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가장 고급스런 포장재, 효재의 ‘보자기’ 예찬 / 이효재

아기 달맞이 2010. 7. 30. 10:10

이효재씨의 ‘보자기 꾸러미’를 보고 있으면 갓 외출 채비를 마친 고운 아낙을 보는 것같이 기분이 산뜻해진다.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이 무엇이면 어떠랴. 명절에 이렇게 곱게 매듭지은 보자기 포장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 자태만 보고도 충분히 마음 흡족해질 것이다.

가장 고급스런 포장재, 효재의 ‘보자기’ 예찬

대한민국에서 보자기를 가장 예쁘게 묶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이효재씨일 것이다.

 

그만의 감각으로 고른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보자기도 예쁘거니와 각 물건이 지닌 고유의 모양에 따라 그야말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매듭을 만드니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연두, 분홍 고운 겹보자기를 몇 차례 겹쳐 묶어 ‘땋은 머리’를 만들기도 하고 긴 막대로 쿡쿡 눌러가며 만개한 꽃잎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병은 병대로 바구니는 바구니대로 어찌나 예쁘게 포장을 해놓는지, 그 안의 내용물이 무엇이건 간에 도무지 풀어보고 싶지가 않을 정도.


“사실 일본 사람들이 우리보다 보자기 포장을 더 즐겨 해요.

도시락은 물론 정말 별의별 것들을 다 보자기에 싸들고 다니죠.

그래도 막상 싸놓았을 때 예쁜 건 우리 보자기예요.

일본 보자기는 무늬가 크고 원단 자체가 우리 것처럼 곱지 않아서 묶었을 때 그다지 예쁘지 않답니다.”


좋고 희귀한 원단이 남을 때마다 보자기를 만들어 두었던 덕에 이효재씨가 소장하고 있는 보자기 품목 역시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포장 방법도 백화점 포장 코너처럼 일률적이지 않고, 싸놓은 모양새 또한 정갈하니 웬만한 명문가 지인들도 슬쩍 포장을 부탁해 올 정도.

 

친환경적인 포장재인 보자기에 대한 애착이 많은 그녀는 보자기에 포장한 선물을 전할 때에도 그 이후의 쓰임새에 대해 재미난 설명을 곁들인다.

 

테이블보로, 가방덮개로, 급할 땐 앞치마로까지 두루 활용하는 효재식 보자기 사용법을 듣고 나면 거짓말처럼 네모난 천조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원단이 남을 때마다 보자기를 만들어 두었던 덕에 소장하고 있는 보자기 품목도 다양하다.


 

1. 선물뿐 아니라 작은 물건도 꼭 싸들고 다닌다


다른 이에게 전하는 물건은 물론 직접 들고 다니는 물건도 보자기를 자주 활용한다.

 

삼청동 한복 숍에서 집으로 가져가는 빨랫감도 보자기에 예쁘게 묶어 갈 정도.

 

실제로 전부터 그녀의 보자기 사용법을 들어오던 에디터는 해외 여행길에 보자기 몇 장 들고 갔다가 빨래 등 물건을 나누어 담아오는 데 요긴하게 보자기를 활용했었다.


2. 테이블보로 활용한다
아끼는 고재 테이블에 음식의 기름기나 물기가 묻어 얼룩이 생기면 속상하다. 친한 친구들과 둘러앉아 간단한 다과를 즐길 때, 테이블보처럼 손쉽게 보자기를 깔아두는 것도 아이디어.

 

보자기 위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는 그대로 휴지통에 탁탁 털어버리면 그만.


3. 가방 덮개
입구가 오픈된 가방을 자주 들고 다니는 이효재씨는 늘 가방에 보자기 하나씩 넣어 다닌다.

 

예쁘게 접어 가방덮개처럼 들고 다니다 급하게 쓸 일이 있을 때 앞치마로, 포장재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주는 이, 받는 이 모두에게 부담 없는 효재식 음식 선물

이효재씨의 음식 선물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비싸서 부담 가는 것 대신 나만의 노하우가 담긴 흔치 않은 ‘귀한 것’으로 할 것.

 

일단 보자기에 포장을 해야 하니 가벼울 것.

 

큼직하고 무거운 것이라면 작게 여러 개로 나누어 포장할 것.

 

이는 받는 사람을 배려한 것인데 선물 받는 사람이 따로 다시 손 가게 하면 그것도 일이니 수월하게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도록 작게 나누어 포장하는 것이다.

 

흔한 재료라도 본인만 알고 있는 특별한 루트를 통해 구입한 것들은 꼭 절친한 친구들에게 설명 곁들여 보내고 특별한 음식이라면 더더욱 자그마한 항아리에 나누어 담아 흔쾌히 선물한다.

 

신경 쓰이는 국물 음식 대신 마른 음식만 준비하되, 다시마 하나도 잘게 가위질해 직접 손질 마친 상태로 포장하니 명절에 브랜드 명함 꽂힌 채 백화점 택배로 배달 오던 선물만 받던 사람들은 핸드메이드 보자기 안에 곱게 담긴 이효재식 소박한 선물에 절로 감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아한 자주색 홑보자기로 포장 명품 서천 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게 서해안 서천 지역의 ‘명품’ 김 맛이다.

최근 남편 임동창씨가 충남 서천에 살고 있기에 그곳에 들를 일이 많았던 그녀는 갈 때마다 지인들을 위해 윤기 잘잘 흐르는 마른 김을 사온다.

 

한번 맛본 사람은 ‘추가 주문’ 들어올 정도로 맛은 좋고 가격 부담 없는 특별한 선물 아이템.

 


how-to
김 2톳 정도를 묶어 한지로 한 번 포장한 후 다시 노방으로 만든 자주색 홑보자기를 활용했다.

 

양끝 대각선 귀퉁이는 묶지 않고 내용물을 돌려 포장하는 식으로 감싼 다음 다른 대각선 양끝을 돌려 리본 매듭을 만든다.

 




앞뒤 배색 다른 겹보자기로 나누어 포장


생수통에 넣은 들깨 가루와 미역귀브랜드표 밀폐 용기에 담은 것보다 훨씬 더 정감 가는 생수병 포장 용기는 받는 그대로 냉동실에 넣으면 된다.

 

친환경적인 효재식 살림을 그대로 보는 듯.

기름에 살짝 볶아 먹으면 씹는 맛이 일품인 미역귀 잘게 자른 것과 싱싱한 들깨 가루는 각각 생수병에 넣어 따로 포장한다.

 

 

 


how-to
앞뒤 컬러 다른 물실크 겹보자기를 2개의 배색을 달리해 각각 포장했다.

 

일반 보자기 포장으로 두 귀퉁이씩 위쪽에서 묶은 후 대각선 2개의 귀를 바닥 쪽까지 내려 핀으로 고정하고 나머지 2개의 귀 중 한 개를 감싸 밀어 넣어 꽃잎 모양을 만든다.

은은한 실크 겹보자기로 포장 대바구니째 전하는 가위질한 다시마
기장의 지인이 때때마다 보내준다는 다시마는 그 맛도 좋지만 큼직한 다시마 일일이 채썰듯 가위질한 선물을 받으면 받는 사람은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듯. 이렇게 채썬 다시마는 국물용으로만 우리고 버리는 대신 음식처럼 젓가락으로 집어 먹게 되니 일석이조라고.


how-to
시골 갈 때마다 장터에서 구입해둔 대나무 바구니는 이렇게 선물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잘게 가위질한 다시마를 소복이 넣고 뚜껑을 덮은 후 일반 보자기 포장처럼 네 귀퉁이를 감싸 묶은 다음 2개의 귀를 안쪽으로 말아 넣어 꽃 모양을 만들었다.

 


병 포장에 유용한 효재표 왕조실록 보자기로 포장 시골 참기름, 들기름


좋은 식재료 고집하는 이효재씨는 기름도 시판 제품 대신 믿을 수 있는 루트 찾아 시골에서 공수해다 먹는다.

 

명절에 선물하면 환영받는 참기름, 들기름은 충남 공주에서 식재료 좋은 것 남들에게 ‘퍼 주다가’ 그게 직업이 됐다는 인심 좋은 여사장님의 제품.

 

 


how-to
이효재표 왕조실록 홑보자기는 그 특별한 모양새 때문에 보자기 자체로 인기 많은 아이템.

 

넉넉한 크기의 보자기에 2개의 병 바닥이 마주 보는 자세로 눕힌 후 돌돌 말아 세워서 위쪽에서 묶은 다음 동그랗게 손잡이를 만들어 한 번 더 묶은 것.


양단 조각보에 담아 포장 항아리 옻순 김치

 
해인사 지족암에 다니는 보살님에게 1년에 한 번씩 그야말로‘얻어먹는’ 귀한 옻순 김치.

 

씹는 맛이 ‘통쾌할’ 정도로 일품인 옻순 김치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귀한 것 알아보는 미식가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품목이다.


how-to
스티치 장식 넣은 끈 달린 양단 조각보를 활용한다.

네 귀퉁이를 예쁘게 잡아 위쪽에서 보자기에 달린 끝으로 돌려 묶어준 다음 네 귀를 꽃봉오리 펴듯 밖으로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