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우리맛] 새조개
회보다 샤부샤부로 먹어야 새조개 참맛 제대로 즐겨, 20초 정도 살짝 익혀야 제맛
한국에선 초고추장에 콕… 日선 폰즈 소스에 찍어 먹어
◇일본의 고급 초밥 재료
새조개는 12월 초부터 잡히기 시작해 요즘 같은 한겨울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며 제철을 맞는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쌍둥이상회' 주인 박용근씨는 "올해는 지난 5일쯤부터 나왔는데 평소보다는 약간 늦은 편"이라고 했다. 가격은 1㎏당 2만원으로 싸진 않다. 박씨는 "한겨울이 되고 출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조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1㎏은 껍데기를 포함한 무게로, 조갯살만 발라내면 600g쯤 된다. 보통 10마리쯤으로, 건장한 남성이 한 끼 먹기에는 약간 아쉬운 정도의 양이다.
한국에서 새조개를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전남 여수와 경남 일부 지역에서 1940년대 중반부터 새조개를 대량 양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으로 거의 전량 수출되다가, 10여 년 전부터 서울 수산시장 등지에도 조금씩 출하됐다. 이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겨울철 별미로 인기를 얻었다.
새조개가 한때 일본으로 전량 수출됐던 건 초밥으로서 수요가 넘쳐났고 자연히 가격도 높이 쳐줬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일본 사람들은 새조개를 '도리가이'라 부르며 고급 초밥 재료로 썼다.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력을 가진 조갯살과 담백하면서도 달착지근하달 정도로 농후한 감칠맛 덕분이다. 글루탐산, 글리신, 타우린 등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을 조개류 중에서도 가장 많이 함유한 축에 속한다.
- ▲ 뜨거운 샤부샤부 국물에 담갔다 꺼낸 새조개 조갯살. 영락없는 새 모양이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새조개는 회로도 먹고 초밥으로도 먹지만, 새조개의 맛을 가장 제대로 즐기는 요리법은 역시 샤부샤부이다. 섭씨 80도 정도로 뜨겁지만 펄펄 끓지는 않는 국물에 새조개를 젓가락으로 집어넣고 살랑살랑 흔든다. 20초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익으면 질겨 맛이 떨어진다. 겉이 살짝 익으면서 조갯살은 더욱 탱탱해지고, 열을 받아 맛 성분이 활성화된다. 흔히 한국에서는 초고추장을, 일본에선 간장과 식초 등을 섞은 폰즈 소스에 찍어 먹는다.
새조개 서너 개만 담가도 맑던 샤부샤부 국물이 뽀얗게 변할 정도로 농축된 풍미가 녹아난다. 여기에 죽이나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별미다. 한국에서는 최근 라면 사리를 넣고 끓여 먹는 이들이 많다. 라면 사리에서 우러난 기름이 새조개의 감칠맛을 더욱 강하게 이끌어낸다. 라면 사리를 넣을 때의 포인트는 수프분말을 넣지 않는 것. 사리가 다 익으면 수프분말을 살짝 뿌려 먹는 편이 새조개 본연의 국물 맛을 해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