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어처구니

아기 달맞이 2011. 12. 5. 17:24

예전에는 집집마다 꼭 필요한 생활도구였던 맷돌. 그러나 믹서기라는 문명의 이기에 밀려 요즘은 골동품상이나 민속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 중의 하나입니다. 이 맷돌을 돌리기 위해서는 손잡이가 있어야 하는데, 이 손잡이의 이름이 ‘어처구니’입니다.

어처구니는 맷돌용으로 사용할 돌에 비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보통의 일반적인 나무로 만들어 집니다. 그러나 맷돌은 몸체인 돌과 손잡이가 분리가 되는 까닭에 간혹 맷돌에 손잡이, 즉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은 그 사용가치를 잃게 되는 데, 이와 같이 꼭 필요한 데 없는 황당한 경우를 당했을 때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맷돌을 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처구니의 필요성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경우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기계에는 그에 필요한 정밀한 부품들이 여러 개 조합되어 있는데, 정밀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물건 중의 하나가 윤활유입니다. 윤활유가 없으면 아무리 정밀한 기계라도 삐걱거리기 때문에 기계에는 당연히 윤활유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필요한 곳에 당연히 있어야 할 손잡이나 윤활유와 같이 평소에는 그리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소한 물건들이지만 필요한 곳에는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어 황당한 경우를 살다보면 경험하게 됩니다.

따라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것이나, 자신만이 가진 작은 재능이라도 꼭 쓰일 곳이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진 하찮게 여기는 것일지라도 나눔은 귀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이웃과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는 ‘보시’를 공덕 쌓는 보살행으로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구태여 거창하게 불가의 보살행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세상에서 좀 더 훈훈한 사람냄새를 느끼게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나눔’입니다.

가을가뭄을 적시는 비가 내리고 난후의 10월은 예전과 다르게 추위를 느끼게 합니다.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로 인하여 더욱 몸이 움츠러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자그마한 온기라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이 소중한 일은 엄청난 재물이 필요하거나 특출한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처구니와 같이 아주 흔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마음 씀씀이 가지고도 움츠러든 마음을 훈훈하게 덥힐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섬기며 나누고자 하는 스님을 비롯한 불자 중심의 연화공덕회에 불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불자라는, 부처님의 법을 전한다는 일부 山門 인사들이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심지어는 ‘얼마나 갈까?’라는,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무릇 佛門에 귀의하는 일에서 가장 우선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 ‘초발심’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마음에서 일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 당연한 말이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일어도 행하지 않으면 그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비록 어설픈 초발심에 의해 행하는 움직임이라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요. 이를 더욱 부추겨 진정한 마음에서 행하도록 하는 일이 진정한 보살행입니다.

李東八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