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무더위 쫓는 달콤하고 건강한 맛 검은콩슈크림 딸기빙수

아기 달맞이 2013. 8. 5. 07:35

무더위 쫓는 달콤하고 건강한 맛 검은콩슈크림 딸기빙수

올해처럼 봄이 더디 오는 해는 여름이 길게 이어진다고 합니다.
짙푸른 녹음과 시원한 매미소리는 반갑지만, 일찌감치 시작된 불볕더위와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는 달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제철 채소와 신선한 과일로 몸에 활력을 더해주면 무더위를 한결 가뿐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갈수록 시설재배가 늘어나면서 제철 과일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데, 그중 계절과 심하게 어긋난 과일이 딸기입니다.

겨울철 과일로 아는 아이들도 있다지만 야생 딸기는 참외, 수박, 토마토 등 여름 과일을 심을 무렵 빨갛게 익어갑니다. 이때는 밭농사도 분주해질 때라 일하다 땀에 흥건히 젖으면 흙 묻은 손을 씻을 것도 없이 딸기밭으로 향합니다. 잘 익은 딸기 한두 개만 입에 넣어도 갈증은 씻은 듯 사라지고 입 안 가득 퍼지는 향과 달콤한 맛은 눈이 사르르 감길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당도를 높이고 크기를 키운 딸기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맛은 몸이 먼저 알아보는 법입니다. 약간 덜 익으면 새콤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하루나 이틀 쯤 지나서 먹으면 잘 익었을 때 거둔 것처럼 달콤합니다.

딸기는 재배법이 단순하고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밭을 늘려가기도 좋고 과수나무 주변에 심으면 자생초가 자랄 틈을 차단해주어 일거양득입니다. 대량 재배를 한다면 별도의 시설이 따라야겠지만 가족들 먹을거리는 어렵지 않게 장만할 수 있습니다. 두해 전 봄에 달랑 세 포기를 심어 놓고 언제 커서 열매를 맺을까 싶었던 딸기인데 흙에서 입으로 오기까지 잠깐입니다. 지난해는 감질나게 열렸던 열매가 올해는 한 번 거두면 두 손에 가득 담겨집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여러해살이답게 한겨울이면 잎은 말라도 뿌리는 살아서 이듬해 봄이면 새 잎을 피워냅니다. 봄이 무르익으면 딸기도 무르익기 시작해 하지가 가까우면 열매 맺기는 거의 끝이 나고 새로운 번식기에 들어갑니다. 어미포기에서 자란 어린 줄기는 빈자리를 찾아 바닥을 기어가며 뿌리를 내립니다. 마치 줄기 끝에 눈이라도 달린 듯 제가 뿌리 내릴 곳을 정확하게 가늠해 사방으로 뻗어가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이렇게 자란 새끼뿌리를 캐서 다른 곳에 심으면 맘껏 밭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심어놓고 한두 해 정도는 자생초에 덮이지 않도록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풀 단속하느라 여러 차례 드나들었지만 올해부터는 딸기를 거둘 때 잎을 들춰보고 틈새에 비죽 튀어나온 자생초만 뽑아주면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딸기가 익어갈 때면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농익어 갑니다. 초여름 과일빙수는 오디와 딸기로 만들고, 녹음이 좀 더 짙어지면 참외, 메론, 토마토, 수박 등으로 변화를 줍니다. 더워야 제 맛이 나는 과일과 빙수 팥 사이에 부드럽고 촉촉한 슈크림이 들어가면 맛은 한층 풍성해집니다.

맛깔스런 간식에 응용하기 좋은 슈크림은 달걀과 우유가 주된 재료라 여름철에는 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합니다. 끓일 때 충분히 끓여서 반드시 냉장보관하고, 다 먹지 못하면 냉동보관해도 됩니다.

시판용 달걀은 자칫 냄새가 거북하게 날 수도 있는데 향신료를 첨가하면 냄새는 없앨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향신료 또한 뒷맛을 거북하게 합니다.

검은콩을 갈아 넣으면 깔끔한 맛과 영양, 포만감까지 높여주고 차게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톡톡하게 씹히는 콩 맛을 좋게 하려면 약간 거칠게 갈아줍니다. 검은콩 외에 동부나 옥수수로 대신해도 좋고, 찐 고구마를 뜨거울 때 으깨어 섞어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구마슈크림, 쑥ㆍ쑥갓ㆍ콩잎 가루를 이용하면 맛과 색감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검은콩슈크림이 깊고 아늑한 맛이라면 채소슈크림은 가볍고 산뜻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만든 크림은 담백한 빵이나 설기, 바삭하게 구운 과자와 같이 먹거나 케이크에 생크림처럼 활용하고, 부재료를 적절하게 섞어서 스프처럼 먹기도 합니다.

먹을 땐 더없이 시원한 빙수이지만 팥을 삶고 크림을 끓이다 보면 후끈해집니다. 단숨에 끓여내는 슈크림은 번거로울 것이 없고, 콩이나 팥도 압력솥에 삶으면 간편합니다. 너무 오래 익힌 콩은 메주냄새가 날 수도 있으므로 알맞게 익혀줍니다. 빙수는 팥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에 맨 입에 먹었을 때 약간 달달한 것이 좋습니다. 팥과 비슷하게 생긴 갓끈동부나 그 외에 식감이 비슷한 동부 종류를 섞어서 활용해도 됩니다. 방법은 팥으로 만들 때와 같고 농도를 약간만 묽게 하면 팬케이크에 곁들여도 잘 어울립니다.

빙수 한 그릇이면 더위도 달래고 허기도 채울 수 있습니다. 과일이 중심이 되면 뒷맛이 깔끔하고 검은콩슈크림을 더해주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찹쌀떡이나 콩고물 인절미를 곁들이면 출출할 때 간식으로도 그만입니다. 여름에 즐겨먹는 콩국수 콩물을 넣으면 구수한 맛과 영양이 우유보다 낫고, 호두나 땅콩 등 견과류를 더하면 전체적인 맛이 풍성하게 살아납니다. 그때그때 손에 닿는 신선한 재료로 맛과 영양은 물론 분위기까지 멋스럽게 담아보세요. 길고 지루한 여름이 짧고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재료 준비

딸기 200g, 우유 50cc, 볶은 땅콩 약간, 각얼음 수북하게 1컵 빙수 팥 : 검정팥(또는 붉은팥) 2컵, 황설탕 1½컵, 물엿 1컵, 소금 약간(단맛은 기호에 따라 가감) 검은콩슈크림 : 서리태 1컵, 달걀 2개, 황설탕 7큰술, 보릿가루(또는 통밀가루) 3큰술, 우유 300cc,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01 팥은 씻어 건져 푹 잠기게 물을 붓고 삶는다. 부르르 끓어오르면 첫물은 따라내고, 물 3~4컵을 붓고 푹 물러지게 삶는다. 팥이 충분히 익고 국물이 졸아들면 물 2컵, 황설탕, 물엿을 넣어 조린다. 농도 조절하기 좋게 물은 나누어 넣고, 식으면 물기가 줄어들게 되므로 다 졸여졌을 때 국물이 흥건할 정도로 남긴다.

02 검은콩은 푹 잠기게 물을 붓고 삶아서 식으면 물기 없이 분쇄기에 갈아준다.

03 거품기를 사용해도 좋을 냄비나 팬에 황설탕, 보릿가루, 소금, 달걀을 넣어 고루 섞어준 다음 끓인 우유를 붓고, 눌어붙지 않도록 거품기로 바닥을 긁듯이 저어가며 센 불에서 재빠르게 끓인다. 충분히 끓여주어야 쉽게 상하지 않는다.

04 약불로 줄이고 2를 넣어 고루 섞이게 저어가며 조금 더 끓인다.(1과 4는 식혀서 냉장 보관)

05 딸기는 빙수 위에 장식할 적당량만 남긴 후 우유와 함께 믹서기에 갈아 걸쭉한 주스로 만든다.

06 각얼음을 빙수기나 분쇄기를 이용해 곱게 갈아 담고 빙수 팥, 딸기쥬스, 검은콩슈크림을 올려 딸기와 성글게 으깬 볶은 땅콩을 보기 좋게 장식한다.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ㆍ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http://blog.naver.com/jaun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