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방

배탈과 식중독의 차이

아기 달맞이 2014. 5. 8. 08:24

덥고 습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찬 음식 섭취가 늘고 세균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배탈과 설사, 식중독 같은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이때 많은 이들이 배탈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는다. 이번 칼럼에서는 두 환자의 사례를 통해 배탈의 원인과 예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례 1] 대학생 A씨는 3일 전부터 배가 아프고 설사가 계속되는 통에 병원을 찾았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마지막 식사는 학교식당에서 먹은 국수였는데 같은 음식을 함께 먹은 친구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혹시 다른 원인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사례 2] 올해 76세인 자영업자 B씨는 며칠 전 저녁에 친구들과 생선회와 조개, 새우 등 해산물을 나눠먹은 후 윗배 통증과 설사, 고열, 구토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했다. 물처럼 나오는 설사에서 약간의 혈액이 관찰돼 큰 병이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서울의대 교수

사례 1의 젊은 남성은 흔히 말하는 배탈일 수 있다. 흔한 위장관염으로 보이고 음식섭취 시 주의를 게을리하면 다시 나타날 확률이 높다. 특별한 음식에 의해 유발됐다기보다는 본인의 체력이 저하된 상태나 특별한 음식이 몸에 맞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복통이나 설사가 심할 때는 금식을 유지하면서 탈수증세를 예방하기 위해 수분만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설사한다고 해서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때는 그저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고 위장관 내 나쁜 내용물을 배출하도록 놔두는 것이 좋다. 설사와 복통이 호전되면서 배가 고프면 미음이나 죽 등 유동식을 먼저 섭취하고 추후 이상이 없으면 정상적인 식사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사례 2에서 소개된 B씨는 익히지 않은 해산물 섭취로 인한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름철 발생 식중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늦여름에 주로 발생한다. 사망률은 매우 낮지만 고령자는 탈수에 의한 2차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질환이다.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는 식습관 때문에 흔하게 나타나며 염분을 함유한 오이절임 같은 식품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조리하는 칼과 도마에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도를 확인하고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 먹어야 한다.

여름철 과식과 찬 음식 섭취, 생선회와 같은 날 것(生)을 먹을 경우 배탈이 생기기 쉽다. 배탈이 나면 복통, 설사,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열이 나고 구토가 날 수도 있어 미리 알고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고 배탈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음식섭취를 중단하고 수분만 섭취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면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배탈이더라도 고열, 오한, 구토, 피가 섞인 설사가 나타나고 금식과 수분섭취를 지속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2~3일 이상 지속될 때는 병원에서 진료 받는 것이 좋다.

세균으로 감염되는 여름철 장염의 경우 적절한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고령자에게 바이러스성 염으로 인한 탈수증상은 위험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에 젊은 계층에게 발병하는 A형간염의 초기증상도 메스꺼움, 구토, 복통, 발열 등으로 장염과 비슷하기 때문에 초기에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 여름에는 모두가 배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 헬스경향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서울의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