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호롱불

아기 달맞이 2011. 1. 17. 18:33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면

난 무작정 걷고 싶습니다...

허물 벗은 맨발로 걸으며

초록이의 푹신함과

돌멩이의 거칠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푸르른 나뭇잎 애무하는 바람 만나면

내 삶의 무게 한 조각 실려 보내리라...

지나는 길목에 마중나온 살가운 인연

이름 없는 들풀에게 미소 던지고

겁 먹은 도마뱀에게 정 어린 눈길 주리라...

갯내음 향긋한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상큼한 공기 한사발 들이키고

쪽빛 바다색에 취해 걷노라면

발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황홀하리라...

철썩거리는 파도가

하얀 물방울 조각보 펼쳐

내 삶의 무게 감싸 안고 떠난 뒤

새털처럼 가벼워진 내 어깨에

소나기 한바탕 춤을 추며

온 몸을 씻겨 주리라...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땐

난 무작정 길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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