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옛날식 자장면 |
국민적 애호품인 자장면은 인천의 중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생겨났기에 광복 전까지는 그리 대중화하지 않았다. 그러다 정부가 식량난 타개를 위해 저가 수입 밀가루를 활용한 혼·분식을 장려하면서 ‘국민음식’이 됐다. 그렇지만 1980년대부터 중국음식점이 난립하고 배달과 저가경쟁이 본격화하자 예전과는 다른 맛으로 변했다. 옛 자장면과 지금 자장면의 큰 차이점은 면발에 있다. 수타(手打)로 만들고 배달을 하지 않거나 근거리에만 배달하던 시기에는 면발이 쉽게 불었지만 적당한 탄력감이라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면을 불지 않게 하려고 화학첨가제를 다량 투입해 색이 누레졌고, 쫄깃함이 강해진 대신 냄새가 고약해졌다. 두 번째는 양파 함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1980~90년대에 주기적으로 발생한 양파파동을 거치며 양파는 줄이고 대신 값싼 양배추를 넣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아닌, 설탕에서 나오는 텁텁하고 강렬한 단맛으로 변질됐다. 세 번째는 자장의 원재료인 춘장에 캐러멜을 많이 넣어 자극적인 검은색 자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돼지지방을 정제한 라드가 아닌 식물성 식용유로 춘장을 볶아 특유의 깊고 구수한 풍미를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예전의 자장 맛은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는데, 이곳저곳에서 ‘옛날식 자장면’이라며 파는 것도 대개 재료나 모양새만 흉내 냈을 뿐이니 실망스럽기만 하다. 자장면의 원조라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에 가도 원래 공화춘은 오래전 폐업하고 새로 생겨난 업소라 옛날 자장면을 맛볼 수 없다. 아쉬우나마 예전의 맛에 근접한 곳을 꼽으라면 인사동 한복판에 있는 신신원(02-723-8854)을 들 수 있는데, 화학조미료와 캐러멜이 적게 들고 양파와 간 고기를 넉넉히 넣어 깔끔하다. 수타면과 구수한 자장으로 예전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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