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례약수
은비령이라는 소설이 생각납니다
주인공 "나"는 지금 죽은 친구의 "바람꽃" 같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 오래전 은비령에서 함께 고시공부를 하던 친구의 아내이다. 이제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 하려던 날, 나는 문득 죽은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고, 약속 장소로 가던 길을 돌려 예전 친구와 내가 처음 만났던 은비령으로 향한다. 아직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마음의 어떤 마지막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남긴 메시지를 듣고 다음날 눈길을 헤치고 그 女도 은비령으로 온다. 거기서 우리는 혜성을 관찰하기 위해 그곳으로 온 한 사내를 만난다. 사내는 대부분의 행성이 일정한 공전주기를 가지고 있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2,500 만년을 주기로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아픔도, 우리가 만나고 헤어짐의 인연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 날 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나는 이번 생애가 길지 않듯, 앞으로 우리가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한계령 휴게소에서 점심 식사를 한후에 필례약수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한계령 영마루에서 현리쪽으로 4킬로 쯤 내려가면 필례약수가 있고 영화 [태백산맥]의 촬영지로 유명한 필례계곡이 이어진답니다 필례령 정상 부근의 마을표지.
이제는 도로표지도 필례약수보다는 아예 은비령으로 표기해 놓은 곳이 적지 않고 마을 사람들조차 스스럼없이 은비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앞으로는 필례령이라는 본래의 이름보다 은비령으로 더 많이 알려질것같아요 이제는 아는 사람들이나 찾는 한적한 고갯길이 돼 버렸지만 지금의 한계령 길이 뚫리기 전까지 만해도 필례령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도로였다고 하지요
고갯길 좌우의 숲이 울창하다
은비령으로 가는길은 길도 한적하고 중간에 유명한 필례약수터도 있으니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들 뿐 만 아니라 승용차로 한계령을 넘는 사람들도 시간이 허락하면 드라이브 삼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길 이더군요
한낮의 필례령은 차량의 운행도 뜸하다
필례령은 한계령에 비해 오가는 차량도 한결 드물었답니다 소설 [은비령]의 주인공이 한겨울 눈보라치는 밤에 죽은 친구의 부인을 만났다는 곳은 어디쯤일까. 아주 궁금하더군요 여행 떠나기전에 은비령이라는 소설을 읽어 보았답니다 때가 한여름이라 작품속의 겨울 분위기를 느끼는 건 무리였지만 구비구비 이어지는 고갯길을 걸으며 소설의 구절들을 떠올리기에 여행의 피로도 잊을수가 있었지요 대장은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이 길이 아직 비포장인 채로 남아 있었더라면 좀 더 친숙하고 걷는 재미도 더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합니다 물안개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역시 같이 30년이상 살고보니 가끔 같은 생각을 할때가 있답니다 ㅎㅎㅎ 좀 덜 펀리하더라도 소박하고 소중한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해보았지요
소설 [은비령]에서 주인공들이 만났다는 곳은 어디쯤일까.
붉은색 단풍나무가 도로변에 있는데 진초록색의 나무들만 보았다가 아주 색 다르게 보입니다 필례약수 가기까지도 길가에서도 야생화를 볼수가 있었지요 양 옆으로 피어있는 이름모를 산풀들과 수줍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며 어느새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되고 마음이 풍부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물안개는 유난히 야생화를 좋아합답니다 집에서 잘~자라고 있는 꽃들이 서너가지가 있어요 꿩에비름. 할미꽃. 애기붓꽃. 민들레 .씀바귀 제비꽃 등 기회가 되면 더 많이 기르고 싶답니다
한계령휴게소를 떠난지 서너시간 지나서 필례약수에 도착했습니다 약수물로 목마름을 해결하려니 수량도 넉넉치 않은 약수터에 강릉에서 일부러 약수물을 받으러 왔다는 젊은 부부가 풀라스틱 물통을 4~5개나 대놓고 물을 받고 있어서 약수물을 한모금 먹어보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물안개는 한참을 기달리다가 한마디 했지요 서울 같으면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는일이라고 ... 미안해 하면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들에게 꼭 이 약수물만 먹이고 있다고 사정을 하는데 항의도 할 수없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겨우 양해를 구한 후에야 한모금 마실 수 있었습니다
겨우 양해를 얻어 물병을 채울 수 있었다
대장은 건네준 약수물을 반 컵쯤 마셔보고 대장은 우스게 말을 한마디 합니다 . "그냥, 녹슨 수돗물 맛이야..."ㅎㅎㅎㅎ 놋슨냄새와 톡 쏘는 맛이 나네요 빈병에 인제로 가면서 먹으려고 받으려는 약수물은 비위에 맞지 않아서 그냥 맛 보았답니다 약수터 옆에는 카페를 비롯해서 몇 개의 민박집과 식당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우리는 은비령이라는 차집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가졌답니다 차집에는 이순원의 은비령을 소개한 글을 액자에 넣어서 벽에 걸려있더군요
카페 [은비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필례약수에서 약 3킬로 쯤 내려오니 [농부네 황토민박집]이 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가게 앞에는 아주머니 두분과 남자 한분이 있더군요 우리는 인제 나가는 버스를 타려면 어느정도 더 가야하냐고 물으니 30분 정도 더 내려가면 된다면 잠시 쉬어 가라면서 커피 한잔을 주시겠다는 것이였습니다 장사를 하는 곳에서는 쉽게 들을수 없는 말이지요 도회지 같은며 한가지라도 팔려고 할텐데 지나는 여행객에게 커피를 주겠다니 이곳에서도 때묻지 않은 무공해 인심을 ~ 가슴 따듯한 사람들의정을 느낍니다 잠시 앉자서 이야기를 나누다 여자 한분이 약초꾼이라는 말에 한계령에서 채취한 당귀를 보여드렸더니 참당귀라고 하시면서 좋은것을 채취했다면 집에가서 차로 다려 먹으라고 알려주시더군요 여러가지 약초를 알려주셨지만 실물을 볼수가 없었으니 들으나 마나 ㅎㅎㅎ그래도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말씀에 녜 네 대답은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남자분께서는 자기도 인제 까지 간다면 우리를 인제까지 함께 가자고 합니다 어찌니 권하는지 거절할수가 없어서 그날도 또 낮 모르는 아저씨께 신세를 지었답니다 다시한번 그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내일은 여행의마지막 날이네요 농부네 황토민박집은 귀둔1리는 필례령에서 필례약수를 지나 현리 쪽으로 내려오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마을이더군요 .
귀둔리 이명영씨의 [황토민박집]
[농부네 황토민박]은 등산객이나 여행자들은 물론 산채꾼이나 심마니들의 쉼터 구실을 한다. 귀둔리로부터 필례령으로 오르자면 약수터를 제외하고는 마지막 가게인데다가 민박과 식당을 겸하고 있어서 오가는 사람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황토민박집의 주인 이명영씨(70)은 이마을에서 태어나서 6.25때 잠시 현리쪽에 나가 있던 기간을 빼고는 70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다. 8천여 평의 밭에 감자며 옥수수 등의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몇 년전부터 방 일곱개 짜리 황토집을 지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민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기대했던 만큼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 살림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내년부터는 마을에 노선버스가 들어온다고 하니 그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알고 가세요> 은비령 카페 : (033)463-5566, 011-9480-4665 농부네 황토민박 : (033)463-4232, 011-9793-4232 강두혁씨 : (033)334-0922. 011-36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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