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리/이준배기자]오늘은 불가의 음식 재료 사용하는 지혜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제가 사찰음식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하는 "버릴 궁리를 안하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들이 좋은 재료로 탈바꿈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실제 절에서는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일례로 절에서 콩나물을 기르던 중 염불에 열중하느라 물 주는 것을 깜빡 잊었다. 뒤늦게 시루를 찾자 어느새 콩나물 뿌리가 길게 자랐다.

   놀란 제가 뿌리를 잘라버리려 하자 이를 본 노스님이 말리시며 뿌리를 잘라 씻어오라 하셨다. 노스님은 그걸 간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그셨다.

   며칠 후 먹어보니 여간 맛있는게 아니었다. 훗날 콩나물 뿌리에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이 약용성분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사찰음식이 약이 되는 것은 아무리 작은것이라도 귀히 여기고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됐다. 

   그 뒤로 콩나물을 먹을 때마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좋은 약을 먹을 수 있다'는 노스님의 가르침을 마음 속에 되새기곤 한다.

   

 사찰음식은 전체식을 지향한다. 전체식이란 말 그대로 '하나도 버리는 부분 없이 먹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더 큰 의미는 식품의 영양소를 빠짐없이 섭취하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쌀은 도정하지 않은 현미를 먹고, 과일도 가능하면 껍질째 먹기를 권한다. 표고버섯 불린 물로는 찌개를 끓이고 나물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국을 끓여먹거나, 물김치를 만들어 먹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번 주에는 두부채소볶음밥과 땅두릅전, 우엉고추장무침만들어본다.

 요즘은 나무에서 뜯는 나물이 맛있을 때다. 오가피, 두릅, 홋나무잎, 뽕나무잎 등이다. 뽕나무 잎이라고 하면 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뽕나무 잎은 말려서 먹으면 담백하고 좋다. 두릅은 잎은 연하고 뿌리는 단단하기 때문에 두릎을 삶을때는 잎을 잡고 뿌리를 끓는 물에 넣고 삶는게 좋다.
 
   감자는 강판에 가는게 좋다.어떤 분들은 믹서기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믹서기에 갈면 수분 많이 빠져 나가서 좋지 않다.그런 이유에서 강판을 사용한다. 강판에 간 뒤에는 그릇에 담아서 전분만 남기고 수분은 버리고 사용하는게 좋다.
 

   

   봄 우엉은 맛이 떨어진다. 봄에 나오는 우엉은 지난해 캐 놓은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엉을 데칠때는 소금을 약간 넣어서 하는게 좋다. 그리고 우엉이 잘 데쳐지게 하기 위해 우엉에 칼집을 약간 내어서 한다.

   보통 채소를 삶을때는 삶은 후 찬물에 헹궈서 사용하는데 우엉은 찬물에 헹굴경우 영양분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헹구지 않고 사용한다.

   그 자체로 열기를 식혀야 한다. 우엉 끓인 물은 단맛과 향이 풍부한데 김치찌게나 된장찌게 끓일때 사용하기도 한다.

 두부야채볶음밥에 사용하는 두분은 수분이 없는 단단한 두부를 사용한다. 아니면 부침용 두부를 사서 수분을 짠 후 사용하면 된다.

   물기를 짜는 이유는 밥과 먹기 편하게 보들보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후라이팬에 두부를 익힐때는 후라이팬에 닿은 면이 어느 정도 익었을때 1~2회 정도 뒤집어서 익혀야 한다.
 
   야채는 감자->당근->오이·호박 순으로 볶는다. 볶을때는 소금간을 약간 하는게 맛이 베어 있어 좋다.

   감자는 채썬 후 흐르는 물에 씻는데 전분을 살짝 빼기 위해서다. 피망은 아삭아삭한 맛을 살리기 위해 맨 마지막에 밥과 함께 넣어 볶는다. 우엉 고추장 무침은 먹을 때마다 무치는게 제 빛깔과 맛이 난다.

   

 △두부채소볶음밥[밥, 두부, 표고버섯, 당근, 감자, 청·홍피망, 오이, 애호박, 간장, 소금양념장(간장, 청·홍고추, 통깨, 참기름)]
 
   1.두부는 으깨서 면보에 물기를 짠 뒤 후라이팬에 납작하게 펴서 노릇하게 굽는다. 구워진 두부를 대충 부서뜨린 후 간장을 넣어서 볶아준다.

 2.당근, 감자, 피망, 애호박, 불린 표고버섯, 오이는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각각 소금간해 볶는다.

 3.팬에 감자, 표고버섯, 두부, 밥을 넣고 볶다가 나머지 채소를 넣어 볶아준다.

 4.양념당을 만들어 함께 낸다.


 △땅두릅전[밀가루, 소금, 감자, 식용유]

 1.땅두릅을 손질해서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데친다.

 2.감자는 껍질을 깐 후 강판에 간다.

 3.감자 간 것에 밀가루, 소금을 넣어 반죽한 뒤 땅두릅을 적셨다 빼서 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부친다.


 △우엉고추장무침[우엉, 양념고추장(고추장, 참기름, 통깨)]

 1.우엉은 씻어 칼등으로 껍질을 벗긴 후 곱게 채썰어 소금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다.

 2.고추장, 참기름, 통깨를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데친 우엉을 넣어 버무린다. 초고추장에 무쳐도 된다.

   도움말/선재스님
  
※ 한의학에서 본 사찰음식의 효능… 근육경련 다스리는 땅두릅·우엉은 눈 밝게

   한의약에서 땅두릅은 독활(獨活)이라고 불리며 줄기 하나가 곧게 서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아 독활(獨活)이라고 한다. 이 풀은 바람이 불 때는 흔들리지 않다가 바람이 없을 때 저절로 움직여 독요초(獨搖草)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전신 관절에 통풍이 생긴지 얼마 안되거나 오래된 것에 관계없이 모두 치료하고 중풍으로 말 못하는 것, 구안와사, 반신불수, 온몸에 감각이 없는 것, 근육과 뼈에 경련이 일면서 아픈 것을 치료한다.

   또한 다리가 붓고 통증이 심한 경우에 독활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땅두릅은 2월 3월 9월 10월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려 쓴다.
 
   우엉은 키가 크고 시원하게 큰 잎 사이의 자주색 꽃이 아름다워 유럽에서는 관상용으로도 재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용으로 사용한다.

   한의약에서는 잎을 우방경엽(牛蒡莖葉), 뿌리는 우방근(牛蒡根), 종자는 우방자(牛蒡子)라하며 약재로 사용한다. 우방자는 바깥 껍질에 가시가 많아 쥐가 지나가면 엉겨붙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서점자(鼠粘子)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에 우방자는 눈을 밝게 하고 감기로 부은 목구멍과 가슴을 편안하게 하며, 폐를 적셔주고 기를 흩으며 두드러기를 치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최근 논문에는 간손상 보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움말:성심한의원 이종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