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동안 손뜨개에 빠져 있더니 이렇게 앙증맞은 컵받침을 떠놓았다. 그리고 먹고 남은 와인을 이용해 자줏빛으로 물들였다.
2 요즘은 냅킨도 자그마하게 만든다. 작으면 물도 세제도 절약할 수 있으니 환경보호가 되지 않겠냐며. 그래도 그 작은 냅킨 꽃수를 놓는 사치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3 가운데가 옴폭한 돌에 아이비를 심고 천장에도 매달아놓으니 근사한 차 마시는 공간이 되었다. 양옥 주택에 정자를 들여놓은 듯 운치가 있다.
보자기 한 장으로 에코 실천가가 되다
효재는 참 많은 일을 한다. 처음에는 한복을 아름답게 짓는 한복 디자이너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날 살림서를 냈다. 특별한 멋을 부린 요리도 아니고 외국에서 배워온 솜씨도 아니었다. 소박한 우리네 한식을 아름답게, 맛깔나게 즐기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정갈한 살림살이, 재활용하며 아끼는 검소한 살림살이가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보자기로 책을 내더니 문화 퍼포먼스를 하고 아트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요즘은 광목으로 옷을 짓는 재미에 흠뻑 빠졌단다. 지난봄에는 에세이집도 냈다. 작가가 된 것이다.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거 알아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어머니들이 일상으로 하던 일이었어요. 어머니들은 가족을 위해 바느질해서 옷을 만들고, 음식을 하고, 집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자기로 선물을 쌌지요. 전화가 드물었으니 소식을 전할 일이 있으면 편지를 쓰고요.”
자신은 그 어머니가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인데, ‘시절을 잘 만난 덕분’에 주목받는 것이란다. 시절을 잘 만나서 하고 있는 일들, 그중에서도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보자기 이야기가 궁금하다.
효재에게 보자기는 일상이다. 한복을 지으면서 그 한복을 싸고, 혼수를 싸 보내던 것이 보자기였다. 여성지에 살림법을 소개하면서, 효재는 포장지 대신 그 보자기로 선물을 싸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보자기로 책까지 내게 되었고, 화장품이며 자동차를 싸는 문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이제는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아 ‘보자기 아트쇼’까지 선보이게 된 것이다.
“내가 늘 하던 일인데, 계속해서 하다 보니 길이 되고 예술이 되더라고요.”
보자기는 사각 천 조각일 뿐이지만, 효재는 보자기만큼 우리네 ‘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도 없다고 말한다.
“보자기로 싸기 전에 우선 탁탁 터는데, 그건 나쁜 것을 털어내는 거예요. 그리고 복을 싼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우리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니가 싸안아야지, 그냥 덮어, 풀어”라고 말한다. 모두 보자기와 연관된 말들이다. 이렇게 보자기는 뭐든 감쌀 수 있다는 뜻이다. 효재는 그렇게 보자기로 흉을 덮고, 복을 싼다. 그리고 그것을 예술로 보여준다. 내년에는 미국 6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한복과 보자기 아트를 전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보자기는 최고의 친환경 포장재다. 정성이 담기면서 재활용이 가능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녀가 보자기와 고무줄 하나로 포장하는 모습은 충분히 환경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예술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선물을 보자기로 싸고, 포장지만 쓰지 않아도 아마존 정글 하나쯤은 보존할 수 있을 걸요.”
이렇게 말하는 효재, 그녀는 진정한 자연주의 살림꾼이었다. 그리고 그 자연주의 살림꾼이 환경운동가로 인정받은 것이다. 자신은 ‘무슨 거창하게 환경운동가냐, 그저 에코 실천가쯤으로 해두자’고 하지만 말이다.
이런 그의 마음을 나라에서도 인정한 것일까. 서울시에서 ‘2010년 서울시 환경보호대사’로 효재를 임명했다. 환경보호대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얼마든지 힘을 보태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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