주 쬐면 좋다. 차로는 귤껍질차, 소엽차, 오미자차가 도움이 된다. 특히 귤껍질차는 가슴이 답답하고 짓눌린 느낌이 들 때 마시면 좋다. 콩차도 좋다. 볶은 콩을 뜨거운 물에 우려 콩째 먹으면 된다. 콩에 든 트립토판이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준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도움말 김진경/대전 초현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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