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scTitle/이런 저런 이야기

깊은 맛에 이끌려.. 안 다녀본 중국 茶밭 없죠

아기 달맞이 2014. 9. 17. 07:35

"중국의 유명 차밭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좋은 차를 만드는 사람들 얘기를 영화로 찍고 싶어요. 우리 한국인도 중국 차를 들여와 팔지만 말고 미국이나 유럽인 입맛에 맞게 가공해 세계시장을 사로잡았으면 해요."

보이차 '고수' 서영수(58) 영화감독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 국영방송 CCTV가 이달 초 일주일간 한국에 다녀갔다. 보이차는 중국어로 '푸얼차(普洱茶)'라고 하는데, 중국 변방의 소수 민족이 마셔온 발효 흑차다. 서 감독은 윈난성 쿤밍 등 유명 산지(産地)와 공장·시장·보관창고를 돌며 '주간조선'에 '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를 1년간 연재했다. 그는 "CCTV에서 '중국에서 1000년간 변하지 않은 6가지'를 찍는데 그 하나가 보이차"라고 했다.

"보이차를 처음 마신 건 1980년이었어요. 홍콩 사람들과 쿵후 영화를 만드는데 '피로해소제'라며 권하더군요. 2003년 중국에 사스(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저항력을 키워준다'며 보이차 열풍이 불었어요. 국내에도 인터넷 판매처가 500군데 넘게 범람했죠. 정상가보다 100배 넘게 팔리기도 했어요."

보이차는 와인과 비슷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떫은 맛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산지가 1000군데 넘고 생산 연도와 보관 상태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다. 납작하고 동그랗게 포장한 한 덩어리가 수억원인 것도 있다. 서 감독은 "화학처리해서 5년 된 차를 30년 됐다고 속이는 경우도 있다"며 "중국어 학원부터 다니면서 보이차 관련 원서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4년간 유명한 산지를 100군데 넘게 다녔어요. 일 년에 석 달은 중국에 가 있었죠. 윈난성 남쪽 산지들, 300개 공장이 모인 멍하이, 보관창고가 밀집한 광둥성, 보이차 마시는 도구인 '자사호'를 만드는 장쑤성까지 안 간 데가 없어요."

그는 좋은 보이차를 고르는 기준으로 '성장 환경'과 '합리적 가격'을 택했다. 차 수확 시기뿐 아니라 우기(雨期)에도 깊은 산골에 들어가 차밭 인근 나무 밑동의 이끼와 기생식물을 보며 농약을 쳤는지 확인했다. 산골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소수민족인 부랑족과 라후족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중국 최대 차 생산업체인 대익 회장, 보관으로 유명한 쌍진보이 회장, 고가 고수차 전문인 진미호 사장과도 교류했다. 그들은 '우리도 그렇게까진 못 다녔는데 서 감독은 정말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이차는 크게 대지차와 고수차로 나뉜다. 평지에서 기계화 방식으로 키우는 대지차는 최상품이 1㎏당 100위안 정도다. 반면 고수차는 아무리 싸도 500위안은 받는다. "사람 손을 덜 타며 100년 이상 된 나무에서 자라는데 300~600년 된 게 제일 맛있어요. 3400년 된 나무도 있죠. 하지만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에요. 하얀 곰팡이가 피었거나 물에 탔을 때 색이 혼탁한 건 마시지 마세요. 맛이요? 그야 자기 입에 맞는 차가 최고지요."

그는 보이차 시식(試食)에 쓴 돈만 수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집에서는 '제발 갖다 팔기라도 하라'며 싫어하죠. 그래도 전 보이차가 좋아요. 밥처럼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마실수록 매료되는 '차의 제왕'이거든요."

서영수 감독은 동국대 영문과 시절 연극영화과 수업을 듣다가 유현목 감독 밑에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나도 몰래 어느새' '장미여관' '사랑 전쟁' 등을 만들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