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효재가 들려주는 결혼이야기

아기 달맞이 2010. 8. 25. 10:33

자연주의 살림꾼’,‘ 살림왕’,‘ 한국의 타샤 튜터’까지 그녀를 지칭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손재주 하나로 소박하게 인생을 꾸려나가는 그녀에게 결혼 후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물어보았다.

 

1 보자기를 곱게 땋아서 만든 가방.
2 붓을 하나 둘씩 모으다 보니 어느덧 벽면을 가득 채웠다.
3 하루 중 효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자수를 놓는 때이다.

4 그녀는 살림이 창조적인 작업이라 말한다.
5 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효재의 집에는 유난히 찻잔이 많았다.
6 휘슬러와 함께 진행한 보자기 아트.


여자로 태어나 사는 일이 버겁거든 풀꽃처럼 구름처럼 효재처럼 살 일이네
- 이외수(소설가)
 
 


1 거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의 한 편에는 그동안 만든 형형색색의 보자기 아트를 모아두었다.
2 병 종류로 선물할 때 보자기로 곱게 포장하는 법.

3 자연을 사랑하는 효재의 마음이 표현된 천연 수조.
4 매듭을 묶었다 푸는 것은 아이들의 참을성과 인내심을 길러준다.
5 보자기를 이용한 칵테일잔 데커레이션


한적한 주말 오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길상사 앞 골목은 한복 디자이너 겸 보자기 아티스트인 효재의 소박한 자연주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오고 갔다.
 
성북동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효재의 집에는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며 그녀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거실에서는이전의 수업이 미처 끝나지 않았는지 꼬마 아이와 어른이 모여 앉아 곱게 묶인 매듭을 푸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괜히 서성거리며 보자기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손님을 위한 차 한 잔이 나왔다. 작은 나무 접시위에 낙엽 하나를 깔고 그 위에 찻잔과 곱게 우러난 녹차를 정성스레 올려두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효재의 따뜻한 마음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유독 보자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어려서부터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나눠주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 탓이란다.

선물이라고 해서 받는 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것이 아니라 크리넥스 휴지와 놋쇠 수저, 수 놓인 행주 등에 그녀만의 보자기 아트를 가미해 마음을 담아 포장해 주는 것이다. 마주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다 자연스레 살림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요즘은 예비 신랑신부가 결혼하면 자연주의 살림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집안일조차 꾸려나가기 어렵다.

먹는 것, 입는 것 직접 만들기를 좋아하는 효재에게 살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관심이 있으면 잘 하는 것이고, 잘 하지 못한다면 지금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거에요. 매사에 관심을 가지면 못할 일이 없답니다.”

결혼한 뒤에 여성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물었더니“그런 것 없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 세대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배우잖아요. 나는 50대가 돼서야 비로소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을 우리 젊은 친구들은 20대에 이미 경험하고 있으니, 내가 그들에게 배워야 하는 게 맞지요.”한다. 하지만 연륜이 연륜인지라 두 가지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우리나라에는 부정적인 말들이 너무 많아 부부간에도 이를 경계하였으면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에게‘잘한다’,‘ 예쁘다’라고 말을 해주면 좋잖아요.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세요. 처음부터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유연해지고 그만큼 다툼도 줄어드는 것이죠.”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녀의 조언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알고 있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며 스스로 행복해진 그녀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어느 날 산골 집에서 음악회를 할때 많은 손님들이 오신 적이 있다. 평상시 가깝게 지내는 분이 내게 물었다. 기인이라고들 하던데 살아보니까 어떠니? 예. 살아보니 더 별나요, 인정하니 내가 편안하다.
-<효재처럼 살아요>에서

포토그래퍼 김광해 웨딩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