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타샤 튜더와 마샤 스튜어트가 있고, 일본에 쿠리하라 하루미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효재가 있다. 효재 선생님의 손끝에 닿으면 누더기 헝겊도 선녀의 날개옷이 되고, 초근목피도 진수성찬이 된다.” 욘사마 배용준은 그의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효재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효재, 살림하는 주부들에게 그녀는 가장 닮고 싶은 ‘자연주의 살림꾼’이다.
눈이 사박사박 내리던 날, 성북동 ‘효재집’을 찾았다. 오랜만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한아름 들고 갔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손님이 오면 옷걸이로 문을 가려둔다는 비공개 공간, ‘만화방’까지 열어준다.
‘효재다방’ 커피를 내온다. 작은 유리잔에 나온 커피를 앙증맞은 손뜨개 컵받침에 올려놓는다.
“커피는 온도예요. 뜨거울 때 마셔요.”
예전에는 ‘효재집’에 가면 녹차나 허브티는 있지만 커피는 없었다. 효재다방 차가 인기가 없어서 커피머신을 들여놓았단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진한 커피 맛이 혀끝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중독성이 강한 맛이다. 커피 맛의 비결을 물으니 ‘마약 한 스푼’이란다. 이런, 유머도 느나 보다.
하지만 효재는 커피보다는 컵받침 자랑이 더 하고 싶은 듯하다.
“이 컵받침 색깔 예쁘죠? 먹고 남은 와인으로 물들인 거예요.”
먹고 남은 와인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염색료로 쓰다니, 이럴 땐 ‘효재 답다’는 표현을 써야 할 것 같다.
지난 한 해 효재는 너무도 바빴고, 그 어느 때보다 활동이 많았다. 에세이집 <효재처럼 살아요>를 출간했고, 배용준의 책 작업에도 동행했다. 덕분에 주부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한발 더 다가갔다. 일본에서까지 유명 인사가 되어, 성북동 한복집 ‘효재’와 ‘효재집’은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을 정도란다.
“나야 뭐, 책 핑계대고 전국 유람한 것밖에 더 있나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배용준이 효재의 매력에 빠졌듯 효재도 배용준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참 아름다운 청년이더군요. 외모만큼 속도 잘생겼어요.”
그 아름다운 청년의 일본 출판기념회에서 효재는 ‘보자기 아트쇼’ 초연을 했다. 도쿄돔에 모인 4만5천여 관객이 보자기를 묶어 흔드는 아트쇼는 흡사 마스게임 같은 엄청난 장관이었단다. 이어 수원 봉녕사에서 열린 ‘2009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에 참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자기 아트쇼’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그뿐 아니다.
지난 11월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키의 러브콜을 받아 함께 패션 전시회도 했다. 효재가 일본에서 선보인 댕기머리 모양을 형상화한 보자기 덕분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일인데, 보자기 아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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