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복'을 부르는 세계의 신년 음식

아기 달맞이 2012. 1. 4. 23:37

중국 생선찜 - 머리부터 먹어야 복 받아
일본 소바 - 국물까지 싹 비워야 부자 돼
프랑스 파이 - 인형 든 조각 집으면 '그날 왕'

국적과 문화, 종교가 달라도 새해의 행복을 기원하며 특별한 음식을 즐기는 것은 세계인 공통의 풍습인 모양이다. 호텔가는 2012년을 맞아 각국의 새해 행복을 기원하며 먹는 신년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의 신년 음식은 종류도 맛도 다르지만 ‘새해의 행운을 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이룬다. 사진은 서울신라호텔 중식총괄조리장 후덕죽 상무가 중식당 팔선에서 중국 신년 음식(왼쪽부터 전가복, 활어찜, 니엔까오)을 소개하고 있다.
■음식에 새해 기원 담긴 중국의 생선찜·전가복

음력설을 지내는 중국은 음력 12월 31일 온 가족이 모여 밤새 먹고 이야기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낸다. 이때 먹는 음식을 '니엔이예판(年夜飯)'이라 한다. 지방마다 음식의 종류는 차이가 있지만 '복(福) 의미를 담은' 물만두, 니엔까오(중국 떡), 전가복, 생선찜 등을 주로 먹는다. 서울신라호텔 중식총괄조리장 후덕죽(63) 상무는 "중국의 신년 음식은 그 이름에도 새해의 기원이 담겨 있다"고 귀띔했다. 팔선(02-2230-3366)은 1월 한달 동안 '꽁시파차이(恭喜發財·'부자 되세요'라는 중국의 신년 인사)'를 선보인다. 코스 요리에는 '해마다 넉넉하기를 축원한다'는 새해 인사인 '니엔니엔요우위(年年有魚)'에서 유래한 활어찜이 포함된다. 후 상무는 "생선을 통째로 조리해 먹는 것이 특징이며, '머리부터 발라먹어야 복이 온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한다. 코스 가격은 18~19만원. 생선찜 단품 주문 시 가격은 생선 종류별로 다르며, 우럭은 10만원·다금바리는 25만원이다. 중국인이 신년 음식으로 즐겨 먹는 '전가복(全家福)'도 마련한다. 전가복은 한자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온 가족의 행복'이라는 의미다. 10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재료의 조합이 마치 멀리 떨어져 지내던 식구들이 한데 모인 모습과 흡사해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다고. 가격은 9만·13만5000원. 모든 가격은 세금 및 봉사료 별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02-317-0494)은 1월 31일까지 물만두와 장수면을 포함한 신년 특선 세트메뉴를 선보인다. 신년에 먹는 물만두는 옛날 중국의 동전 모양으로 만두를 빚고 그 안에 동전이나 대추 등을 넣어 쪄서 만든다. 동전에는 재물운, 대추에는 장수의 뜻이 있다. 긴 면발의 장수면 역시 중국인들이 한 해를 시작할 때 장수를 기원하며 먹는 음식이다. 가격은 점심 12만원·저녁 18만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일본은 새해에 불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대개 3일치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고 연휴 동안 먹는데, 이것이 오세치다. / 밀레니엄 서울 힐튼 제공
■복·풍작을 바라는 일본의 오세치와 오조니

일본은 '오세치(おせち料理)' 요리를 먹으며 새해를 맞이한다. 설은 오곡(五穀)을 지키는 신을 맞이하는 의미가 있어 이때는 불을 사용해 조리하지 않고, 설 전에 미리 요리를 만들어두고 연휴 동안 먹는다. 오세치는 찐새우와 검은콩·멸치·연근·밤·다시마·청어알 조림 등의 조림 음식을 3~5단의 찬합에 보기 좋게 담아놓은 것이다. 검은콩은 '복', 멸치는 '풍작', 새우는 '장수', 연근은 '지혜', 밤은 '재운(財運)'을 뜻한다. 다시마는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음식이며, 청어알은 자손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의미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 일식당 겐지(02-317-3012)는 1월 8일까지 오세치 요리를 선보인다. 새우구이·초연근부터 유자다데마키·연어곰부시메 등을 마련했다. 가격은 세트 종류별 10만·15만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12월 31일 자정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소바를 먹는 일본의 풍습에 따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는 고객에게 소바 세트를 선물한다. /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조니와 소바도 일본의 새해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오조니는 쉽게 말해 떡국이다. 한국의 떡국과는 맛과 모양이 다르다. 생선·조개·채소·닭 등을 같이 끓인 국물을 붓고 떡을 넣어 먹는다. 12월 31일 자정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소바를 먹는 풍습도 있다.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어야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02-317-0373)는 1~2월 주말이나 설 연휴에 '주말 라이브 오뎅 세트'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사라시나 호리이 소바 면'과 '스시조 홈메이드 소바 소스'를 무료 제공한다.

■파이 안에 인형이? 프랑스의 갈레트 데 루아

1월 초가 되면 프랑스인들은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왕들의 케이크)'를 기다린다. '갈레트 데 루아'는 성경에서 동방 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 날로 기록되는 주현절(1월 6일)을 기념하며 먹는 파이다. 갈레트를 먹기 시작한 것은 14세기부터인데 오늘날에는 종교적 행사보다는 예수의 탄생과 새해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가 더욱 크다. 갈레트 데 루아는 달콤한 아몬드 크림과 버터로 만든 바삭한 파이 안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페브(feve)라는 사기 인형을 넣어 함께 굽는데, 인형이 들어 있는 파이 조각을 먹는 사람이 그날 하루 동안 왕이 되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리츠칼튼 서울 리츠델리(02-3451-8278)는 2009년부터 신년마다 돼지 모양의 사기 인형을 넣은 갈레트 데 루아를 판매한다. 많이 달지 않아 부담이 적고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 이창수 리츠칼튼 총괄 파티셰는 "2009년에 함께 일하던 프랑스인 셰프가 갈레트 데 루아를 만들어보길 권해 시작하게 됐다"면서 "먹는 데 의미와 재미가 있어서인지 고객들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1월 31일까지 판매하며, 가격은 2만5000원(세금 별도)이다.

프랑스인의 신년 음식 ‘갈레트 데 루아’에는 새해 축원을 담은 작은 인형이 숨겨져 있다. 리츠칼튼 서울 리츠델리에서 판매 중이다.
우리나라는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새해에 떡국을 챙겨 먹는다. 떡국에는 가래떡의 무병장수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랑 카페(02-559-7614)는 1월 11~24일 흑미로 만든 다양한 떡국 세트를 선보인다. 고소한 '흑임자 들깨 송이버섯 만두 흑미 떡국',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게살 굴 흑미 떡국', 꿩고기를 넣어 만든 '꿩만두 조랭이 떡국' 등이 있다. 가격은 3만4000~3만9000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한국인에게 정월 대보름은 또 하나의 명절이다. 둥근 달을 보며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날로 오곡밥이나 나물, 부럼 같은 음식을 먹는다.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02-317-7061~2)는 1월 31일까지 새해 정월 특선 코스요리를 선보인다. 코스 중에는 '정월 대보름 오가리 굴림만두(겨울철 말린 호박으로 만든 굴림 만두)' '정월 대보름에 즐겨 먹던 묵은 나물 비빔밥' 등이 마련된다. 가격은 11만~25만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글 김보람 기자 | 사진 김잔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