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깻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효재는 글쓰기를 참 좋아한다.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수필도 쓰고, 그러다가 동화책도 한 권 냈다. 그리고 지난해 봄에는 에세이집을 냈다. 산문이라기에는 짧고, 시라기에는 긴 글이다.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선물, 살림, 아름다움, 나이 듦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박하게, 이웃집에 마실 나온 느낌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항상 글을 쓰고 싶다던 그의 소망이 제대로 이뤄진 것이다.
“젊어서도 글을 썼지만, 그때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젊어서 쓰는 글은 모가 났거든요. 내 주장과 주관이 강할 때이다 보니 글이 모가 날 수밖에요. 하지만 쉰이 넘어서는 둥글둥글하고 편안한 글이 써지더군요.”
그의 표현대로라면 “들깻묵 같은 글”이란다. 들깨에서 고소한 기름을 짜고 남은 들깻묵은 은은한 향만 남지만, 최고의 거름이 된단다. 그래서 자신의 글이 들깻묵처럼 거름이 되는 좋은 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들깻묵 같은 글을 쓰고, 독자들은 그 글에서 고소한 향을 맛보면 좋겠어요.”
효재는 자신의 글에 대해 ‘덜어낸다’는 표현을 쓴다. 쓴 글을 줄이고, 말을 아끼고, 단어를 함축한다는 의미다. 자꾸 덜어내다 보면 예순 즈음에는 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있다.
책 이야기를 더 하자면, 효재는 올봄쯤 일본에서 <내 친구 욘사마>라는 책을 출간할 계획으로 집필 중이다. 이 책은 연예인 배용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문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종의 문화서다. 사실 배용준의 책 덕분에 많은 일본 관광객이 ‘효재집’을 많이 찾는데, 그들에게 여성으로 느끼는 섬세한 한국의 문화를 잘 전하는 것이 숙제란다. 요즘은 ‘문화가 상륙한다’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는데, 그러다 보니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효재는 그 옛날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의 문화가 전해지고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문화가 전파된다면 거부감도 트러블도 없을 거란 이야기를 한다. 그런 취지로,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욘사마가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만화책을 기획하게 되었단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효재가 쓰는 만화책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또 한 권은 동화책이다. 30대 젊은 주부가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은 여자가 어떻게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쓸 수 있나 싶다. 하지만 효재의 집에는 항상 주부들이 찾아온다. 보자기를 배우고 살림을 배우기 위해서다. 개중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이들도 있다.
또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모습을 숱하게 봐왔다. 실제로 동화책의 모델이 되어준 엄마와 아이도 있단다. 생활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이야기, 내면을 담은 이야기가 될 거라는 효재의 말처럼, 효재가 바라보는 30대 젊은 아줌마가 주인공인 동화책에는 어떤 마음이 담기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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