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고 소박하지만 건강한 맛한여진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불교에서는 밥 먹는 것을 공양이라고 한다. 공양할 때는 발우라고 불리는 네 개의 나무 그릇에 밥과 물, 국, 반찬을 담는데, 발우에 담긴 음식은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공양은 단지 끼니를 때우는 것만이 아닌 건강한 식문화의 기본인 소식과 절식의 의미도 담겨 있다. |
사찰 음식은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 계율에 의해 채식 위주로 발달했다. 고려시대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채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하다 보니 기름과 향신료 사용이 많아졌고 채소 본연의 맛을 살려 조리하다 보니 무침, 찜, 구이, 절임, 쌈 등의 조리법이 발달했다. 조선시대 들어 불교 문화가 쇠퇴하고 현대 들어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 육류 위주의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사찰 음식이 설 자리가 줄었지만, 최근 건강과 힐링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사찰 음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강원도 삼척 신흥사 정관스님은 “채식을 하는 사찰 요리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밥상”이라고 말한다. “채식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속이 편해져요. 채소가 주재료인 사찰 요리는 채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을 두어 가지만 사용하고 인공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죠. 조리법도 삶고 찌고 굽거나 발효하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조리법이 간단하고 자연 재료를 사용해 사찰의 공양간에서는 밥상을 차린 후에도 음식 냄새가 오래가지 않는답니다.” 사찰 음식의 계율이 담긴 ‘사분율(불교의 4대 계율서의 하나)’에는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라’ ‘제철 음식을 먹어라’ ‘골고루 섭취해라’ ‘과식은 금하고 육식은 절제하라’고 쓰여 있다. 때에 맞는 음식이라 함은 아침은 죽을, 점심은 딱딱한 음식을, 저녁은 과일즙을 먹는 것. 아침은 뇌가 활동하는 시간이므로 가볍게 먹고, 낮에는 활동량이 많고 소화기관이 활발하게 활동하므로 거친 음식을 섭취한다. 저녁에 과식을 하면 신장과 간이 상하므로 과일즙을 마실 것을 권했다.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제철 재료에는 그 시기에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하고, 자연의 섭리도 거스르지 않는다. 과식을 하면 배설이 더뎌져 음식의 독성이 체내에 남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정관스님은 ‘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식하기 위해서는 식탐을 버려야 한다. 사찰 음식은 식재료를 먹을 만큼만 사서 최소한의 양념을 써 요리한 뒤 음식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는 것부터 시작한다.
산초두부무침 “사찰 음식에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 제피와 산초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제피는 열매와 잎을 모두 먹지만 산초는 열매만 먹는다. 산초 열매는 장아찌를 담그거나 기름을 짜 사용하는데, 두부를 산초기름으로 부치거나 부친 두부에 산초장아찌를 곁들이면 맛있다. 산초장아찌는 가을에 산초 열매를 따서 담근다. 산초에 팔팔 끓는 물을 부어 6~7시간 담가뒀다가 찬물에 헹둔다. 물과 간장을 1:1 비율로 섞어 팔팔 끓여 식힌 뒤 산초에 붓는다. 일주일 후 간장물을 따라 다시 끓여 식힌 뒤 그 물에 맛술과 간장을 약간 넣고 다시 산초에 부어 한 달 후 먹는다.”
■ 준비재료 두부 1모, 들기름·산초장아찌 약간씩 ■ 만들기 1 두부는 2cm 두께로 썰어 들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2 그릇에 구운 두부를 담고 산초장아찌를 곁들인다.
가을열무함초보리밥 “함초는 염전에서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란 식물로 짠맛이 난다. 가을이 제철로 사찰 음식에 즐겨 사용되는데, 인터넷 식료품 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함초장아찌는 간장과 물, 메실엑기스를 2:1:1 비율로 섞어 함초에 붓고 3개월 숙성해 만든다. 보리쌀에 열무와 함께 함초장아찌를 넣어 밥을 지으면 향긋한 열무와 짭조름한 함초 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 준비재료 보리쌀·쌀 ½컵씩, 함초장아찌 80g, 가을열무 100g, 된장 2큰술, 들기름·물 1큰술씩 ■ 만들기 1 보리쌀은 씻어 푹 삶는다. 2 쌀은 씻어 체에 밭친다. 3 열무는 삶아 손으로 치댄다. 4 쌀 위에 삶은 보리쌀을 얹고 열무와 함초장아찌를 넣어 밥을 짓는다. 5 된장을 보글보글 끓여 밥에 넣고 비벼 먹는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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