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안개 국내 여행기 ♣/2004년 여름인제 여행

인제 네번째 (귀둔리)

아기 달맞이 2009. 1. 14. 11:58
2004년 8월22일 
현리에 도착하자 우선 신발가게를 찾아습니다 
등산화를 마련히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마음에드는 등산화는 없고  
그냥 발에 맞는 치스로 구입해야 했어요 
여행중에 신발 때문에 고생을좀 할것같습니다 
현리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여러 사람들의 추천하는 귀둔리 [솔밭 막국수]찾아 갑니다.
우리집 대장이 아주 좋아하는 막국수를 맛보기 위해서 ㅎㅎㅎㅎ
현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귀둔리행 버스를 타고 20분 쯤 달려서 
종점에 내리면 바로 [솔밭막국수]집이 있더군요  
승용차로는 현리에서 약10분 정도 거릴것 같더군요

귀둔리 [솔밭막국수] 대장은 어찌나 면종류를 좋아하던지 어떤날은 하루 세 끼를 면종류로 때우는 날도 가끔 있을정도랍니다 우리가족은 한두가지 메뉴만 가지고 수십년동안 한 길을 고집해 온 전통 한국음식점을 즐겨 찾아요 하동관 곰탕, 우래옥 냉면, 송림 메밀국수, 청진동 해장국 등등 비록 서울이 옛모습을 많이 잃었다고는 하지만 장안의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옛 맛을 이어가는 고마운 집들이 많이 있지요 나이들어 여가시간이 많아진 요즘은 대장과가끔 그런 집들을 찾아다니며 큰돈 들이지 않으면서도 옛 맛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여행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여서 되도록이면 여행지 인근의 오래된 식당을 찾아가서 그 고장의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을 다닐 때의 빼놓을 수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지요 나주 곰탕, 평창 막국수, 보성 꼬막무침, 남원 추어탕, 의정부 부대찌게, 영월의 장릉보리밥 등등..... 특히 장능 보리밥은 오래전이지만 아직도 그 맛이 입안에 남아 있을 정도로 기억이 생생합니다 냉면은 주로 평양식 물냉면을 좋아하고 막국수는 비벼서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집에서도 주방에서 내 온 막국수를 그대로 비벼서 먹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맛이 영 아니더군요 그리고 물안개 입맛에는 조금 짠 맛이 강하더군요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요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줌마가 한 마디 하네요 "비벼서 드실려면 미리 비빔막국수를 주문하시잖구" 이집에서는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의 양념과 고명을 조리할 때부터 각기 다르게 한다는 것이예요 아풀사 이런 실수를 ... 다시와서 맛보기란 쉬운일이 않인데
솔밭막국수집에서의 점심식사
귀둔리 동구(洞口), 현리와 한계령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커다란 자연석으로 만들어 세워놓은 마을 표지가 있습니다 귀둔리에 대한 안내문도 동판에다 새겨서 제법 번듯하게 세워 놓았는데 그 뒤에 꽤 오래된 비각이 하나 서있어 살펴 보렸더니 주변에 잡초가 너무 많이 우거져 뱀이라도 나올까 겁이나서 접근하기가 꺼려집니다 게다가 철판으로 만든 안내 표지판은 녹이 슬고 글씨가 지워져서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지요
귀둔리의 마을표지와 열녀비각
열녀비각 때문에 개운찮은 마음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지요 귀둔리에서 북2리를 거쳐 내린천이 마주치는 31번국도까지는 이번 여행중에 도보로 걸어보기로 예정했던 길이지요
귀둔리에서 북리로 나가는 포장도로로 귀둔리에서 내린천까지는 약 10킬로,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도 넉넉잡아 3시간 남짓이면 될거리 라는데 피서철을 한고비 넘겨서일까. 지나다니는 차량도 드문드문한 데다가 하늘도 햇볕을 가릴 정도로 엷게 흐려있고 바람도 불었지만 조금 더위가 느께지드라구요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 이어지고 간혹 길가의 텃밭에서 밭일을 하는 농부들이 우리를 보고는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바쁜 일손을 움직이고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어떤 풍경과 사람들이 우리를 맞을까하는 기대감과 설레움 나즈막한 산과 산, 냇물과 집들이 이어진 한적한 들길을 한가로이 걸어보는 여유로움을 승용차를 타고 나는듯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 까닭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하기만 바라는 여행은 삶의지혜를 얻을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행을 하더라도 좀 고생이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을수있는 여행을 님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대장이 꽃사진을 찍는동안 토끼풀 있는곳에서 혹시하면서 네잎크로바를 찾기 시작했는데 아니 이런 행운이 있을까요 찾기 어렵다는 네입크로바가 5개나 발견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가지고간 수첩에 잘 보관하면서 우선 마음속으로 쉼터방 님들께도 드렸답니다 행운을 ~~~~~~
북리 내린천의 지류에 걸린 상답교
물안개는 한적한 농촌에 헌 집 하나 갖는 게 소원이예요 그렇다고 호사스런 별장을 갖겠다는 건 아니고 그저 생활에 지쳐 심신이 피로할 때 홀연히 찾아가서 며칠 머물다가 올 만한 한적한 집을 갖고 싶은데..... 집이 마음에 들면 가지고 있는 돈이 모자라고 집값이 좀 싸다하면 집과주위환경이 좋치 못하고 그러다 보니 아직 마련을 못하고 ㅎㅎㅎㅎ 그래서 여행중에 알아보니 그곳에도 집값이 대단해요

한참을 걷다보니 목이 마르고 잠시 쉬고가야 좋을듯한데 저 멀리 예쁜 콘테이너 집이 보이네요 그곳에서 시원한물 이라도 먹으려고 하는데 할머니한분이 나오시네요 할머니 물좀 먹을수있나요 했더니 반갑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시더군요
이마을의 토박이 김명옥 할머니의 집
할머니집에서 물먹으면서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게 되었어요 할머니혼자 사신다고 합니다
김명옥 할머니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78년동안 
줄곳북리2 에서만 살아왔다고 하십니다 .
대처로 나가 살고 있는 아들딸과 손주들 때문에
가끔 도시에 나가보긴 하지만 며칠도 못견뎌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고 
하루만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시네요 절대로 살지못한다고 
아들네집은 대낮에도 아파트의 1층 출입구를 꽁꽁 잠궈놓기 
때문에 잠시 밖에 나갔다가도 다시 집안으로 들어
가려면 난감하다고 하십니다 
집 뜰에서 까치발을 하고 바라보이는곳까지가 할머니의 세상인것 같습니다 
다 쓸어져 가는 낡은 집 옆에다 자식들이 새로 콘테이너하우스를마련해 주고 
게다가 에어콘까지 설치해 주었는데, 그게 자랑스러웠던지 할머니는 낯선 
사람들의 등을 떠밀다 시피하며 콘테이너 하우스의 집안을 보여주셨어요  
꽃을 좋아해서 앞마당에 심심풀이 삼아심어 놓았다는
갖가지 꽃들이 티없이 맑은 할머니의 마음처럼 화사합니다 
길에는 아스바르또(아스팔트)가 깔리구 골째기에 물이 옛날보담 
훨신 적어졌지만 그거 말구는 내 어릴때하구 달라진 게 암꺼두 없어 하시면서 
잠시 머물다 떠나는 우리가 못내 아쉬운 듯 할머니는 우리의 모습이 산모퉁이를 
돌아 안보일 때가지 손을 흔들어 주시네요 
내린천과 함께 평생을 살아 내린천을 닮은 김명옥할머니
또 한참을 걸어가는데 
길가에 핀 코스모스와 날아다니는 고추 잠자리 
눈 부시도록 파아란 하늘너무나 아름다워보입니다  
시골에서나 볼수있는 풍경이지요 
잘 정돈 된 도로에 보라색의 도라지꽃 육모초꽃 
야생화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노란색의서양꽃 루드베키아 꽃도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고추가 참 실하네요."
잠시 쉴 겸 길가의 고추밭을 매고 있는 할머니에게 또 말을 건넸는데 
"웬걸요. 보기만 그렇지 탄저병인지 뭔지 때문에 다 말라서 죽는다고 
하시면서 병들어서 말라가는 고추를 보여주십니다 
마치 병든 자식을 보고 애처로워하듯 할머니는 말라버린 고추를 
한웅큼 들고 시름에 겨웠하시는 모습이 아주 애처러워보입니다 
봄에 고추를 심을 때는 얼마나 기대가 컸을까요 
아들이 오면 주어 보내고, 딸네 집에도 몇 근 부쳐주고...
농심(農心)은 농부가 아니면 모른다지만 한여름 뙤약볕에 등줄기가 타는 
줄도 모르고 고추밭에 매달려 얼마나 살갗이 타들어 가고 힘이 들었을까요
물 한 모금 또 얻어 마시고 다시 발길을 돌릴 때까지 배웅하던 할머니가
그래도 길을 가다가 목마를 때 먹으라고 낯선 나그네에게 금방 밭에서 
따온 싱싱한 오이를 하나 건네주십니다
산골 아낙의 때 묻지 않은 무공해 인심에 여정의 피로감도 잠시 잊을수가 있었답니다 
박서운 할머니는 망친 고추농사 때문에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드믄드문 집들이 있었지만 강아지들만 짓어되고 밭으로 일을 갔는지 또 한적한 동네를 지납니다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으니 많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물안개는 축축한것을 아주 싫어하기에 비옷을 꺼내 입었지요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물안개는 비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우리는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서 늘 판초(poncho)형 비옷을 가지고 다닙니다 등산용 우의는 아래 위 따로 입는 투피스형을 비롯해서 다양한 종류가 있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등산이나 여행을 다닐 때는 배낭을 멘 체로 그 위에 뒤집어 쓸 수있는 판초형 우의가 가장 편리한 것같아요 5~6년동안 써서 다 낡아버린 헌 것을 버리고 이번에 새로 산 것인데 방수가 제대로 되는지 알고도 싶었거든요 가끔 여행이나 등산중에 비를 만났을 때 판초우의를 걸치고 걷는 기분도 아주 색다르답니다 사회복지시설 애향원(愛鄕院)을 좌측으로 하고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이내 내린천 본류와 31번국도를 만나게 되는데 승용차를 타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배낭을 지고 걷는 우리를 호기심어린 눈길로 바라봅니다 가끔은 부러운 눈빛으로... 여행의 목적은 빠른시간 안에 현지에 도착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목표했던 곳에 가고오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여행이지요 몇 시간을 걸은 끝에 예정했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어찌 승용차로 단숨에 오가는 느낌과 비교할수가 있나요 걷는 즐거움은 걷는 자만이 알수있지요 해는 느엇느엇 저가는데 차는 오지않고 군인 아저씨들을 태운 군용차와 자가용 커다란 트럭들만 드문드문 지나갑니다
인제가는 버스를 기달리면서
기다리는동안 내내 배차시간을 물어보기 위해 현리 시외버스터미널의 전화번호를 대장은 여러번 눌러댔지만 통화를 할 수가 없었지요 문의전화에 답변하기 귀찮아서 아예 전화기의 코드를 빼놓은 건 아닐까요 약 30-40 분을 기다린 후에야 인제읍으로 나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지요 오늘하루도 계획했던 여정을 잘 마무리 한것 같습니다 내일은 합강정과 인제 박물관으로 귀둔리 솔밭막국수 (033)463-6663 귀둔리 이장 (033)463-1303, 011-9795-2303 북리 이장(033) 017-268-5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