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그녀 `효재처럼 살아요`

아기 달맞이 2010. 8. 18. 08:07

 

이효재의 책을 읽고 갑자기 재봉틀을 사고 싶었다.  재봉틀 사자, 어디걸 살까, 가격은 얼마나 할까? 어디서 팔지? 

재봉틀에 '재'도 모르는 나는 재봉틀 하나만 들여 놓으면 왠지 금방 이효재처럼 마이더스손이 될 수있을 것 같았다. 

제일 먼저 보자기를 만들고 싶었다.   책 속에 실린 보자기 사진에 넋을 잃을 정도로 나는 그녀의 솜씨에 폭 빠져든다. 

 

 

 

 

그녀를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이제는 좀 식상할까.  한복 디자이너, 보자기 아티스트, 자연주의 살림꾼, 한국의 타샤 튜더......,

친정 어머니의 한복집을 물려받았다는 그녀는 어렸을 적, 다짐했단다.  다방 레지가 될지언정 한복집은 하지 않겠다고.

장인정신의 혼으로 한복을 지어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린 눈으로도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으면 이런 결심을 했을까.

한 땀 한 땀 정성이 아니면 완성될수 없는, 그야말로 혼신을 다 쏟아야 나오는 것이 한복이라는 예술작품이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오롯이 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았고 거기에 차별화된 독창성까지 발휘하여 또 하나의 예술 분야를  개척한다.

그것이 바로 보자기 아트.  대형 모터쇼나 이미지 상품 전시회에 초청되어 펼친 보자기 아트를 방송에서 보며

그녀는 이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요 지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도 손을  못 놀고 만들고, 수 놓고, 뜨개질하고, 풀뽑고 , 보자기 싸고 그렇게  수 십년 노동을 했더니 왼손에 장애가 왔단다.

자신은 그것을 훈장이라고 생각한단다.  당연하다. 그녀의 훈장이고말고다!!

 

 

 

 그녀가 기거하는 성북동 집 마당에는 하얗게 수놓은 빨래가 말라가고,  풀과 꽃이 피어나고

장독대 항아리에서는 친환경 자연주의표 음식들이 익어간다. 

호미로 흙을 고르고 화단을 다듬고 풀을 뽑고 꽃을 옮겨심는 모습을 보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미국의 탸샤 튜더가 절로 생각난다.  화초처럼 농사를 짓는다는 그녀!

농사 지은 채소로 조촐한 밥상을 차리고 오는 사람마다 밥먹고 가라고 붙잡는다. 

 

"때 됐는데 굶겨 보내면 기둥이 운대요. 무섭죠? 기둥이 울면 얼마나 무서워요!"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예술가의 모습보다는  소박한 시골 아낙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 내나이 사십에, 오십에 살림을 알았다' 며 기뻐한다고 한다.

효재, 그녀의 살림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집안 일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닌, 즐거운 예술활동이 되나보다.

'내 아내가 바뀌었어요.' 하는 남편들은 아무래도 효재에게 큰 상을 주어야 할 것같다. 

 

 

 

 

 

 

요즘들어 내직업이 도대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한복하는 사람이냐, 요리하는 사람이냐,

보자기 싸는 사람이냐.

 

나는 대답한다.

마음을 손으로 표현하는 게 내 직업이라고.

 

아기 때는 우는 거, 좀 커서는 떼 쓰는 거,

이십대는 섹시미가,

삼십대는 여인의 우아함이 무기라면,

 

이 나이에 무기란 마음을 잘 쓰는 거다.

 

마음을 어떻게 쓸까.

 

 

 

그녀의 말대로 '마음을 손으로 표현' 하는 것이 직업이라면 그녀는 참 곱고 단아하고 순수하고 우아한 마음을 가진게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작품을 나타내므로! 

마음을 어떻게 쓸까.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데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무기다' 공감!

마음은 표정으로, 몸짓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녀가 한복을 디자인한다고 해서 우리것에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다.  한복이 최고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은  소통한다는 것! 문화에는 경계가 없고 의식주는 다함께 한다는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외래의 것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겠지!?

 

 

 

 

 

 

 

나이 들면 보고 듣은 게 많아서 자꾸 잔소리가 는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로

앉아서 삼천리, 서서 구만 리를 본다.

 

그러니 우리 말이 다 시답지 않은 잔소리일 밖에.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에게 침묵은 정말 금이다.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말대신 그냥 따뜻하게 어깨 한 번 쓰다듬어 준다.

 

김치가 익듯이 사람도 익어간다.

 

 

 

 

 

 

 

 

 

천재, 괴짜,기인,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는, 살아보니 더 별난, 맨발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

 

최근에는 한류스타 배용준이 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에서 공개한 '욘사마 블라우스' 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효재 선생은 "배용준의 작품이나 크고 작은 활동들이 모여 '욘사마'라는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대명사를 이루어냈듯이 한복의 천 조각들이 하나의 블라우스로 완성돼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며 "현재, 그리고 먼 훗날에도 '욘사마'라는 이름이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는 것처럼 이 옷이 100년, 200년 후에 한국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문화적인 '욘사마'가 될 것이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성북동 길상가 건너편에 있다는 그녀의 집.

가을이 깊어지거들랑 한번 찾아가고 싶다. 얼굴이라도 마주보며 인사라도 나누고 악수라도 한번 한다면 행운이겠다.^^

올 겨울,

나도 이 두 손으로 무엇인가 하나 이루어 내고 싶다.

형형색색의 고운 보자기는 만들 수 없어도, 뜨개질이라도 하여 따뜻한 빵모자라도 하나 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