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지하철 타고 박물관 여행

아기 달맞이 2009. 10. 13. 00:56

꼭두닭, 장승, 티베트 불상 … 안국역에 내리면 모두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은 1908년 9월 순종이 창경궁에 만든 ‘이왕가 박물관’입니다. 고고유물과 고미술품을 전시해 왕가와 귀족들에게 선보이다 1년 뒤 일반에 공개했지요. 올해는 이왕가 박물관이 대중에 공개된 1909년을 기준으로 ‘한국 박물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전국 720여 개 박물관에서 다채로운 특별전과 행사를 엽니다. 지난 1일부터 ‘국민은행과 함께하는 박물관 노닐기’ 행사가 95개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작지만 알찬’ 박물관 10곳을 소개합니다. 더운 날 박물관에서의 피서는 어떠신지요.

임주리 기자

한의약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약방의 감초’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죠? 감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신다면 한의약박물관을 찾아가 보십시오. 독성물질 해독에 좋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는 감초를 직접 볼 수 있답니다. 동대문구청이 한국의 전통 한의약 문화를 계승하고 서울약령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6년 세웠습니다.

전시실 안내 한의약박물관에는 400여 점의 전시품이 있습니다. 한의약의 역사, 한방의 원리, 명의와 고서, 한약재의 종류와 효능을 한눈에 볼 수 있지요. 약초와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도 볼 수 있습니다.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입니다. 약초를 눈으로 보고 직접 냄새를 맡아보며 구별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약재를 넣어 만든 음식, 한방 목욕법 등도 모형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해서는 한약 탁본 체험, 약 갈기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한의사에게 건강진단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한방 상품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일어와 영어 등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제기동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 월요일 휴관 | 무료.

풀무원김치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김치의 역사·문화를 조사하고 연구하기 위해 세운 박물관입니다. 외국인들에게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김치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서지요. 1987년 (주)풀무원이 중구 필동에 명가김치박물관을 운영한 뒤 이전·휴관을 거듭하다 2000년 5월 코엑스 지하 2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에 가면 궁중에서 먹던 김치와 사찰에서 먹던 김치가 어떻게 달랐는지, 지역마다 김치의 재료와 맛은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꿩김치·감김치·섞박지·골곰짠지 등 흔히 접하지 못하는 김치를 모형과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실 안내 김치 모형 88점, 항아리류 22점을 비롯해 젓갈류·책 등 300여 점의 김치 관련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상설 전시장 ▶동영상 및 시식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자료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시식실에서는 시식과 판매가 이루어지고 자료실에서는 전통 음식문화 관련 고서, 식생활사 관련 서적, 김치요리책, 관련 논문 등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삼성
지하철 2호선 삼성역 6번 출구 코엑스몰. 오전 10시~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서울닭문화관

박물관 이야기 닭문화관이라고 하니 슬며시 웃음이 나오죠? 닭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해온 친근한 동물입니다. 새벽닭 울음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뒷마당에 뛰놀던 닭은 아이들의 친구였지요. 계란 한 알은 궁핍한 시절에 배고픔을 달래주었습니다. 우리 문화에 닭과 관련된 속담이나 닭의 모양을 새긴 생활용품과 장신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화려한 닭그림이 그려진 민화나 상여 위에 얹힌 꼭두닭(목공예품)은 우리 고유의 문화이지요. 이렇게 닭을 주제로 한 생활용품이나 장식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잊혀짐을 안타깝게 생각한 김초강 박물관장이 닭 관련 용품을 모아 2006년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닭을 주제로 한 유일한 박물관이지요.

전시실 안내 아담한 2층 건물을 꽉 채워 닭과 관련된 것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김초강 관장과 닭을 두고 수다떠는 재미에 찾아오는 단골도 많습니다. 1층은 쉼터와 상설 전시관이고 2층은 1년에 4회만 열리는 기획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안국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목인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목인(木人)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무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지요. 목우(木偶)·목상(木像)·목우인(木偶人)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한 전통 목조각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나무로 만든 장난감부터 마을 어귀에 세워진 장승과 솟대, 그리고 사찰에 있는 목조각상 등 다양합니다. 소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인데 종교적·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목인박물관은 김의광 관장이 30여 년 동안 모은 목인과 각종 민속품을 내놓아 2006년 개관하였습니다.

전시실 안내 지하 1층에는 상여에 부착되었던 꽃판, 한국문화와 관련된 서적과 자료 등이 있습니다. 소규모 모임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으니 예약하면 됩니다. 지상 1층은 박물관 부설 갤러리인 목인갤러리이고 2층이 박물관입니다. 옥상은 정원이 있는 휴식공간입니다. 이곳의 특징은 회원제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5회 관람 시 1회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안국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7시 | 월요일 휴관. |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티베트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불교를 터부시하던 조선시대 이야기입니다. 사신단을 따라 열하를 찾았던 연암 박지원은 티베트의 불교를 성스럽게 받들던 청나라 문화를 보고 놀라 티베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밀교의 분위기를 풍기는 티베트 불교는 조선에서 금기시되었기에 쉽지 않았지요. 『열하일기』를 보면 티베트의 판첸라마가 조선 사신단에 선물로 준 황금 불상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받을 수도 없어 애먹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티베트를 ‘비밀스럽고 오묘한 분위기를 지닌 곳’으로만 생각할 뿐 정작 잘 알지 못하기로는 지금도 다르지 않지요. 티베트 문화에 반한 신영수 관장이 그런 오해를 풀고자 관련 유물을 모아 2001년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전시실 안내 전시실은 티베트 종교를 살펴보는 제1전시실, 문화를 보여주는 제2전시실, 의상을 전시한 제3전시실, 그리고 특별전시실로 구성됩니다.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용품과, 종교·신앙과 관련된 유물이 대부분으로 1000여 점을 헤아립니다.

안국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7시 | 휴관일 없음 |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세계장신구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장신구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요.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 짐승 이빨, 뼈, 나뭇가지, 새의 깃털 등으로 몸을 꾸몄다고 하니 적어도 4만 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처음에는 부적이나 종족 구분을 위한 표식, 용맹함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으나 점차 아름다움을 위한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장신구사에서 많이 거론되는 곳은 이라크 남부 우르 지방입니다. 기원전 2500~3000년, 왕의 고분에서 출토된 목걸이와 귀걸이·왕관은 지금 봐도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합니다. 가장 화려한 장신구를 자랑하는 곳은 아프리카입니다. 동물 뼈에서부터 은·금·칠보·비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자연을 담은 대담한 디자인을 자랑하지요.

전시실 안내 콜롬비아의 고대 장신구, 수단의 상아 장신구, 에티오피아의 십자가 장신구, 중국의 은 장신구를 비롯해 모로코·캄보디아· 몽골·에리트레아·인도·벨기에 등 세계 각국의 장신구 1000여 점이 있습니다.

경복궁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오전 11시~오후 5시30분 | 월요일 휴관 |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종이나라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종이가 책이나 공책으로만 쓰이지는 않습니다. 예술의 영역에도 깊이 파고들었지요. 종이를 비비고 꼬아 공예품을 만드는 지승공예, 종이를 물에 불려 풀과 섞어 작품을 만드는 지호공예 등 다양한 ‘종이예술품 창작법’이 있지요. 지호공예의 대표적인 예술품은 ‘탈’입니다. 종이에 색을 입혀 봉투를 만드는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사실 역시 이곳에 가면 알 수 있습니다. 지공예 유물에서부터 현대 미술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유물이 있지요. 종이나라박물관은 한국 종이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현장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9년 설립했습니다.

전시실 안내 책·필통·공예품 등 다양한 전시물 5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종이 접기 등을 가르쳐주고 각종 체험행사가 열리는 것도 특징입니다. 지호공예, 색지공예, 한지그림, 닥종이 인형 등 종이미술과 관련된 지도자 양성 교육도 하고 있어 어른들에게도 유용합니다.

동대입구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
오전 9시30분~오후 6시 | 일요일 휴관 | 무료.

쇳대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쇳대’는 열쇠의 방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물쇠는 삼국시대부터 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빗장과 같은 간단한 형태에서 시작했지요. 조선시대에는 열쇠 구멍을 여러 단계의 조작이 필요하도록 복잡하게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여기에 갖가지 문양을 새김으로써 하나의 예술품이 되기도 했으니 자물쇠는 ‘산업 디자인’의 원조인 셈입니다. 조선시대 때 많이 만들어진 거북형·물고기형·용형 자물쇠 등은 언뜻 보면 장식품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지요. 민화나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전시실 안내 최홍규 관장이 소유한 3000여 점 중 문화적·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자물쇠 10%가량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쓰였던 자물쇠와 빗장·열쇠패 등이 있습니다. 외국의 옛 자물쇠들도 눈길을 끕니다. 아프리카 자물쇠 4점은 목조이고요, 유럽 자물쇠 4점은 중세시대의 것입니다. 이 밖에 티베트와 중국의 자물쇠는 물론 중동의 여러 나라 것도 있습니다.

혜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옹기민속박물관

박물관 이야기 숨쉬는 그릇이 있습니다. 바로 ‘옹기’지요. 친숙한 말이긴 하지만 막상 “옹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얼버무립니다. 흙으로 만든 그릇 중에서도 도기토로 만든 그릇을 옹기라고 합니다. 입자가 굵은 도기토로 그릇을 만들면 물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생깁니다. 바로 이 구멍으로 그릇이 숨을 쉽니다. 빗물은 막아주고 땀은 배출해주는 고어텍스라고나 할까요. 발효 식품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김치나 젓갈을 맛있게 저장해주는 그릇이 바로 옹기였지요. 이뿐 아닙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빠져 나가는 마지막 부분에 길쭉하게 만든 옹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술이나 물·대변·소변 등을 운반할 때 사용하던 ‘장군’도 옹기입니다. 똥장군은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지요.

전시실 안내 1991년 설립된 옹기민속박물관은 빨간 벽돌의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박물관 지하 1층과 야외에 옹기를 전시해 두었고, 1층에는 한국 사찰과 궁궐에서 볼 수 있는 800여 종의 단청 문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유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 월요일 휴관 |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북촌생활사박물관 오래된 향기

박물관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역사입니다. 손때 묻은 그릇, 낡은 코트도 역사의 한 조각이지요. 하지만 전통문화 보존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탓에 소소한 근대 생활용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북촌은 오래전부터 한옥 보존지역이었고 옛 물건이 많이 남아 있어 이경애 박물관장이 수집할 수 있었지요.

전시실 안내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용품 2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오지그릇, 암수기와, 점술책, 나무로 만들어진 장기알, 1930년대 남성용 코트 등 소박하고 질박한 것들입니다. 종가에서 대를 이어 사용해 온 위패함, 고서류, 앉은뱅이 책상, 문구류도 있습니다. 아기 이불을 비롯한 목화솜 비단금침과 광목 침구류, 손때 묻은 바느질용품, 옛 때때옷과 돌복, 고리짝 등 북촌의 규방과 다락에 몇 대를 걸쳐 전해져 내려온 물건들이 전시돼 있지요. 전시된 물건은 만져볼 수 있고, 사용이 가능한 경우 옛 방식대로 체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광화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7시(동절기 오전 11시~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