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주부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자, 자연주의 살림꾼 효재/4

아기 달맞이 2010. 3. 2. 07:39

4 만화책 마니아인 효재의 만화방에는 만화책과 소설책, 에세이 등이 가득 꽂혀 있다. 촬영하는 틈에도 새로 들어온 만화책에 푹 빠진다. 추리소설이라도 보듯, 심각하게 집중한다.
5 앞마당으로 나갈 때 신는 검정고무신. 흰 눈이 쌓이면 저 검정고무신을 신고 발자국을 내고, 여름이면 고무신을 신고 손바닥만 한 텃밭에서 김을 맨다.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효재는 자연주의 살림꾼이다. 그녀는 재활용의 도사고, 정리정돈의 여왕이다. 실제로 효재는 뭐든 아까워서 그대로 못 버린다. 지난가을 낙엽을 줍던 1회용 비닐장갑도 버리지 못하고 가방에 넣고 다닌다. 언제든 휴지라도 주울 요량이다. 요즘은 냅킨도 크게 만들지 않는다. 입 한 번 닦을 정도로 작게 만든다. 천도 아끼고 세탁하는 물도 줄이기 위해서다. 이 말에 꼭 묻고 싶었던, 참고 있던 질문 하나가 톡 튀어나왔다.

“제가 하면 궁상인데, 선생님이 하면 왜 환경보호가 되죠?”
“호호호. 싫은데 억지로 하면 궁상이지만, 좋아서 하면 에코 실천가가 되는 거지.”
우문현답이다. 효재의 아끼고 재활용하는 살림살이, 어찌 보면 궁상인데 효재는 그 모두를 좋아서 한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워 보이고, 자연주의 살림꾼으로 칭송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주부가 ‘효재처럼 늙고 싶다’는 말을 한다. 효재는 여자는 40대가 가장 아름답고, 50대가 되면 가장 빛난다는 표현을 쓴다. 각자 느끼는 것이 다르고 순간이 다르기 때문에 남에게 어떻게 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효재. 그래도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주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 책을 많이 읽으면 속이 편해진단다. 밖으로 나돌지 않게 되니 비교되는 일도, 시끄러운 것을 접할 일도 적어진다는 이야기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가장 평화로워요. 마음이 시끄러울 때 책을 읽으며 평안을 찾으려 했고요.”

효재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으니 “휴대전화를 없애는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소망을 꺼내놓는다. 보고 싶은 사람들 목소리 듣고, 안부도 수시로 묻고, 궁금한 것도 바로바로 물을 수 있어 좋은 게 휴대전화 아닌가. 더구나 이렇게 일을 많이 벌려놓은 사람이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휴대전화를 없애겠다는 건지.

효재는 휴대전화가 좋은 점도 많지만, 이것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 얼굴 볼일이 줄어들어 아쉽단다. 또 바쁘거나 깜빡 놓고 나가서 휴대전화를 못 받으면 섭섭해하는 이도 많아 미안한 마음이 더해진단다. 그래서 차라리 없애고 예전처럼 살아보겠다는 마음이다.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고, 궁금하면 안부 편지를 쓰겠다니 참 효재다운 대답이다. 그래서 요즘은 편지를 쓰기 위해 붓글씨 연습도 시작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과연 휴대전화를 없앨 수 있을지, 연말쯤 다시 만나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새해 효재는 쉰셋이 된다. 효재는 쉰이 되면서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매일매일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매일이 새날이고 새해라고 말한다. 또 나이를 먹으면 숙제를 잘 푸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숙제(일)를 잘하기 위해 평안해지기 위해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단다.

그의 새해 소망은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는 것”이란다. 효재의 호는 ‘지금’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효재의 행복 노하우이고 살림 비법인 셈이다.

 

출처: 리빙센스 
사진|성균  취재|조윤희(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