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초혜님의 '세월'

아기 달맞이 2012. 6. 19. 23:38

그대가 존재하는 까닭은 오래되었다

나의 어디에나 그대는 있다
오래되어 쓰지 못하는 만년필에도 있고
쓰임새가 없어 버려진 손수건에도 있고
책갈피에 넣어둔 냉이꽃에도 있다

그대와
일상언어로 주고받던
웃음에도 있고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에도 있고
싹트는 소리가 들리는
봄밤에도 있다

달그림자에
꽃그늘이 아름다운 밤에도 있고
눈이 내려 쌓이는
밤에도 있고
한밤중
잠들어도 그대는 온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의식 없는 의식 속에도
그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대와 내가 없다면
해가 진들
달이 뜬들
무슨 소용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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