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혜인 기자
한국 고유 생물표본 2만여점 해외유출
국내에선 ‘멸종’ 일본에만 표본 있기도
울릉도 바닷가에 서식하는 '섬초롱꽃'은 8월이면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우는 한국 고유종이다. 고유종은 한국에만 자생하는 동식물종을 말한다. 그러나 이 꽃의 학명(생물학에서 쓰는 세계 고유명칭)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말)'다.
일제강점기 일본학자인 나카이가 처음 발견한 뒤 일본으로 가져가 일본 이름으로 학명을 붙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을 발견한 사람은 학명을 붙일 수 있다.
해외로 유출된 한국 고유 식물표본인 섬초롱꽃, 털중나리, 장수만리(위쪽부터).'금강초롱'도 학명이 하나부사(일본어로 '꽃송이'라는 뜻)다. 이 식물도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밀반출됐다.
오리과인 원앙사촌은 한반도와 러시아 동부에만 서식했다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3개의 표본 중 2개는 금강(1913년 또는 1014년)과 낙동강(1916년)에서 채집됐다. 그러나 한국에는 사진조차 남아 있지 않다. 표본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야마시나조류연구소로 옮겨졌다.
외국으로 유출된 한국의 고유 생물종 표본이 2만4000여점(50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일제강점기에 유출됐다. 일제가 국권과 함께 생물주권까지 강탈한 셈이다.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연관이 조사한 '고유 생물자원의 해외 반출 및 소장 현황'을 18일 공개했다.
국립생물자연관은 2008년부터 미국·일본·중국 등 7개국의 국립박물관과 연구소 24곳을 방문 조사했다. 모두 2만4772점의 한국 고유종 표본이 해외에 소장돼 있었다. 절반가량인 1만2569점은 일본의 국립박물관과 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다.
고유종은 주로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중반 사이에 한반도 전역에서 채집된 후 해외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고유종을 개량한 후 그 종에 대한 재산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한라산과 지리산에 사는 우리 고유종인 구상나무는 1904년 유럽으로 건너간 뒤 개량작업을 거쳐 유럽·미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고 있다. 종의 재산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1947년 유출된 털개회나무는 미국에서 미스킴라일락으로 개량돼 한국으로 역수입되고 있다. 토종 나리류를 다른 나리류와 교배시켜 얻은 신품종인 털중나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 매년 400만달러(약 44억원)어치를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역수입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2010년 생물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고야의정서(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국제협약)를 체결했다. 나고야의정서가 수년 내에 발효되면 외국에서 거래되는 한국 고유종에 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03년부터 등록한 동식물 고유종은 2177종이다.
홍영표 의원은 "일제강점기에 유출된 고유종에 일본 학명이 붙으면서 우리 고유종의 주권이 철저히 유린됐다"며 "지금이라도 밀반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꽃차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수국꽃차/삽질해왔어요 (0) | 2012.11.07 |
---|---|
꽃도 풀도 보약 되는 가을차 영양차 (0) | 2012.10.22 |
구절초차 감국차 제대로 만드는 방법 (0) | 2012.09.14 |
입 냄새 심할땐 박하차 드세요 (0) | 2012.08.29 |
야생화 절정기 8월_곰배령에서 만난 들꽃들 (0) | 2012.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