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정지용의 시 - 향수(鄕愁)

아기 달맞이 2013. 7. 20. 07:12
    

 

  

     향수(鄕愁)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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