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굴비 맛있게 굽는 법

아기 달맞이 2012. 12. 21. 05:59

자린고비 씨도 깜빡 넘어가는 굴비 밥상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려 짭조름하게 간이 밴 굴비는 눈 깜짝할 새 밥 한 그릇 비워내는 밥도둑이다. 다른 반찬 필요 없이 하나로 다 되는 굴비 밥상 차리는 방법.

 



선생님께 시시콜콜 질문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 어떻게 달라요? 굴비 하면 제일로 꼽는 영광 굴비는 엄밀히 말해 ‘영광 법성포 굴비’라 해야 맞아요. 영광 굴비의 대부분이 법성포 지역에서 생산되거든요.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법성포는 오래전부터 조기가 많이 잡혀 굴비 생산지로 유명했어요. 지금은 조기가 잘 잡히지 않아 그 지역에서 가공한 굴비를 그냥 영광 법성포 굴비라 부르는데, 이 굴비가 맛있는 건 염장 방법이 독특하기 때문이에요.

1년 넘게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조기를 켜켜이 잰 다음 시간차를 두어 재는 섶장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지요. 이 지역 사람들은 소금물에 조기를 담갔다 말리는 타 지역 굴비를 ‘물굴비’라 부르며 하급품으로 치죠. 요즘은 가공 과정이 간소해져 건조기에 넣고 한나절 말리면 굴비가 되는데, 아무래도 급하게 말린 것은 볕에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과 맛이 다르죠.

그럼 보리굴비는 뭐예요? 냉장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엔 봄에 조기를 잡으면 소금을 듬뿍 넣어 사나흘 절인 다음 보름 넘게 바짝 말린 후 통보리 뒤주에 켜켜이 넣어 보관했어요. 보리의 서늘한 성질 때문에 뒤주 안이 냉장고처럼 시원한 데다 보리 겉껍질이 굴비의 기름을 흡수해 오래 보관할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북어처럼 바짝 말린 굴비를 보리굴비라고 해요.요즘은 4개월 이상 잘 건조시킨 마른 굴비를 보리굴비라 부르지요

굴비를 먹을 때 함께 물밥이 나오기도 하던데요. 보통 일반 굴비는 맨밥에, 보리굴비는 물밥과 함께 먹어요. 짭짤한 굴비는 맹물 부은 밥이랑 먹는 게 제일 맛있지만 녹차, 보리차, 결명자차, 현미차 같은 차를 부어 먹어도 좋지요. 찻물에 천일염이나 국간장을 약간만 타서 심심하게 간을 해주어도 좋고요.



굴비 맛있게 굽기 Step by Step

step 1 구입 후 바로 냉동 보관
굴비는 사오자마자 끈에서 풀어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대략 3~4마리씩 한 번에 먹을 분량만큼만 지퍼백에 담아 냉동 보관한다. 좀 더 쫀득거리는 맛을 살리고 싶다면 찬 바람 드는 베란다에 2~3일 걸어 꾸덕꾸덕하게 말린 다음 일회분씩 포장하면 된다.

step 2 굽기 전 손질법
요즘 판매하는 굴비는 대부분 손질된 상태로 말리고, 구울 때 비늘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굳이 따로 비늘을 벗길 필요가 없다. 또 잔굴비는 해동을 한 뒤 비늘을 벗기지 않고 바로 구워야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 큰 굴비는 비늘을 살짝 긁어내도 괜찮은데 이때는 될 수 있으면 물에 닿지 않도록 해야 간이 빠지지 않는다.

step 3 석쇠에 직화로 굽기
석쇠에 올려 직화로 구우면 기름이 나오면서 지글지글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워진다.

팬에 구울 때나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굴비는 식용유를 살짝 발라 굽는데, 굴비 자체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식용유는 많이 두르지 않는 것이 좋다. 기름은 콩기름이나 현미유처럼 향이 적은 것을 사용할 것.

짭조름하게 간이 든 굴비는 그냥 굽는 게 가장 맛이 좋지만, 양념을 하려면 이미 굴비에 간이 되어 있으므로 간을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

step 4 찜이나 조림 시엔
국물이 들어가는 굴비 요리엔 비늘과 지느러미를 제거한 후 사용한다. 조리 전 청주를 살짝 뿌려놓으면 비린 맛을 없앨 수 있다. 너무 짜거나 비린내가 나는 굴비는 쌀뜨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요리한다.


기획_오영제 기자 사진_전택수
레몬트리 2012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