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고향 - 유응교

아기 달맞이 2011. 2. 8. 20:37

 

 

 

고  향 
                                      

                                    -유응교

 

 

지리산 왕실봉아래
아늑한 터 있어
대나무 숲아래
초가하나 있었지
 
앞에는 오봉산이
언제나 의좋게 앉아 있고
그 아래 섬진강이
세월을 씻어내고 있었지
 
동구밖에서도 우람차게 보이는
그 크고 높은 느티나무는
어린시절 나의 꿈을 키워주던
늘 푸른 그늘로 서 있었지
 
낮은 토담아래
접시꽃 씨를 뿌리시던
어머님은 지금 어느메서
또 다른 씨를 뿌리실까...
 
상추쌈 만들어
검은 보리밥 들게 하시던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서
상추를 솎아내고 계실까
 
앞마당 대숲가에 흐르는
시리고 맑은 물은
오늘도 쉼없이 흘러가는데

 

아카시아 꽃잎을
함께 따던 순이는
어느 하늘아래
꿈을 키워가고 있을까

 

뒷동산에 올라
먼데 하늘가에 피어나던
구름을 바라보며
놓아 먹이던 소를 찾아
해질녘 돌아오던 고향길은
풀섶에 우거져 보이질 않는데
밥짓는 저녁 연기도 이제는
사라진지 오래인데

 

어디선가 뻐꾸기 울음소리는
옛일처럼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