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홋잎나물밥 |
[경인일보=도움말:선재스님]'때아닌 때 먹지마라(不非時食)'
하루 중 제때 먹는 음식이 얼마나 이로운지를 알아보자. 불가에서는 때 아닌 때 먹지 않을 경우 5가지 이익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소음(小淫)이니 모든 탐욕을 여윔이라, 둘째 소수(小睡)니 능히 잠을 쫓음이요, 셋째 신안(身安)이니 정신이 맑고 상쾌함이요, 넷째 무병(無病)이니 복과 수명이 늘어감이요, 다섯째 득일심(得一心)이니 도업을 쉽게 판단함이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먼저 매 끼니를 때맞춰 규칙적으로 먹으면 배를 곯지 않으니 평소보다 과식할 일이 없어져 마음도 함께 안정된다는 뜻이다.
또한 밥을 많이 먹지 않으니 쉽게 숙면에 빠져들게 돼 잠을 적게 자더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한 항상 영양분이 골고루 몸에 들어가니 허기질 일이 없어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도 덩달아 상쾌해진다. 여기에 과식하거나 빈속일 경우 생기는 병이 발생할 여지가 줄어들면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제때 먹는다는 의미의 범주를 좀 더 넓혀보자. 언제부턴가 우리는 냉장고가 있어 음식을 보관하기 편하다지만 생각지도 못한 폐해가 있다. 옛날엔 음식을 해서 남을 경우 이웃들과 나눠먹는 미풍양속이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져간다. 요새는 음식이 남으면 바로 냉장고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중에 꼭 먹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결국 제때 안 먹는 음식은 버려지게 마련이다. 제때 먹는 것은 이처럼 개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닌 우리의 삶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이번 주에는 화살나무의 새순으로 봄철에 잠깐 먹을 수 있는 홋잎나물밥과 엄나무순밀전병무침, 엄나무순전을 만들어보자.
■ 홋잎나물밥(홋잎나물, 쌀, 양념장(간장, 청·홍고추, 통깨, 참기름))
★ 쌀은 미리 씻어 놓고 홋잎은 깨끗이 다듬어 씻은 다음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뺀다→끓는 물에 홋잎을 삶아 물을 받고 그 물로 평소보다 약간만 적게 잡아 밥을 한다→뜸이 다 들면 홋잎나물과 밥을 섞어준 뒤 그릇에 밥을 푼다→청·홍고추를 다져서 양념장을 만들어 밥과 비벼 먹는다.
■ 엄나무순밀전병무침(엄나무순, 밀가루, 소금, 식용유,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통깨)
★ 엄나무순을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서 물기를 짠다→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반죽해서 식용유를 두르고 밀전병을 얇게 부친다→밀전병이 식으면 알맞은 크기로 썬다→간장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밀전병과 엄나무순을 넣어 살살 무친다.
■ 엄나무순전(엄나무순, 밀가루, 소금, 식용유, 초간장/초고추장)
★ 엄나무순을 데친 후 많이 쓰면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고 건져 물기를 짠다→밀가루에 소금을 약간 넣고 걸쭉하게 반죽해 엄나무순을 넣어 반죽을 무친 뒤 한번 훑어내고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지져낸다. 초간장이나 초고추장과 함께 먹는다.
※ 동의보감에 소개된 홋잎·엄나무 효능… 배탈·생리통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
[경인일보=도움말:성심한의원 이종철 원장·정리/이준배기자]한방에서 위모(衛矛)라고 불리는 홋잎나무는 잎은 나물로 먹고 가지와 뿌리, 열매는 한약재로 이용하는 식물이다.
동의보에에서는 홋잎나무에 대해 '성질은 차고 맛은 쓰고 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정신적인 충격 따위를 받았을 때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데도 좋다. 월경을 잘 통하게 하고 산후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하며 유산을 하게 한다. 민간에서는 태워서 좋지 못한 기운을 없애는 데도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물로 무쳐 먹는 잎은 부드러운 것을 이용해야 하기에 초봄에 채취해서 이용한다. 홋잎나무 잎은 스님들이 녹차대용으로 쓰기도 하는데 '귀전우차'라 부르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홋잎나무의 가지는 8월과 11월, 12월에 채취해 껍질과 깃을 제거한 후 한약재로 사용한다.
엄나무는 한방에서 해동피(海桐皮)라고 부른다. 차주목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일부 지방에서는 개두릅이라고 불린다. 예부터 민간에는 엄나무가 귀신을 쫓고 액을 막아주는 나무로 알려져 신목으로 받들기도 했다.
동의보감에 '허리와 다리를 쓰지 못하고 마비되는 것을 예방하고 이질이나 옴, 버짐, 눈에 핏발이 서는 것 등을 치료하며 중풍을 없앤다'고 적고 있다.
성질이 찬 식물을 많이 먹을 경우 설사를 일으키기 쉽지만 엄나무 순은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