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한 맛과 향이 담긴 표고버섯으로 만든 건강한 요리
가을의 진객, 표고버섯 작렬하는 태양과 험한 태풍이 지나고 어느새 다가온 이 가을, 자연이 보낸 귀한 손님이 10월의 입맛을 즐겁게 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삼릉버섯농장에서 마주한 가을의 표고버섯. 오랜 기다림으로 얻어진 진득한 맛과 향이 평범한 요리에 숨을 불어넣는다.
가을 바다에 전어, 대하, 굴이 제철이라면 땅에서는 단연 버섯이 제철이다. 그중 가을 표고버섯은 보송보송하고 쫄깃하며 특유의 향이 진하다. 세계의 뛰어난 진미를 모아놓은 책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서는 '신선한 표고버섯은 순한 흙 맛이 나며, 마치 고기 같다. 말렸다가 다시 물에 넣으면 쫄깃해지고 버섯 맛이 더 강해지지만 여전히 달콤하고 향긋하다'라고 설명한다. 고단백, 저칼로리로 볶음, 조림, 국물 요리에 두루 활용되는 다재다능한 표고버섯은 약용으로 쓰일 정도로 효능 역시 뛰어나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평순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정신을 좋아지게 하고, 입맛을 나게 하며,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 아주 향기로운 맛이 있다'라고 기록한다. 현대 의학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받았는데 표고버섯의 '에리다데민'이라는 성분이 핏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고혈압 수치를 내리게 한다. 또 '레티난'이라는 성분은 항암, 항바이러스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암을 예방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에르고스테롤'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햇볕에 말려 먹으면 골다골증 예방에도 좋다. 이렇게 자그마한 덩치에 비해 영양도 높아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해도 진배없는 표고버섯을 찾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삼릉버섯농장으로 향했다. 원목재배방식에 농약과 제초제를 일절 뿌리지 않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경기도에서 친환경 농법을 보증하는 'G마크'를 잇달아 획득한 곳이다. 그런데 이 원목재배법은 표고버섯이 나기 오래전부터 꽤 오랜 노력을 들여야 한다. 대지의 영양을 먹고 자란 1m 정도의 참나무에 고속회전 드릴로 총 90~100개의 구멍을 뚫는다. 이 안에 버섯 종균을 넣고 다른 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스티로폼으로 구멍을 막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참나무 원목에 종균이 고루 퍼지기를 자그마치 1년 6개월이나 기다린다. 시간을 촉진시키거나 인공 배양을 하지 않고 더디지만 자연의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세워놓았던 원목을 일제히 쓰러뜨린다. 일명 충격요법으로 잠자고 있던 종균이 종족번식에 위협을 느끼게 되어 스티로폼을 뚫고 나와 버섯이 열리게 되는 것. "신선한 표고버섯은 연한 갈색에 기둥이 짧고 굵어요. 또 한입 베어 물면 마치 양념에 잘 재워둔 고기마냥 향긋한 풍미와 담백한 맛이 좋아요." 실제 표고버섯에는 천연 감미료인 구아닐산을 함유해 요리에 강한 감칠맛을 더한다고. 로마시대에는 '신의 선물'이라 칭했다는 표고버섯. 향긋한 표고버섯으로 가을 미각을 돋우는 버섯 요리를 만들어보았다.
● 표고버섯 동파육
돼지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통째로 요리한 동파육. 표고버섯을 우려낸 국물의 담박한 맛이 좋고 몰캉거리면서 부들부들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재료 표고버섯 20개, 청경채 6포기, 방울 양배추 · 셜롯 10개씩, 조선간장 · 올리고당 4큰술씩, 마른 고추 1개, 다시마(5cm×5cm) 1장, 물 4컵
1 표고버섯은 밑동의 딱딱한 부분을 제거한다.
2 냄비에 1과 물, 마른 고추, 다시마를 넣고 10분간 끓인 다음 다시마는 건진다.
3 2에 조선간장과 올리고당을 섞고 셜롯을 넣어 10분간 끓인다.
4 3의 셜롯이 익으면 반으로 자른 청경채와 방울 양배추를 넣고 5분간 국물이 자작해지도록 졸인다.
● 그린 커리를 곁들인 표고버섯 뇨키
감자를 갈아 넣어 슴슴하면서 쫀득한 맛이 좋은 뇨키에 표고버섯을 다져 넣고 그린 커리를 곁들여 향긋한 향을 더한다.
재료 감자 · 표고버섯 4개씩, 밀가루 2컵,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올리브오일 적당량, 코코넛 밀크 2컵, 그린 커리 페이스트(청고추 8개, 적양파 1/4개, 마늘 4쪽, 피시소스 3큰술, 레몬즙 2큰술, 코리앤더 · 흑설탕 1작은술씩, 건새우 1작은술, 백후추 · 큐민 1/2작은술씩, 생강 조금)
1 감자는 김이 오른 찜통에 푹 쪄서 곱게 으깬다. 표고버섯은 밑동의 딱딱한 부분을 제거한 다음 곱고 다진다.
2 으깬 감자에 다진 표고버섯, 밀가루,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섞어 치댄다.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빚어서 포크로 살짝 눌러 둥글 넙적하게 만든다.
3 올리브오일을 넣은 끓는 물에 2의 뇨키 반죽을 넣고 끓이다가 뇨키가 떠오르면 건진다.
4 그린 커리 페이스트 재료를 모두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시판 그린 커리 페이스트를 활용해도 좋다.
5 중간 불로 달군 팬에 4와 코코넛 밀크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삶은 뇨키를 넣고 고루 버무린다.
● 그릴드 표고버섯과 치즈
표고버섯을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미세한 탄내가 날 정도로 구우면 숯불에 구운 고기마냥 풍미가 좋아진다. 여기에 각종 치즈로 짭조름한 맛을 내고 꿀로 감칠맛을 더한다.
재료 표고버섯 · 호두 12개씩, 리코타 치즈(우유 2컵, 식초 2큰술, 소금 조금), 브리 치즈 1/2개, 파르메산 치즈 적당량, 꿀 드레싱(꿀 4큰술, 간장 1큰술)
1 표고버섯은 밑동의 딱딱한 부분을 제거하고 중간 불로 달군 팬에 넣고 뚜껑을 덮고 1~2분간 굽는다.
2 우유는 따뜻하게 데우고 식초, 소금을 넣고 고루 섞는다. 몽글몽글하게 입자가 뭉쳐지면 고운체에 밭쳐 물기를 빼서 리코타 치즈를 만든다.
3 파르메산 치즈는 얇게 썰고 브리 치즈는 굵직하게 썬다.
4 접시에 1의 표고버섯, 리코타 치즈, 파르메산 치즈, 브리 치즈를 담고 굵직하게 다진 호두를 고루 뿌린 다음 꿀 드레싱을 곁들인다.
● 표고버섯 냉채
배, 오이, 무 등 아삭하게 씹히는 야채에 담백한 맛의 생표고버섯을 곁들인 한식풍 냉채. 드레싱으로 점성이 있고 달착지근한 맛이 좋은 홍시를 활용한다.
재료 표고버섯 · 오이 2개씩, 배 1/2개, 밤 4개, 무 1/10개, 잣 2큰술, 무순 조금, 홍시 소스(홍시 2개, 홀스래디시 1/2작은술, 레몬즙 4큰술, 소금 조금)
1 표고버섯의 갓은 얇게 썰고 기둥은 밑동의 딱딱한 부분을 제거한 다음 가늘게 찢는다.
2 오이는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씻어서 필러로 씨를 제외한 부분을 얇게 벗긴다.
3 배와 무는 필러로 얇게 벗기고 밤은 겉껍질을 벗긴 다음 나박하게 썰어 찬물에 담가 전분을 뺀다.
4 표고버섯, 오이, 배, 무, 무순을 고루 섞은 다음 먹기 직전 홍시 소스를 곁들인다.
● 표고버섯 알리오 올리오
기름에 볶으면 식감이 더욱 쫄깃해지는 표고버섯. 특히 고소한 참기름과 궁합이 좋아 올리브오일 대신 표고버섯과 파스타를 함께 볶은 오일 파스타는 표고버섯이 제철인 가을에 즐기기 좋은 이색 파스타다.
재료 링귀니 220g, 삶음물(물 1L, 소금 · 올리브오일 1큰술씩), 표고버섯 16개, 마늘 16쪽, 페페론치노 8개, 참나물 80g, 참기름 10큰술,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끓는 물 1L에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넣고 링귀니를 8~10분간 삶아 식힌 다음 올리브오일을 약간 넣어 버무린다.
2 표고버섯은 밑동의 딱딱한 부분을 제거한 다음 반으로 자른다.
3 중간 불로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편으로 썬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고 볶는다.
4 마늘이 투명해지고 매운 향이 돌면 표고버섯을 넣고 볶는다.
5 표고버섯이 노릇해지면 삶은 링귀니를 넣고 고루 섞은 다음 잘게 찢은 참나물을 넣고 소금 · 후춧가루로 간한다.
에디터: 이경현
포토그래퍼: 이과용
요리: 문인영
어시스턴트: 김가영, 이효정
촬영협조 및 도움말: 서삼릉버섯농장
'즐거운 요리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이 즐거워지는 채소 '고구마'로 만든 요리 (0) | 2012.10.30 |
---|---|
[여성동아] 1DISH 저칼로리 식사법 (0) | 2012.10.23 |
가을에 영양과 약효가 가장 풍부한 '더덕' (0) | 2012.10.16 |
한국식 피시소스 제주어간장 아시나요 (0) | 2012.10.11 |
두부김밤 (0) | 201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