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취임식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동안 모두 다섯 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첫 일정인 국립현충원 참배와 국회의사당에서의 취임식, 광화문 광장에서의 축하 공연, 세종문화회관 축하연, 그리고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모두 다른 의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 취임식 패션에서 드러난 코드를 ‘호국·안보의 이미지’와 ‘검소하지만 세련된 여성미’로 파악했다.
서울대 의류학과 하지수 교수는 광화문 광장에서 박 대통령이 입은 한복을 “오늘 대통령이 입은 의상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선택”이라고 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약간 짙은 다홍색에 금색 자수가 놓인 두루마기, 청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입었다. 하 교수는 “다홍색과 청색이 태극을 연상케 한다”면서 “자연스럽게 강렬한 호국의 이미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도 “빨강과 파랑은 바로 태극기를 떠올리게 한다. 금박이 있어 경축의 의미도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돼 처음 입는 한복이라 역사적 사진으로 남게 될 것인 만큼 국가를 상징하는 색상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빨간 두루마기는 정치적 메시지만 전해준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원색적인 화려함이 있어 박 대통령의 여성미를 돋보이게 한 패션이었다고 봤다.
간 교수는 한복 차림에서 아쉬운 점으로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을, 하 교수는 “다소 과거지향적인 이미지”를 꼽았다. 간 교수는 “대한항공 승무원 의상이 예전에 빨강과 파랑의 조합이었다가 나중에 은은한 청자색으로 바뀐 것처럼 색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초보적인 단계고 조금 더 세련되게 연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보자마자 고(故) 육영수 여사가 떠올라 과거지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한복은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가 디자인했으나 검소하게 하라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제작비가 덜 드는 것으로 골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복 외에도 칠보(七寶) 문양 브로치, 신사임당 그림의 색감과 비슷한 의상 배색 등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해 한국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의 카키색(약간 노란빛을 띠는 쑥색) 외투에 단 나비 모양 브로치가 그렇다.
간 교수는 “칠보라는 전통 방식의 수공예품을 착용해 대외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알렸다”며 “여기에 나비가 상징하는 희망이란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취임식장에서 입은 양장 외투에 목도리를 맨 모양도 두루마기에 하는 그것과 비슷한 모양새여서 한국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고 말했다. 간 교수는 “카키색 외투에 연보랏빛 목도리 색상은 마치 신사임당의 초충도(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와 같이 세련됐다”고도 했다. 단청처럼 강렬한 원색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색상의 조합이 이뤄져 전통적이고 단아한 여성성을 뽐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여성적 우아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도 연출됐다. 간 교수는 “ 칼라 부분에 벨벳을 덧댄 의상으로 고급스럽게 연출했다”며 “그래도 너무 화려하지 않도록 가장 얌전한 액세서리인 진주 목걸이를 택해 점잖은 이미지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는 빨간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했다. 전통 오방색 중 적색은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대통령 취임 첫날의 각오를 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상 디자인에서 귀한 것을 표현할 때 많이 쓰는 자주색은 한복의 고름과 치마 밑단에 쓰였다. 박 대통령은 이 차림에 진주 귀걸이를 해 만찬 석상에 어울리도록 갖춰 입었다.
강승민·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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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태극,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빨간 두루마기와 파란치마 차림으로 광화문 광장 축하 행사장에 참석했다. [뉴시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도 “빨강과 파랑은 바로 태극기를 떠올리게 한다. 금박이 있어 경축의 의미도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돼 처음 입는 한복이라 역사적 사진으로 남게 될 것인 만큼 국가를 상징하는 색상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빨간 두루마기는 정치적 메시지만 전해준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원색적인 화려함이 있어 박 대통령의 여성미를 돋보이게 한 패션이었다고 봤다.
간 교수는 한복 차림에서 아쉬운 점으로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을, 하 교수는 “다소 과거지향적인 이미지”를 꼽았다. 간 교수는 “대한항공 승무원 의상이 예전에 빨강과 파랑의 조합이었다가 나중에 은은한 청자색으로 바뀐 것처럼 색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초보적인 단계고 조금 더 세련되게 연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보자마자 고(故) 육영수 여사가 떠올라 과거지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한복은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가 디자인했으나 검소하게 하라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제작비가 덜 드는 것으로 골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복 외에도 칠보(七寶) 문양 브로치, 신사임당 그림의 색감과 비슷한 의상 배색 등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해 한국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의 카키색(약간 노란빛을 띠는 쑥색) 외투에 단 나비 모양 브로치가 그렇다.
간 교수는 “칠보라는 전통 방식의 수공예품을 착용해 대외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알렸다”며 “여기에 나비가 상징하는 희망이란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취임식장에서 입은 양장 외투에 목도리를 맨 모양도 두루마기에 하는 그것과 비슷한 모양새여서 한국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고 말했다. 간 교수는 “카키색 외투에 연보랏빛 목도리 색상은 마치 신사임당의 초충도(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와 같이 세련됐다”고도 했다. 단청처럼 강렬한 원색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색상의 조합이 이뤄져 전통적이고 단아한 여성성을 뽐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여성적 우아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도 연출됐다. 간 교수는 “ 칼라 부분에 벨벳을 덧댄 의상으로 고급스럽게 연출했다”며 “그래도 너무 화려하지 않도록 가장 얌전한 액세서리인 진주 목걸이를 택해 점잖은 이미지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는 빨간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했다. 전통 오방색 중 적색은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대통령 취임 첫날의 각오를 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상 디자인에서 귀한 것을 표현할 때 많이 쓰는 자주색은 한복의 고름과 치마 밑단에 쓰였다. 박 대통령은 이 차림에 진주 귀걸이를 해 만찬 석상에 어울리도록 갖춰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