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나이 쉰에 살림의 즐거움을 깨닫다! 한국의 타샤 튜터를 꿈꾸는 효재

아기 달맞이 2010. 3. 2. 07:43

솜씨 좋고 맵시 좋은 셀렙7인의 2010행복 스타일링

● 말을 배움과 동시에 천을 가지고 놀았다는 효재. 곱고 단아한 얼굴, 야무진 손끝과 창조적인 안목까지…. 이제 대한민국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주부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시집을 가서는 예술 하는 남편 따라 산속에서 살면서 생필품이 떨어져도 구입하기가 어려워 자연식을 먹고 친환경적으로 살게 되었다는, 의외의 소박한 대답을 들으니 그녀가 더욱 친근해진다.

한복을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또 다른 유산은 바로 살림이다.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살림을 하던 어머니의 살림법은 그녀에게로 전해져 꽃을 피웠다. 따끈하고 차진 밥 짓기, 젖은 빨래 탈탈 털어 햇볕에 널어 말리기, 제철 재료 듬뿍 사다 말랭이 만들기….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새 살림도 예술이 된다. 나이 오십에 살림을 알았다며 기뻐하던 그녀.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살림을 노동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그녀의 집은 그녀를 닮았다. 소박하지만 정갈하고 그녀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나 따뜻하다.

모든 일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하는 일이 즐겁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고 때로는 미워지기도 한다. 살림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을 위해 만드는 음식과 집안 청소가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답답하고 고단할 수밖에.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마음과 사랑을 담고, 더 여유가 있다면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창의성을 더해보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매일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반성을 할 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무료했던 일상에 활력이 생긴단다.

요즘 들어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효재는 대답한다. 손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그녀는 보자기에 요리를, 한복에 마음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마음을 보다 올곧게 정리하고 다독이려고 글을 쓴다. 늘 남의 말을 먼저 듣다보니 자신에 대한 기억이 흐려질 때가 많아서란다. 그럴 때면 메모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 되었다. 말은 이해하면 되지만 생각은 정리해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여성이라면 모두 효재처럼 살고 싶다. 아니 꼭 그녀처럼 살지 못해도 매사에 바지런히, 정성을 담아 살아가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따끈한 밥을 짓고 보송하게 빨래를 말리는 일. 어찌 보면 가장 쉽고 단순하지만 진심을 담아내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일이 아니던가. 삶은 유행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뜨거우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효재는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를 보며 엄마 생각이 났다.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오늘도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종종종 바쁜 걸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녀를 보는 것이 참 좋다.


/ 여성조선
  진행 강부연 기자ㅣ사진 김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